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찰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조형균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 '반짝이'와 함께 등장하는 '9등신 왕자' “그 장면만큼은 제가 유일하게, 진짜 다른 생각을 해요. (웃음) 반짝이를 최대한 많이 뿌리죠. 반짝이가 은근히 또 효과가 있어서, 최대한 착시효과를 많이 일으키려고…. (웃음) 중간에 막 ‘9등신의 왕자들이 갇혀 있어요!’ 이런 얘기를 할 때도 사실 자의식이 많이 돌아와요. (웃음) 제 멘탈이 온전히 편하진 않죠. 관객들한테 거짓말하는 것 같고, 사기 치는 것 같고…. (웃음) 흔히 그러죠. ‘무대버프’라고. 그건 이제 무대와 의상과 메이크업과 반짝이가. (웃음) 저 잘생겼다고 하는 분들은 아마 저를 실제로 (무대 밑에서) 보진 않으셨을 거예요.” ⓒ (주)PMC프로덕션


*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팬텀싱어2>를 하고 나서 갑자기 제 인생이 바뀌었다 뭐 이런 건 별로 없어요. 제 주업은 공연 무대잖아요. 저는 '싱어'가 아니라 '배우'이기 때문에, 배우를 함에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고, 좋은 밑거름이 생긴 것 같아요."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두 번째 시즌, 결승전에 진출했던 '에델 라인클랑'의 일원 조형균. 하지만 '싱어' 조형균 이전에 그는 '배우' 그것도 '뮤지컬 배우' 조형균이다. 2007년 이후 10년 넘게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주연과 조연, 대극장과 소극장을 오가면서 다양한 끼를 보여줬다. <스팸어랏>의 로빈 경으로 처음 만났을 때, 단번에 이 배우의 이름을 외워버렸다. 그만큼 코미디를 풀어나가는 'DNA'를 기본으로 안고 태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뮤지컬 <살리에르>에서 젤라스로 무대에 올랐을 때, 짙은 아이라인에 광기 어린 표정을 보면서 왜 이 사람이 배우인지를 깨닫게 됐다.

"제 원래 모습이요? 젤라스나 로빈 경 둘 다 아니고요. (웃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제 비주얼이나 느낌이 뭔가 뚜렷한 게 없어서 되게 고민이었는데, 그러다보니까 여러 작품을 하게 되더라고요. 운이 좋았죠. 저는 개인적으로 밝은 성향에 더 가까운데, 그러면서도 어두운 역할이 또 좋아요. 밝게 생활하는데 굳이 연기까지…. (웃음) 평소에는 (<난쟁이들> <구텐버그>) 그 쪽과 비슷해요. 연기는 (젤라스처럼) 어두운 게 재밌고."

콘서트에 차기작 준비까지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이지만, 그토록 정신없는 와중에도 애착을 가지고 땀 흘리는 공연이 있다. 2014년 초연부터 이번 삼연까지 항상 함께해온 뮤지컬 <난쟁이들>. 오는 11일 폐막하는 <난쟁이들>은 지난 2017년 11월 26일,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개막했다. 다양한 이벤트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번 세 번째 공연 역시 안정적인 흥행과 관객 호평 속에서 마무리 될 예정이다.

지난 1월 17일 늦은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형균의 '어쩌면 마지막' 찰리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찰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조형균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 '양날의 검' 애드리브 "팀워크가 좋으니까 누구 하나가 애드리브를 탁 던지면 다 기다렸다는 듯이 하이에나들처럼 물고 뜯고 장난 아니에요. (웃음) 작품 자체가 그게 허용되는 측면이 있어요. 관객 분들도 그런 걸 또 기대하고 계시고…. 그런데 애드리브가 진짜 양날의 검이에요. 어떤 관객은 재밌게 볼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분은 ‘공연을 무슨 장난처럼 생각하나?’ 이렇게 느낄 수도 있으니까. 저희도 어쨌든 그렇게 생각이 안 들기 위해서 선을 지키면서 하고 있어요. 한 명이 너무 신나서 오버하면 그걸 또 다른 배우들이 눌러요. (웃음) 칼 같이 끊어요. 가차 없이 끊어야죠. (웃음) 그래도 넘어가는 작품이라서." ⓒ (주)PMC프로덕션


뮤지컬 <난쟁이들>은 '어른이'를 위한 동화이다. 성인이 되면서 현실에 닳고 닳아버린 우리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팍팍한 삶 속에서 우리가 본래 품었던 꿈은 점점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방치되어 빛을 바래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한줄기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순수한 사랑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내게도 마법 같은 순간이 한번쯤 찾아오지 않을까'와 같은.

고전 동화들을 비튼 <난쟁이들>은,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이이고 싶은 우리들의 허한 곳을 훅 치며 들어온다. 세상은 '보험'도 들어야 하는 험난한 곳이고, 사랑은 '있는 애들'이나 하는 거라고 적나라하게 현실을 이야기한다. '공주만 만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난쟁이 '찰리'는 더 이상 공주가 아닌 그냥 '어진 물고기' 인어를 만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공주를 만나 키 크고 잘생긴 9등신 왕자로 평생 행복하게 사는 대신 인어와 함께 난쟁이로서 행복하게 살기를 택한다. 동화가 아닌 듯 동화처럼 끝나는 이 작품은 수많은 개그 요소를 깔고 있으면서도 한 방의 감동을 여기서 터뜨린다.

"공주들이 막상 왕자들 만나보니까 '밤일 못한다'는 둥,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둥 그러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게 현실일 수 있잖아요. '왕자님 같은 남자랑 결혼했다고 했는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현실은 다르더라'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빅' 같은 인물 때문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세상에 절대적인 희생과 사랑은 없다', '야, 그런 게 어디 있어?'라고 얘기는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장면이 나올 때 사람들이 많이 감동하잖아요. 그게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탑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현실이나 여건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야,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사랑은 있는 애들이나 하는 거지!'라고 하죠. 마치 찰리 아빠처럼. 우리도 모르게 이 시스템에 맞춰져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근본적인 사랑이 다 탑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난쟁이들>이 그런 부분들이 툭툭 건드리는 것 같아요.

저는 인어가, 다리 줄어들고 난쟁이로 나왔을 때, 처음 대본보고 진짜 쇼킹했어요. 처음에 봤을 땐 '미친 거 아니야?'할 정도로. 그렇게까지 희생해서 왔는데 찰리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웃음) 물론 결국 돌아왔지만, 저도 인어 때문에 슬퍼요. 인어공주의 희생 때문에 많이 짠해가지고…."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찰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조형균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 '관리'하는 배우 “저는 잠을 많이 자요. 일단 최소 여섯 시간만 딱 자면, 목이 회복이 되니까. 특히 뮤지컬 배우들은 몸이 아픈 거보다 목이 안 좋은 게 더 스트레스가 크잖아요. 목 같은 경우에는 저 은근히 관리 열심히 하거든요. 항상 프로폴리스 약 먹고, 배즙 먹고, 가습기 코앞에다 두고 자고…. (웃음) 무조건 여섯 시간 맞춰 자고. <팬텀싱어> 하면서 확실히 컨디션 관리도 실력이라는 걸 알았어요. 스케줄 관리하는 것마저 우리가 책임져야 될 일이라는 인식이 드는 순간부터 ‘아, 이거 몸 관리 잘해야겠다’ 싶었죠.” ⓒ (주)PMC프로덕션


코미디라는 본래 역할을 잘 지키면서도 감동이 있다.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위트를 놓치지 않는다. 대학로에서 코미디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장르이지만, 이처럼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면모를 지닌 작품은 드물다. 패러디와 애드리브가 난무하면서도, 원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라인을 해치지 않는다. '스페셜데이'나 '보여드림데이', '싱얼롱데이'처럼 관객과 호흡을 맞추며 무대와 객석을 아우르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된다. 허투루 만들고 올린 작품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광경이다. 그러나 이처럼 소중한 극이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단 소재 자체가 진짜 독특하죠? 해외에 놀러 나갔는데 열쇠고리에 백설공주가 담배를 피는 게 있더라고요. 시대가 점점 바뀌면서 기존의 고전을 재해석하는 작품들도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요. <난쟁이들>은 그냥 학교 공연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건데, 기회가 돼서 계속 수정되고, PMC랑 합작하면서 점점 더 좋은 작품이 된 거죠. 사실 좋은 작품들이 지금도 어딘가에 많이 있을 텐데, 아직 기회가 없어서 소개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일단 선택이 되고 난 후부터는 발전시켜가면서 보여줄 기회가 생기는데, 아직은 그 기회조차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배우랑 마찬가지죠. 배우도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니까.

그래서 <난쟁이들>은 제게 되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예전에 부산에서 두 달 동안 <친구>라는 뮤지컬을 했었는데, 그 때 처음 연락이 와서 '제작발표회' 식으로 노래를 하나만 불러 달라고 했어요. 그게 '공주만 만나면'이었거든요. 지금이랑은 노래가 좀 달랐어요. 그 노래를 연습해서 충무아트센터 '블랙앤블루 프로젝트' 때 노래를 처음 불렀어요. 나머지 '난쟁이들'이 한예종 학생들이었고, 재연까지 함께 했던 (송)광일이까지 있었죠.

그때 처음 부르고 나서 '블랙앤블루' 이어서 '예그린'까지 참여하게 되고…. 일단 제가 그런 창작 경연에 나간 것도 처음이었고, 이 작품이 1등으로 선정되고, PMC가 인수하면서 상업 공연으로 키우고…. 이 과정을 다 함께했잖아요. 작품의 거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다 했던 작품이라서 더 남다른 것 같아요."

세 번째 그리고 마지막 찰리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찰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조형균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 의외로 힘든 포인트 "가끔 왕자들이 뭐 이상한 걸 또 짜요. 나는 처음 보는데, 그걸 갑자기 무대에서 하면 ‘현웃’(현실웃음)이라고 하잖아요? 현웃 나와서 죽겠는 거예요. (웃음) 너무 힘들어요, 진짜. 웃음 참는 것도 힘들고.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물론 애드리브도 극의 재미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너무 막 웃어버리면 안 되잖아요. 근데 무대 위에서 웃음 게이지가 차다 보면 막 미치겠는 거예요. 진짜 세상의 모든 슬픈 생각을 다 해요. (웃음) 너무 웃긴 날은 너무 힘들어요. 이런 공연이 흔치 않은데…. (웃음)" ⓒ (주)PMC프로덕션


초연과 재연에서도 워낙 찰리를 잘 소화했기 때문에 이번 삼연에서도 조형균의 복귀를 예상한 팬들이 많았다. 그만큼 조형균의 찰리를 애정하는 팬이 많고, 그 기대에 부응하여 당연하다는 듯 돌아왔다. 하지만 배우 본인의 입장에서는 부담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이번 세 번째 <난쟁이들> '찰리' 역에 캐스팅된 배우 중에서 유일하게 '뉴 페이스'가 아니었다. 트리플 캐스팅된 윤석현, 신주협 배우 둘 다 <난쟁이들>에 처음 합류한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을 터이다.

"그냥 '몇 번 더 했다' 이 정도 차이죠. (웃음) 부담되죠. 저는 원래 했던 공연은 잘 안 하려고 해요. 할 때마다 디벨롭(Develop) 시켜서 와야 되는데….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겠지만, 그 작품을 할 때는 진짜 미친 듯이 최선을 다하잖아요. 근데 같은 걸 또 하게 됐을 때 '더' 미친 듯이 해야 되는데 '그럴 수 있을까?' 싶어요. '누가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타이틀이 걸리면 관객 분들의 기대감이 커지잖아요. 사람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서. 그런 것 때문에 했던 작품은 잘 안 하려 해요.

그런데 이번에 <난쟁이들>은, 석현이 형이나 주협이가 새로 들어오긴 했지만, 원래 초연 멤버들이 다 오는 거니까 제가 빠지면 또 그렇잖아요. 저희가 이번 시즌 하기 전에 배우들끼리 먼저 연락을 했어요. '할 거야?' '너 하면 할 거야!' (웃음) 약간 이런 식으로? 팀워크가 너무 좋아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의리도 있고, 하면서도 작품이 너무 재밌어요. 너~무 행복해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찰리가 배우 조형균의 필모그래피에서는 마지막 찰리가 될 예정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연 <난쟁이들>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제 그만해야죠. 박수칠 때 떠나라고 하잖아요. 딱 여기가 유종의 미인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난쟁이들>이 더 발전하려면 저희는 그만해야 돼요. (웃음) 진짜로. 다른 초연 배우들도 다 마지막일 거예요. 다 같이 거의 마무리하는 시점이라서…. 그래야 새로운 신인 배우들이 들어오고 순환이 되죠. 다음 시즌엔 정말 새로운 멤버들이 해야, 또 신선하게 <난쟁이들>이 재해석돼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초연, 재연, 삼연까지 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모르는 이 작품에 대한 고정관념이 분명 있을 거예요.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은 하나예요. 너무 익숙해져서 신선한 생각이 잘 안 난다는 것. 그런 거 있잖아요. 특히 무대 공연은 같은 대본을 매일 하다 보면, 저희도 모르게 틀이 생겨요. 그걸 많이 깨고 싶은데, 그게 매일매일의 과제인 것 같아요. 그 틀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걸 전혀 접해보지 않은 배우들이 와서 새롭게 또 다시 만들면, 우리보다 더 신선하고 재밌을 것 같은 생각도 들어요. 이랬는데 막 나 또 해? (웃음) 저는 이제 다른 작품으로 더 열심히 해봐야죠."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찰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조형균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 뉴스를 보는 찰리 "<난쟁이들> 하면서 생긴 습관 중에 하나가 포털 뉴스를 엄청 많이 봐요. (웃음) 작품이 동화적이지만, 또 되게 현실적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극 시작 전 안내 멘트에 사활을 걸어요. 거기서 어쨌든 관객의 마음을 열어야, 그 다음에 우찬이가 나와서 수월하게 할 수 있거든요. 만약에 제가 실패하면 우찬이가 열어야 되고…. (웃음) 근데 이게 매일매일 제가 너무 즉흥적으로 다르게 해서, 전에 했던 건 기억이 안 나요. (웃음) 오늘도 걱정이네요. 끝나고 분장실 가서 네이버 한참 봐야 돼요." ⓒ (주)PMC프로덕션


'찰리 장인'으로 꼽히는 조형균의 귀여운 난쟁이 연기를 더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움'을 갈망하고, 이 작품이 보다 새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애써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초연 때부터 <난쟁이들>이라는 작품을 그리고 '찰리'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어온 그. 아마 다음 시즌의 <난쟁이들>에서 찰리라는 캐릭터를 새로 입을 이들도 조형균이 만들어놓은 찰리를 여러모로 참고하지 않을까. 무릎으로 열심히 걸어다닐 후발 주자에게 먼저 떠나는 선배로서 한 마디를 부탁했다.

"찰리 장인이라기보다는 찰리를 많이 했던 사람으로서, 그냥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생각보다 힘들어요. (웃음) 이게 보는 입장에서는 '별로 힘들 거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보일 수 있지만, 진~짜 생각보다 힘들어요. 우찬이가 스페셜데이에서 찰리를, 그것도 '공주만 만나면'부터 말고, 변신하고 나서 '이렇게'까지만 했어요. 우찬이가 다음날 저한테 와서 그러더라고요. '형, 너무 힘들다' (웃음)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너는 그것만 했잖아. 근데 '공주만 만나면'부터 '이렇게'까지 가고 '끼리끼리'까지 간다고 생각해봐'라고…. (웃음) 너무 재밌고 너무 힘들어요.

맨날 배우들이 신 하고 들어오면 하는 얘기가 '너무 재밌는데 너무 힘들다'고…. (웃음) 무릎은 괜찮은데, 그냥 힘들어요. 찰리의 주 감정라인이 '열정'이잖아요. 막 활활 타오르고, 어떻게든 인생역전 해보려고 하고. 그러니까 톤 자체도 계속 '파이팅'이 있어야 되니까. 캐릭터가 내성적인 성격이면 체력적으로는 덜 힘들 텐데, 매사에 늘 파이팅하는 캐릭터라 너무 힘들어요. 근데 또 코미디 작품이니까….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시면 또 힘이 나죠."

좋은 사람, 좋은 배우

 뮤지컬 <난쟁이들>에서 '찰리'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조형균의 프로필 이미지 및 공연 사진.

▲ 팀워크의 중요성 "확실히 무대 공연은 팀워크가 좋아야 된다는 걸 배웠어요. 이건 정말 명백한 사실 같아요. ‘대본이 탄탄하지 않아도 배우들이 탄탄하면 살릴 수도 있다’ ‘대본이 아무리 탄탄해도 배우들 간의 팀워크가 떨어지면 오히려 공연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난쟁이들>을 통해서 ‘아, 이거 진짜 맞구나!’ 했어요. ‘팀워크가 좋아야 작품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다른 작품을 가더라도 팀워크를 많이 중요시하게 됐어요." ⓒ (주)PMC프로덕션


본인은 겸손해 했지만, '키 크고 잘생긴 9등신 왕자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이제 몇 회차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다. '잘생긴 조형균'을 무대에서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슬프지만, 관객만큼이나 찰리를 떠나보내야 하는 배우의 마음도 젖어있을 것이다. 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찰리는 배우 조형균에게 어떤 옷으로, 어떤 인물로 남을까.

"인어랑 행복할 것 같아요. 행복할 것 같은데! 원래 제가 그 마지막에 해산물 꽃다발을 주잖아요. 저는 맨날 곡괭이를 주고 싶어요. (웃음) 그게 현실이잖아요, 사실. 맞벌이해야 이 세상 살아가는 거고. (웃음) 둘이 함께 행복하게 살았을 거예요. 행복할 거예요, 찰리는.

늘 난쟁이 마을은 쳇바퀴잖아요. 빈민 계층이라고도 볼 수 있고, 그 친구들은 거기에 되게 만족하면서 살고 있고…. 그냥 일하고, 하얀 빵 주면 그냥 먹고…. 근데 걔(찰리)는 '이렇게 사는 게 지겹지 않냐'며 뛰쳐나간 거잖아요. 인어공주를 만나고 나서 다시 돌아왔을 때, 마음만은 되게 편할 것 같아요. '정말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한 건가?', '정말 돈이 많아야 행복한 걸까?' 아니면 '직위가 높아야 행복한 건가?' 인어 때문에 희생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인어가 옆에 있어주는 것 자체만으로 그냥 배부를 것 같아요.

찰리는 온전히 제 스타일로 만들어진 캐릭터기 때문에, 좀 더 나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많이 알려질 수 있었던 캐릭터였어요. 희로애락이 다 있지만, 그 중에서도 희극적인 요소가 많은 극인데 무대에서 그런 부분을 어떻게 이끌어가야 되는지 많은 공부가 돼줬던 작품이고요. 지금도 공부가 많이 되고 있고, 지금도 늘 어떤 희극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함께 줘요. (웃음) 공부와 스트레스를 공존하게끔 해주는 캐릭터라서,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 공연까지 찰리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드리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스스로 '싱어'가 아니라 '배우'라고 규정하고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 오는 11일 공연이 끝나고 나면 또 쉴 새 없이 다음 작품 준비에 들어간다.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 속 진기한으로 그리고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의 '프로페서 V'로 활약할 예정이다.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많은 걸 소화할 수 있는 담백한 배우라는 뜻 아닐까. 비빔밥도 가능하고 초밥도 될 수 있고, 볶음밥이 되거나 아니면 그냥 그 자체로 맛있는 맨밥일 수도 있고….

"재연 이상의 작품은, 그 작품 자체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의 기대에 제가 누가 되면 안 되는 거니까…. 무대 공연은 재연, 삼연, 사연 계속 가기 때문에 그만큼 계속 발전해가야 하니까요. 제가 해석한 대로 공부해서 '딱' 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잖아요. 고민과 부담은 항상 있어요. 그렇다고 극복하는 방법도 딱히 없어요. (웃음)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그냥 '이 작품이 망하면 내 배우 인생은 끝이다 '는 마음으로!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똑같아요. 되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작품 끝나고 나중에 시간 지났을 때 누가 '형균이랑 작업하면 진짜 재밌는데' 이런 얘기! 그런 말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연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인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인성을 판가름해주는 게 주변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작품 할 때마다 주변 동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음…. '쌀'밥 같은 배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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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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