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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환승할인, 2017년 정리추경에 '갑자기' 반영

인천시가 택시 환승할인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택시 환승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뒤 택시를 타면 택시요금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로, 시는 올해 10월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6월에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는 지난해 8월 인천발전연구원의 기초조사를 토대로 택시 환승할인 정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해 10월 정보화담당관실의 정보화 사업 타당성 검토와 예산담당관실의 학술용역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2월 3차 추가경정예산에 시스템 구축비 등으로 사업비 20억원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시가 추진하는 택시 환승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뒤 30분 이내에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중 500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인천도시철도와 버스가 환승 대상이며, 코레일이나 서울도시철도, 경기도 버스 등은 제외된다. 대중교통을 먼저 타고 택시를 타야하며, 택시를 먼저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할인되지 않는다.

시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롯데이비카드(인천버스운용시스템)와 한국스마트카드(=인천도시철도운영시스템)를 통해 대중교통과 택시 간 환승 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인천의 대중교통 이용객은 하루에 약 150만명이며, 이중 후불카드 이용자가 95%, 선불카드 이용자가 5%를 차지한다. 이중 택시환승 이용객은 7000여명이며, 선불카드 이용자는 330여명으로 조사됐다.

시는 시범사업을 거쳐 우선 대중교통을 먼저 이용한 뒤 택시로 환승하는 경우에 요금을 할인해주고, 나중엔 택시를 먼저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할인이 가능한 양방향 환승 할인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시는 택시 산업 활성화와 대중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주안역 등에서 조사했는데 대중교통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어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해소하고, 나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택시 환승시스템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 택시 환승할인 정책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시는 인천발전연구원의 기초조사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했다고 했으나, 인천발전연구원이 수행한 과제는 시가 의뢰한 정책과제가 아니라, 연구자가 제안한 인천발전연구원 내부 과제였다.

게다가 택시 환승 실태만 조사하는 연구였다. 택시 환승할인제에 대한 연구는 올해 상반기 과제로 시가 의뢰해 인천발전연구원이 수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 연구 결과가 나온 뒤 정책을 수립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시는 2017년 정리추경인 3차 추경에 2018년 사업비를 반영했다. 이는 택시 환승할인 정책이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서울에 의존해 정산하는 환승할인 개선이 더 급해

기술적 문제로 사업의 실효성도 논란이다. 부산시의 경우 현재 선불카드만 환승할인을 지원하고 있다. 후불카드까지 확대하려면 카드업계와 협의를 마쳐야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인천의 경우 선불카드를 사용해 택시로 환승하는 대중교통 인구는 하루 330여명에 불과하다. 시는 대중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하루 330여명을 위해 예산 20억원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시는 후불카드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뒤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그렇더라도 정산시스템이 과제로 남는다.

인천ㆍ서울ㆍ경기는 수도권 통합 환승할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정산센터가 없어 서울시(지분 33%)와 한국스마트카드가 합작해 설립한 서울스마트카드가 정산한 결과를 받아 환승할인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는 정산 수수료 6%를 내고 있다. 환승요금을 지원하지만, 어떻게 분배됐는지 인천시와 경기도는 알지 못하는 구조다. 정산 방식과 높은 정산 수수료율이 문제로 등장하자 인천시도 서울시처럼 별도의 정산센터를 설립하려 시도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경기도는 환승할인을 지원하고 있지만, 버스준공용제를 택하지 않고 있어 버스업체의 적자를 보전하지 않는다. 반면 서울시와 인천시는 준공영제라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정산센터를 운영하며 운행내역과 정산 결과를 파악하고 있지만, 인천은 시와 버스조합 모두 서울스마트카드가 보여주는 정산 결과에만 의존해 환승할인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중교통만 해도 이 같은 문제점이 있는데, 택시 환승할인도 결국 정산하려면 서울스마트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지도ㆍ감독을 철저히 해 정산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에 독자적인 정산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 설립비는 약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즉, 20억원을 들여 택시 환승할인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인천 정산센터를 설립해 버스준공영제 또는 환승할인요금 지원에서 발생하는 누수를 차단하고 대중교통 환승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게 더 급하다.

택시가 대중교통 되면 업계 요구 더욱 커질 듯

택시 환승할인요금 지원은 또, 택시에 대중교통의 길을 사실상 열어준다는 우려가 있다. 택시 환승할인요금 지원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본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중교통인 버스의 경우 시가 공영차고지를 지원하고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운영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

택시도 대중교통으로 인정할 경우, 택시업계에서 대중교통에 준하는 지원을 시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버스준공영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도 대중교통에 준하는 지원을 할 경우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택시업계 종사자도 택시 환승할인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A씨는 "할인받는 승객 입장에선 좋을 수 있지만, 환승할인을 도입한다고 해서 택시 손님이 늘어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으며,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B씨는 "지금 교통카드 시스템도 잔고장이 많아, 이를 악용해 카드밖에 없다며 요금을 안 내는 승객이 있다"고 불신을 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 #택시환승 할인, #유정복, #대중교통, #인천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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