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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붉은 꽃 동백은 3월에 가장 절정을 이루는 봄맞이 꽃이다.
▲ 오동도 동백꽃 선명하게 붉은 꽃 동백은 3월에 가장 절정을 이루는 봄맞이 꽃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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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난 봄의 문턱에서 찾는 꽃

1848년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소설 <동백아가씨(La Dame aux camélias)>는 1853년 이탈리아의 작곡가 베르디에 의해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라는 오페라로 만들어져 원작보다 더 유명해졌다.

(이 오페라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일본에서는 원작의 동백아가씨를 일본어로 표기한 <춘희(椿姬)>라고 불렀다. 이 용어가 우리나라에도 수입됐는데, 지금까지도 춘희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 오페라의 첫 장면이 '축배의 노래'인데, 화려한 사교계의 여주인공(실제로는 상류사회 남성들을 상대하는 고급 창부) 비올레타가 수많은 상류사회 남성들과 어울려 술잔을 들고 부르는 노래이다. 이 때 그녀는 가슴에 '동백꽃'을 꽂고 노래를 부른다.

18세기 후반~19세기 중반 유럽에서는 때아닌 중국 바람이 불었는데, 중국산 차와 도자기, 그리고 중국산 동백꽃이 유럽의 귀족과 상류사회에 유행으로 번져 '신비로운 아시아'의 이미지에 더욱 화려한 덧칠을 한다.

문화적 후진국이 외래의 고급문화를 대하며 무조건적인 열광과 허영을 드러낸 사례인데, 이때 동백은 귀족 여성들과 고급 창부들의 필수 휴대용 꽃으로 엉뚱한(?) 인기를 누린다. 물론 작품 자체는 당시의 퇴폐적이고 위선적인 사회상과 이중 윤리를 비판하지만, 보통 관객들은 화려한 무대와 귀에 익숙한 노래, 비올레타가 꽂은 동백꽃에 열광한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붉게 핀 동백. 핏빛같은 동백은 바다의 파란색과 색채의 대비 효과가 크다.
▲ 오동도 동백꽃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붉게 핀 동백. 핏빛같은 동백은 바다의 파란색과 색채의 대비 효과가 크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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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전쟁이 이어지는 데다 산업혁명으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세상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는데, 한쪽에서는 지난날의 귀족 문화와 차별적 인습에 매몰되어 과거로의 인생을 즐기는 퇴폐, 향락적 흐름도 엄연히 존재했던 셈이다.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이미 19세기에 세계화(?)된 꽃, 동백. 향기가 없는 꽃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그 강렬한 색채만으로 사람들의 눈길과 애정을 끌었던 꽃이 동백이다. 유럽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꽃이 당대 유럽인들에게 한때나마 그렇게 인기를 끌었던 것도 동백이 갖는 색채와 매력 덕분일 것이다.

특히, 동백은 겨울 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붉은 꽃의 이미지가 있는데, 역시 흰색에 붉은색의 대비가 워낙 강렬하여 만들어진 이미지이기도 하다.

3월 하순이면 동백숲 바닥에는 송이째 툭 떨어진 동백꽃이 붉은 융단을 이룬다.
▲ 오동도 동백숲 3월 하순이면 동백숲 바닥에는 송이째 툭 떨어진 동백꽃이 붉은 융단을 이룬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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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동백은 봄철이 제철인 꽃이다. 겨울에도 꽃을 피우긴 하지만, 일부의 사례일 뿐, 동백이 가장 제대로 꽃을 피우는 시기는 3월부터다. 정확히는 3월 중순에 남해안 일대에서 절정을 이루고, 차츰 북상해서 서해안 일대에서는 4월까지 늦게는 5월 초까지 꽃을 피운다. 동백이 남해안에서 절정을 이루는 3월은 과거 음력으로 따지면 2월이니 옛날에는 여전히 겨울이었던 셈. 그러니 겨울 꽃으로 인식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양력을 주로 사용하고 3월부터 봄이니 초봄에 피는 꽃이라 해야 맞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가장 먼저 붉게 알리는 꽃, 동백을 앞장서서 맞아 보자. 동백의 명소이자 섬 자체가 동백섬으로 불리기도 하는 여수의 오동도와 거제의 지심도는 바다와 어울린 동백의 붉은 마음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이다.  

3월이면 붉게 물드는 섬, 여수 오동도

해상케이블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바라본 오동도 전망. 방파제로 연결된, 둘레 2km의 작은 섬이다.
▲ 오동도 전망 해상케이블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바라본 오동도 전망. 방파제로 연결된, 둘레 2km의 작은 섬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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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의 상징이자, 여수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를 들라면 역시 오동도가 첫손에 꼽힌다. 여수항 끝자락에서 700여 미터의 방파제로 연결된 작은 섬 오동도는 동백섬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지금이야 남해안 일대에서 동백의 명소들이 많아졌지만, 역시 전통의 동백꽃  명소하면 오동도이다.

오동도에서 동백이 만발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대개 3월 초~중순쯤에 갈 것이고, 송이째 뚝 떨어져 바닥에 붉은 융단처럼 깔린 모습을 보고 싶다면 3월 하순 이후에 가볼 일이다. 4월이면 이미 자취를 감춘다.

오동도는 여수항 건너편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한 섬이라, 조선시대에는 섬 전체가 전라 좌수영 수군의 훈련장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오동도에는 이순신 유적지임을 알리는 표시들이 있고, 거북선 모형도 전시되고 있다.

본래 섬의 명칭이 오동도인 것은 섬 생김새가 오동잎처럼 보이고,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가득하여 오동도로 불리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두껍고 탄력 있는 잎과 붉은 꽃으로 인기 있는 동백이 섬의 주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동백은 해안 쪽과 등대 일대에 넓은 군락을 이루고 있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3월 중순 절정기의 오동도 동백숲에는 나무와 땅바닥 모두에 붉은 빛이 가득하다.
▲ 오동도 동백숲 3월 중순 절정기의 오동도 동백숲에는 나무와 땅바닥 모두에 붉은 빛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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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의 산책길은 약 2km로, 조그만 공원과 바다 풍경이 한적한 느낌을 주며, 일반적인 데이트 코스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방파제를 건너고 천천히 걸어 동백열차를 타고 건너가도 된다. 섬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등대에 오르면 여수 시내와 한려수도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고, 해안 쪽으로는 병풍바위, 소라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 용굴 등 갖가지 기암괴석들이 펼쳐져 있다.

숲길을 따라 산책하면 해안으로 나가는 길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해안가에 내려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기암절벽을 감상하면 더욱 좋다. 동백만 볼 일이 아니다.

오동도를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으로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동도 해안 일대의 절경을 배에서 보면 또 다른 맛이다. 야간에도 야경 크루즈를 운영한다(유람선 이용 : 899-4841, www.odongdocruise.com).

오동도에는 동백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안에는 기암의 동굴도 있어 볼거리가 된다. 파도가 만든 용굴의 발 아래에는 지금도 파도가 들이친다.
▲ 오동도 용굴 오동도에는 동백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안에는 기암의 동굴도 있어 볼거리가 된다. 파도가 만든 용굴의 발 아래에는 지금도 파도가 들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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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주소: 전남 여수시 오동도로 222
문의: 오동도 061-659-1819

오동도에 차는 들어갈 수 없다. 입구 주차장에 하차해야 한다. 주차장은 100여 대 이상 주차 가능. 오동도 입장시간은 오전 6시~오후 9시. 여수에 가면 해상케이블카와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에는 꼭 같이 들러볼 것.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바다와 어울린 풍경을 대할 수 있다.

마음을 닮은 푸른 바다 위 붉은 섬, 거제 지심도

지심도 중앙부에는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조형물이 있어 사진 촬영 포인트가 되고 있다.
▲ 지심도 손가락 하트 조형물 지심도 중앙부에는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든 조형물이 있어 사진 촬영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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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다가 3월부터 많아지고 중순 쯤 되면 매일 배가 꽉 차서 옵니데이. 사람들이 신기하게 잘 알고 찾아옵니더."

경남 거제시 지심도 주민들은 3월만 되면 바빠진다. 갑자기 몰려드는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때쯤 장승포에서 배 타고 들어가는 작은 섬을 찾는 사람들이 동백꽃만큼 많아진다.

섬 전체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지심도. 전체 해안선의 길이가 3.7km에 불과한, 사람들이 산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작고 외딴 섬이지만, 수시로 방문하는 사람들로 그다지 외롭지는 않은 섬이다.

파란 하늘, 파란 바다, 그리고 붉은 동백이 어울리는 동백섬 지심도에 동백이 절정이다.
▲ 지심도 동백꽃 파란 하늘, 파란 바다, 그리고 붉은 동백이 어울리는 동백섬 지심도에 동백이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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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섬 중앙부로 오르는 길은 물론 울창한 숲속을 걸어도 모두 동백나무요, 동백꽃이 반긴다. 동백숲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울창하다. 선착장에서 반대편 해안선 전망대와 망루까지 1.5km 거리에 불과하고, 해안 절벽에 다녀온다고 해도 700m 더 가는 정도이니 섬 전체를 한 바퀴 돈다 해도 2시간이면 다 다녀올 수 있다. 물론 어딘가에 머물러 사진도 찍고 휴식도 취하면 조금 더 시간을 잡으면 된다.

섬 중앙부에 비교적 넓은 광장이 있는데, 손가락을 하트 모양으로 만든 조형물이 있고, 남쪽으로 수평선을 조망할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보통 이곳을 지나간다.

또, 섬 어디서든 바다를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절벽과 연결된 바다는 파란색과 초록색을 섞어놓은 듯 짙푸른 빛을 띠고 있어 인상적이다.

거제도가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해안 절벽의 멋진 풍경은 잊기 힘든 절경이다.
▲ 지심도 해안 절벽 거제도가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해안 절벽의 멋진 풍경은 잊기 힘든 절경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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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는 일제 말기 일제가 설치한 포 진지와 탄약고, 탐조등 보관소가 남아 있다. 미국과 연합군이 일본의 점령지를 재점령하며 밀고 올라올 때 최후의 발악을 위해 연합군 상륙을 저지하기 위한 요새로 만든 섬 중 하나다.

우리 땅도 자기들 일본 땅으로 간주하고 일본군 1개 중대를 배치하여 최후까지 저항하도록 명령을 내려놓았던 곳이다. 일본 국왕의 무조건 항복으로 실제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제주도를 포함해서 남해안 여러 곳에 그 흔적들을 남겨 놓았다.

지심도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며 일제 강점기의 생채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이 아름다운 동백섬이 우리 땅임을 새삼 되새긴다.

여행 정보

문의: 055-681-6007, 지심도 공식 홈페이지 www.jisimdoro.com

거제도 장승포항에는 일반 유람선터미널과 동백섬지심도터미널 두 곳이 있어 헷갈리기 쉽다. 반드시 동백섬지심도터미널로 가야 한다. 오로지 지심도행 배만 뜨는 곳이다.
배편은 평일 8:30 10:30 12:30 14:30 16:30, 주말에는 3회 더 늘어난다. 나오는 배는 들어가는 배의 +20분 하면 된다. 즉, 터미널에서 지심도까지 20분이면 간다는 얘기. 사전에 지심도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지심도는 펜션과 민박집들이 여럿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하고 전화로 예약할 수 있다. 숙박하면서 아침 일출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심도의 동백숲은 아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 지심도 동백숲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심도의 동백숲은 아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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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동백꽃, #여수 오동도, #거제 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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