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 강정민

관련사진보기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가 올해는 뭘 배울까? 궁금해서 교과서를 펴 보았다. 특히 초등학교 5학년 수학이 어려워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수학 교과서 목차를 읽어 보니 이번 학기 5개월 동안 다 배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될 만큼 분량이 많다. 1단원이 약수와 배수, 2단원은 직육면체, 3단원은 약분과 통분, 4단원은 분수의 덧셈과 뺄셈, 5단원 다각형의 넓이, 6단원은 분수의 곱셈이다.

수학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어려워진다 말하는 이유는 5학년 때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배우기 때문일 거다. 성인 중에도 '분수의 덧셈' 문제를 풀라 하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꽤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집에도 그런 성인이 있다. 우리 집에 사는 분에게 분수의 덧셈을 하라고 하면 분모와 분자를 각각 더해야 하나? 아니면 분모를 통분한 뒤 분자를 더해야 하나? 헷갈려 한다.

과거에 학원에서 중학교 수학을 가르친 적이 있다. 수업을 잘 못 따라오는 학생들 보충 수업을 할 때면 그 학생이 과거 어느 부분에 이해가 부족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몇 가지 문제를 풀어보게 했다.

그때 낸 문제 중 가장 기초적인 내용은 분수의 사칙연산 문제다. 분수의 사칙연산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수와 식'을 배우는 수업을 아무리 열심히 집중하고 들어도 소용이 없다. 분수의 계산법은 기초이면서도 정말로 중요한 단원이다. 분수의 계산법은 다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학을 어려워하게 되는 시작점이 '분수의 덧셈과 뺄셈' 단원인 경우가 제일 많다.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 강정민

관련사진보기


5학년인 학생들은 3월에 1단원 '약수와 배수'에서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까지 배우게 된다. 최대공약수를 배워야 분수를 약분할 수 있고 최소공배수를 배워야 분수의 통분을 할 수 있다. 3단원인 '약분과 통분'을 배우기 위해서는 1단원이 꼭 필요하다. 3단원을 배워야 4단원 '분수의 덧셈과 뺄셈'을 공부할 수 있다.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 강정민

관련사진보기


학생들은 분수의 덧셈을 계산법을 분수의 원리를 이해해서 배우기보다는 기계적으로 풀잇법을 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배우면 6단원 '분수의 곱셈'을 배우면서 문제가 생긴다. '분수의 곱셈'을 선생님이 알려주면 학생들은 그 계산법이 '분수의 덧셈'보다 상대적으로 쉬워서 좋아하지만 다 배운 뒤엔 '덧셈 계산법'과 헷갈리게 된다. '덧셈도 분모는 분모끼리 분자는 분자끼리 더하면 되는 걸까?' 전에 배운 덧셈 계산법은 잊고 뒤죽박죽이 된다.

그런데 5학년 1학기 수학의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은 '분수의 덧셈 뺄셈 곱셈'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버거운데 2단원의 직육면체와 5단원 다각형의 넓이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 달에 여섯 개의 단원을 배워야 하니 평균 한 단원을 3.6주에 배워야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겐 어려운 단원인 '분수의 덧셈과 뺄셈 곱셈'을 배우는 5학년 1학기엔 도형까지 같이 배워서 배워야 할 분량이 절대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한 단원을 4주에 끝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5학년 1학기 수학은 배우는 양을 줄여야 한다.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교과과정을 짠다면 지금보다는 배우기 수월하리라 생각이 든다. 과목 중에 수학을 제일 좋아하는 고등학생인 둘째에게 5학년 1학기 교과서를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엄마 그때는 어차피 몰라. 배워도 맨날 까먹어. 그냥 분수의 개념이나 잘 가르쳐 줘."
"넌 언제 정확하게 분수 계산법을 알게 됐어?"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정확하게 안 거 같아. 다른 애들도 다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분수 개념만 잘 알려주면 돼."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5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
ⓒ 강정민

관련사진보기


분수에 대한 개념을 깊이 이해해야 덧셈과 뺄셈에 왜 통분이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런데 선생님들도 가르쳐야 할 내용이 많다 보니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시간을 들이기 보다는 푸는 방법에 집중을 해서 가르치게 되고 그러다보니 학생들 또한 기계적으로 풀기도 바쁘게 된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첫 단원은 분수의 덧셈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학 사교육을 5학년 때쯤엔 대부분 시작을 하게 된다. 분수의 계산법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이 힘들어 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분수를 충분하게 이해할 만큼 우리가 교과과정을 짜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연 지금의 교과과정이 학생들이 분수를 충분히 이해할 만큼 질문을 하고 교과과정에 그런 여유를 담아냈는지 고민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분수의 덧셈을 배우고 그 내용이 자신들이 몸에 들어가서 충분히 소화될 시간과 다양한 경험을 갖게 도움을 줘야 한다.

계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계산을 하는지 이해하게 만들기 위해선 5학년 1학기 수학에서 배우는 내용을 줄여야 한다. 내 생각엔 수학포기자를 양산하는 1등 공신이 바로 5학년 1학기 교과과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 다. 다음 교과과정 개편 때에는 5학년 1학기는 분수에 집중하고 도형은 다른 학기에 배우게 교과과정을 변경하길 학부모로서 제안해 본다.


태그:#교과과정, #수포자, #분수 계산법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