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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진영에서만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미투운동으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 홍준표 "미투운동으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진영에서만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미투운동으로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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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자유한국당의 '여자만세' 전국여성대회 행사에서 홍준표 대표가 발언한 동영상을 보자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민망한 사건들이 좌파진영에서만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좀 더 가열차게 (미투 운동을 진행해서) 좌파들이 더 걸려들면 좋겠습니다."
(함성과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미투 운동을 통해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의 고통, 국민들에게 '저를 지켜달라'고 한 그녀의 절규, 그것을 바라보다 잊었던 기억이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고뇌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곳에서 박수를 치는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들과 당직자들 중에 아픔을 느끼는 이가 분명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상 '좌파는 망하라'며 웃고 떠드는 그들 속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작은 부분까지 기억하며 소름끼쳐 했을 누군가가.

그녀는 손뼉을 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박수치는 무리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몸에 대패질하는 고통에 시달렸을까. 나는 짐짓 장담한다. 그 속에 분명 그녀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홍준표 대표 등은 미투를 계기로 잘못된 성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낸다. 그들이 안 되는 이유다. 이 문제는 '그릇된 성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한 남성 몇 명의 왜곡된 성의식이 본질이 아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성폭력 진술은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 그건 하늘이 정한 일이다"라는 식의 성차별적인 말 따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돼지발정제를 먹이면서 강간을 모의한 에피소드를 '치기 어린 젊은 시절의 무용담'으로 말하는 것을 용인하는 문화 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간주하고,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함부로 대하고, 여성이 할 일과 남성이 할 일이 나누어져 있다고 보는, 지독한 가부장적 질서. 남성과 여성이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은 당신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런데 그쪽은 왜 이토록 조용할까.

침묵할 수밖에 없는 누군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me too #with you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미투 #위드유 캠페인 펼친 한국당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me too #with you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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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친구가 물었다.

"왜... 너희 쪽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니?"

소위 진보로 일컬어지는 진영에서만 미투 증언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물론 나는 이 일이 이곳과 저곳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해자들에게 왜 진영의 꼬리표가 달리는지도 모르겠고, 그들이 진짜 '진보'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성희롱과 성폭력은 한국 사회 대부분 여성이 겪는 일이다.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의 범위도 그만큼 넓다.

그런데 왜, 어느 쪽에선 증언이 적게 나오는가. 말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그나마 소위 진보진영, 좌파진영의 가해자들에 대해서 말할 때,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것일 수 있다. 이건 오히려 성폭력 문제에 대한 성찰이 가능하고, 반성이 가능하고, 변화가 가능하다는 방증이다.

미투는 '나도 당했다'는 폭로가 아니라 '나도 말한다'는 용기의 문제이다. 용기란 어떤가. 들어줄 사람이 있을 때 발현된다. 내 비명과 절규에 손 내밀어줄 사람이 있을 때 사람들은 용기를 낸다. '말할 수 있다, 들어줄 수 있다'의 전제가 없다면 누구도 용기를 낼 수 없다(물론 그곳이 어디든 다시금 우리는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그러니 그들 속에는 용기를 낼, 감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구도 없다는 절망이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심지어 여성대회에서 웃고 떠들고 환호했다. 미투를 조롱했다. 연회장을 가득 메운 여성들의 웃음소리는, 그래서 너무 가슴 아팠다. 그들 중 가슴을 쥐어짜며 고통에 차서 앉아있을 누군가가 나는 염려된다.

왜 그렇냐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누군가의 용기를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이 재조사 하기로 결정한 김학의 성접대 의혹, 죽음으로 비명을 지른 장자연 사건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홍준표에게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와 #WithYou(위드유)를 할 것인가. 나는 알지 못하겠다. 내가 만일 세상 끝에 몰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위기에 처해도 당신들과 함께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면 당신들은 이 사회의 여성을 2등 시민으로 만든 주역이기 때문이다.

웃고 떠들지 마시라. 빼곡히 내 안에 들어찬 상처만으로도 피눈물 난다. 나는 여성으로 살아온 죄밖에 없다. #MeToo #WithYou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개인 SNS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투, #자유한국당, #홍준표, #위드유, #너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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