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가 경기에 입을 유니폼을 착용해보고 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가 경기에 입을 유니폼을 착용해보고 있다. ⓒ 이희훈


"사이즈 맞는 것 같아요?"

평창동계패럴림픽 노르딕 스키(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이정민(34) 선수가 지급된 공식 선수복을 입고 이리저리 몸을 둘러봤다. 신의현(38) 선수도 휠체어에 앉아 선수복을 입었다. 최보규(24) 선수와 그의 가이드 김현우(24)는 조금 늦게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서로 농담도 주고받았다. 신 선수는 씻고 수건만 걸치고 나온 이를 가리키면서 "사진 하나 찍어주라"면서 장난쳤다.

개막식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노르딕 스키 대한민국 국가대표 남자 선수 숙소 분위기는 활기찼다. 대표팀의 '형님' 격인 신의현 선수와 이정민 선수는 각각 작은 방을 하나씩 쓰고 있었고, 그보다 큰방 두 곳은 각각 최보규 선수와 권상현(21) 선수, 유기원 트레이너와 김현우 가이드의 방이었다. 거실 겸 부엌에는 시각장애인 최 선수의 전용 장비인 전자 소총이 케이스에 담긴 채 놓여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열린 '미디어 선수촌 투어'에서 신의현·이정민 선수를 만났다.

[신의현] "눈이 펑펑... 국민들 바람 덕인 듯"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 ⓒ 이희훈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좌식) 신의현 선수가 경기에서 입을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좌식) 신의현 선수가 경기에서 입을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신 선수는 대한민국 첫 패럴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2006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그는 재활을 위해 시작한 휠체어농구를 통해 장애인체육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아이스슬레지하키(장애인 아이스하키)와 핸드사이클을 하다가 2015년 노르딕 스키에 입문해 6개월 만에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최우수선수로 오르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신 선수는 제안 당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나이도 있고, 아이도 있고. 잘할 수 있을까도 고민되고.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니깐 해볼까 생각했다"면서 "일단 도전을 했는데 잘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외국선수들만큼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감이 있었는데 자신감만 있는 거더라. 기술도 하나도 모르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겸손이다. 현재 그는 좌식 노르딕스키 남자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정상급 선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틀어 한국 최초의 노르딕스키 월드컵 금메달을 따냈다. 신 선수는 "그래도 노르딕스키에서 역사를 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떻게 하다 보니 역사를 썼다"고 멋쩍어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신 선수는 실내생활은 의족을 벗고 주로 휠체어로 생활한다고 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신 선수는 실내생활은 의족을 벗고 주로 휠체어로 생활한다고 했다. ⓒ 이희훈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 유니폼이 침대에 놓여 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신의현 선수 유니폼이 침대에 놓여 있다. ⓒ 이희훈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신의현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선수가 반다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신의현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선수가 반다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어떻게 하다 보니"라고 말했지만, 사실 훈련과 노력의 성과다. 신 선수는 "1시간 반 이상은 무조건 (스키를) 타고, 많이 탈 땐 6시간도 탄다"라면서 "오전에 스키를 타고 오후엔 근력운동을 하는 날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눈 위의 마라톤이라곤 하지만 스키는 마라톤보다 힘을 더 써야 한다, 비장애 부분에서 서양선수들에게 우리가 밀리는 까닭이 그런 파워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평창 패럴림픽의 금메달 기대주로 부각되면서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성적을 냈으니 (주변에서) 기대하는 게 당연하고, 저도 기대 받는 만큼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평창에 눈이 많이 와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평창엔 14.5cm의 눈이 쌓였다.

"추우면 눈이 단단해지고, 따뜻하면 눈이 물렁해진다. 눈 상태에 따라 힘을 얼마나 써야 하나 달라진다. 그만큼 날씨 영향이 크다. 작년엔 거의 눈이 안 와서 '올림픽 때 힘들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와서 (경기장에) 눈이 많이 있다. 국민적인 바람이 이렇게 만든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

[이정민] "계속 문 두드리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 ⓒ 이희훈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가 시합에 입을 유니폼을 입어보고 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가 시합에 입을 유니폼을 입어보고 있다. ⓒ 이희훈


"메달을 따려고 스키를 한 게 아니라 겨울훈련을 하려고 했는데..."

10살 때 희귀병인 '길레안 바렌 증후군'을 앓아 발목에 장애를 입은 이정민 선수는 본래 조정 선수였다. 영국계 금융회사를 다니던 그는 2013년 MBC 예능 <무한도전>에서 본 조정 경기를 보고 마음을 뺏겨 조정에 입문했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정 혼성 종목에선 은메달도 획득했다.

그런데 물이 얼어붙는 겨울이 문제였다. 대표팀이라도 1년 중 훈련일은 100일, 하루 식비는 7000~10000원, 숙소조차 모텔이어야 했던 조정 종목에서 지원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스스로 두드리고 찾아낸 것이 바로 조정처럼 상체의 힘과 지구력을 요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였다.

"계속 훈련하지 않으면 몸이 처져 버리니깐, 겨울에도 훈련하기 위해서 전국장애인동계체전을 목적으로 모인 서울시장애인체육회의 캠프에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아무도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고작 2주 훈련하고 (경기) 나가는 건데 누가 기대했겠나."

하지만 그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전국동계장애인체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지난 2월 핀란드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 바이애슬론 7.5km 남자 좌식 부문에선 올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인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입문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봐야 하나"는 질문에 이 선수는 "터닝포인트라기보단,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하다가, 계속 문을 두드리다가 이렇게 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들고 즐거워 하고 있다. 이 선수는 "아까워서 개막식 때 입으려고 한번도 안입었다"며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들고 즐거워 하고 있다. 이 선수는 "아까워서 개막식 때 입으려고 한번도 안입었다"며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 이희훈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 유니폼 위에 태극기 헤어밴드가 놓여 있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 유니폼 위에 태극기 헤어밴드가 놓여 있다. ⓒ 이희훈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선수.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 하루를 앞둔 8일 오후 강원도 평창 패럴림픽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 이정민 선수가 방문에 AD카드를 걸어 두고 방을 정리하고 있다. ⓒ 이희훈


실제로 그는 노르딕 스키 대표팀에 합류한 후에도 공부를 계속해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협력개발 석사 학위를 땄고, 현재는 스포츠산업응용학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이다. 이 선수는 "직장생활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패럴림픽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하니깐 공부를 좀 더 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넓어지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것"이라며 "15일에 수업이 있어서 (경기가 끝나면) 가봐야 한다"고 웃었다.

이 선수는 "2015년 9월 대표팀으로 공식훈련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기분은 똑같다"라면서 선전을 다짐했다.

"이날만을 위해 달렸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아직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은 없지만 성적도 계속 상승세다. 이번 대회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2년 반 동안 했던 노력을 이번에 다 쏟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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