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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운동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문화ㆍ예술계 거물들에 대한 폭로가 속속 나오더니 이제는 정치계까지 번졌다. 미투 운동이 성폭력 근절의 기폭제가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의식과 젠더 감수성이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성차별과 여성혐오 문제들이 터지며 피해자들은 더 이상 침묵하거나 숨기를 거부하고 당당히 나섰고, 그들을 지지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페미니즘을 알리고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에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다.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는 만큼 반발과 혐오가 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학에서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있는 인천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젠장'의 안지완(21)씨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 동아리 이름이 특이한데, 의미가 있나?

"'젠더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장'은 한자인 공간 '장'을 썼다."


- 페미니즘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강남역 근처 묻지 마 살인사건 이후 많은 여성들이 일어났고, 대학가에도 여성운동이 붐처럼 번졌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는 학회나 소모임, 동아리 등 어떤 것도 없었던 게 아쉬웠다.


주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함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 친구들과 학과 소모임으로 시작했고,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고, 우리의 경험들이 환원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일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하고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또한 책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천도 하고 있다. 이번 3.8 세계여성의 날에 앞서 3.6 대학생공동행동을 꾸려 다른 학교 학생들과 연대해 활동하기도 했고,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세월호 연대 등의 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 페미니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하고 있다."


- 대학에서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대자보를 붙이는 등, 뭘 하기만 해도 반응이 뜨겁다.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 '여성혐오'와 관련한 대자보를 붙인 적이 있는데, 대자보의 '여성'을 '남성'으로 고쳐 의미를 훼손한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이 SNS에서 퍼지면서 우리 동아리가 유명해지기도 했다.


그 이후 동아리 SNS에 '죽여버린다'는 식의 협박이 많이 와서 힘들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는 페미니즘을 공부할 수 있는 강좌가 적고,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 인권센터 등이 있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다."


- 미투 운동이 확산된 후 학내 분위기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이제 행동을 막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인지가 생긴 것 같다. 반면, 장난치면서 '그런 짓 하면 성희롱이야' 하는 식으로 비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이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미투 운동에서 이어지는 활동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학칙을 바꾸거나 인권센터를 설립하는 등, 제도적으로 구조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근에도 주변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나?

"일상적 폭력은 말할 수 없이 많다. 또, 그런 발언이나 행동이 문제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계속 재생산해내는 경우도 많다. 데이트 폭력도 많다. 가까운 사람이지만 구속하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학내에 폭력 반성 주체가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인권센터 등이 있는 학교도 있는데, 최소한 그런 주체가 있어야 '아 이런 건 하면 안 되는 구나' 하는 인지를 할 텐데 우리 학교는 그런 주체가 없어서 아쉽다. 인권센터가 만들어져 여성의 문제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인권문제를 다루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학 내 성평등이 확립되기 위한 방안은.

"먼저 남성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특권이 있다'고 인정해야 하는데, 그게 힘든 것 같다. 최근에 남성들과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젠더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강좌나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것들을 느낄 기회가 전혀 없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에서 관련 수업이 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각자의 현장에서 모임이나 학회를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거기서 이야기되는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가 학교에 전달되고 대학 운영에 반영돼 대학의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태그:#인천대학교, #페미니즘, #동아리, #젠더평등,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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