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자 남측 이정민 선수가 찾아와 대화를 하던 중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북측 김정현 선수를 향해 엄지를 지켜세우고 있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북측 마유철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마치자 남측 이정민 선수가 찾아와 대화를 하던 중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북측 김정현 선수를 향해 엄지를 지켜세우고 있다. ⓒ 이희훈


"정현아! 정현아!"

공동취재구역으로 향하던 이정민(34) 선수가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북측 김정현(18) 선수를 향해 소리쳤다. 그의 앞에 있던 북측 마유철(27) 선수는 김 선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서로를 향한 남북 선수단의 특별한 응원, 평창동계패럴림픽에도 있었다. 평창올림픽 땐 북측 코치들의 "한둘 한둘" 응원이 화제였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처음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출전한 김은호 선수를 향한 응원이었다. 홀로 뒤처진 채 레이스 중인 김 선수의 모습을 발견한 북측 코치진은 그가 두 바퀴를 도는 동안 경기를 지켜보면서 기합을 넣었다.

11일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스키 7.5km 남자 좌식 경기에선 남측 이정민 선수가 나섰다. 그는 경기 이후 마유철·김정현 선수를 일부러 기다리다가 만나서 격려하고 위로했다.

"경기 중 북측 코치들이 응원해줘서 힘을 받았어요"

 장애인 노르딕스키 이정민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이정민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경기를 펼치는 동안 북측 코치가 이 선수의 주행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그 친구들이 첫 패럴림픽 출전이고, 사실 작년 독일 월드컵 때를 포함하면 이번이 두 번째 국제대회거든요. 독일에서 안면도 익히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요. 스키 타는 중간에 (북측 선수들을) 마주쳤는데 제 앞에서 넘어진 적도 있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봐서요."

이정민 선수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같이 고생했으니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자신보다 어린 북측 선수들이 좋지 않은 성적에 실망하고 상처받을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경기 전에는 보안 관계자들이 많아서 접근하기 어려웠지만 경기 이후 혼잡한 틈을 타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꼴찌로 들어왔으니깐 마음이 좀 그렇잖아요. 아무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더라도 운동선수들은 본인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른 생각으로 빠질 수 있으니깐. 그러지 말고 서로 잘 하자고 했죠."

이 선수의 격려와 위로에 북측 선수들도 웃으면서 받았다고 했다. 마 선수는 "왜 이렇게 이 선수는 빠릅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나는 2년 반이나 훈련했고, 패럴림픽 맞춰서 엄청 노력했다. 너네도 곧 (성적) 올라갈 거'라고 했다"면서 "(마 선수 등이) 장비가 무거워서 조금 힘들었다고도 했는데 조금씩 너네에 맞게끔 가벼운 재질로 제작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 본인도 북측 선수단의 응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중에 북측 관계자 분들도 (저를) 응원해주셨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는데 서슴 없이 저보고 잘 했다고 말해주시더라"고 말했다.

"어제는 11등, 오늘은 10등... 앞으로 하나씩 올려서 5위 안에 들겠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이정민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이정민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장애인 노르딕스키 이정민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이정민 선수가 11일 오전 강원도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이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44분06초1의 기록으로 10위를 기록했다.

그는 경기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록은 지난 월드컵 대회 때와 비교하면 상위권과 많이 격차를 줄여서 만족하는 편"이라면서도 "7위 내에 드는 게 목표였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자신이 특별하는 견제하고 있는 외국 선수들이 있는데 그들이 잠시 앞서나갈 땐 당황했다가 4, 5번째 바퀴에서 격차를 벌려서 힘을 더 냈다고도 덧붙였다.

이 선수는 관중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제 이름을 연호하는 응원이 저를 미는 힘이 됐다. 초등학교 동창들도 와 있는데 큰 힘이 됐다"며 "응원을 들을 때마다 '잘해야겠다', '실수하지 말아야지', '페이스를 좀 더 몰아붙이자' 생각만 하면서 갔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마지막으로 "어제 (바이애슬론 경기에선) 11등 했고 오늘은 10등 했으니깐 다음 경기는 하나씩 (순위를) 올려서 5위 안에 들어가도록 하겠다"면서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이정민 마유철 김정현 크로스컨트리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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