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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4일 인천 송도쉐라톤호텔에서 열린 제382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암호화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했다. 전 교수는 이날 "현재 암호화폐의 고수익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처럼 상승한 비트코인의 가치는 언젠가 거품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량과 가격변동의 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전성인 교수는 이를 단순히 암호화폐 열풍의 종말로 해석하기보다, '화폐'의 근본적인 의미를 분석해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실제 화폐로 기능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답했다. 아래는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기자 주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4일 열린 새얼아침대화에서 '암호화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암호화폐의 경제적 의미와 미래를 분석하는 강연을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14일 열린 새얼아침대화에서 '암호화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암호화폐의 경제적 의미와 미래를 분석하는 강연을 했다.
ⓒ 김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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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이제 암호화폐로 일확천금을 얻는 것은 기대하면 안된다. 언론도 비트코인 시장이 하락세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비트코인의 끝으로만 해석할 일일까? 암호화폐가 실제 화폐로 사용될 수 있느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 여부만 바라보면 안 된다. 암호화폐는 화폐인가? 금과 같이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 여러 질문을 던져보며 암호화폐의 경제적 의미를 분석해야 한다.

암호화폐가 화폐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답하려면 특정 화폐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악화는 실질 가치(화폐 자체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물질적 가치)가 명목 가치에 크게 미달하는 화폐를 의미한다. 반면, 양화는 실질 가치가 명목 가치와 일치하거나 상대적으로 미달 폭이 작은 화폐를 의미한다.

그레샴의 법칙에 따르면 시장에 여러 화폐가 있다고 가정할 때 악화가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10만원의 명목 가치를 가진 금화를 녹이면 7만원 어치의 금속이 만들어지고, 10만원의 명목 가치를 가진 은화를 녹이면 9만원 어치의 금속이 만들어질 때, 금화는 악화, 은화는 양화다. 은화는 금화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실질 가치(돈을 녹여 얻을 수 있는 금속의 비율)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람들은 금화를 시장에서 사용하고, 은화를 금고에 보관한다. 양화는 유통과정에서 도태되고, 화폐 체제는 악화를 사용하는 쪽으로 통일된다.

따라서, 화폐로 사용되려면 여러 거래수단 중에 악화가 되어야 한다. 악화는 양화보다 가치가 낮아 구매자가 편한 마음으로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높은 수익률이 오히려 발목잡아

또한 그레샴의 법칙에 더해 프리드먼의 최적 이자율 이론 역시 비트코인이 화폐로 기능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이 여유자금으로 투자 대상을 결정할 때, 수익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거 사면 돈 벌 수 있을까'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가격이 가장 많이 내려갔을 때가 1 비트코인 당 660만원인데, 지금 한 달 사이에 다시 960만원 정도로 올랐다. 이를 환산하면 연간 수익률이 600%에 달한다. 이렇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비트코인을 거부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여기서 비트코인이 화폐로 기능할 수 없는 이유가 생긴다. 프리드먼의 최적 이자율 이론에 따르면,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으로 획득하는 실질 이자율과 물가하락률이 일치해야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다.

물가하락률은 화폐 보유의 실질 수익률과 같은 말이다. 물가와 화폐 가치는 반비례 관계다. 물가가 내려가면 그만큼 화폐 가치는 증가하고, 반대로 물가가 올라가면 화폐 가치는 쪼그라든다.

따라서, 화폐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실물 자산과 경쟁해 버림받지 않으려면, 화폐를 보유함으로써 얻는 실질 수익률과 실물 자산의 실질 이자율이 똑같아야 한다. 비트코인 역시 이 등식을 충족해야 화폐로서 기능할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 수익률이 다른 실물 자산의 수익률보다 낮으면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명목 이자율은 3% 수준인데 비트코인의 수익률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가치가 너무 높으면 화폐로 사용하기보다 쟁여두려는 욕구가 커진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양화가 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도태된다.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은행?

화폐로 사용하기 위해 암호화폐가 넘어야 할 장애물은 제한된 총량 때문에 넘치는 거래를 담당할 수 없어 은행에서 종이로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화폐 총량(잠재 매장량)은 고정되어 있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람은 금을 염두에 두었는데, 이미 존재하는 전체 총량에서 고정된 양만큼만 채굴(비트코인 생산의 비유)할 뿐이다. 많은 사람은 한정된 양으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치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홍보한다. 과연 이것이 맞는 말일까?

금의 사례를 보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금도 비트코인처럼 매장량이 한정돼있으므로 금화 공급이 일정했지만, 가치는 끝없이 상승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물경제가 계속 커지고 금화의 가치도 상승하는데 화폐 유통량이 고정돼있으면 사용하기 너무 불편하다. 근본적으로 화폐는 인간이 편리한 물물교환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화폐의 양이 고정되면 넘치는 거래를 지원하기 어렵다. 화폐 가치는 올라갈지 몰라도 거시 경제의 틀에서 유용성은 떨어지고, 인간은 다른 화폐를 발명해낼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은행을 만들었다. 금화는 사용하기 너무 불편해 고객이 금화를 맡기면 대신 종이를 발행해준다. 사람들은 종이를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은행을 믿는다. 은행에는 금이 많으니까 내가 맡긴 금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든든한 신용이 생긴 것이다.

암호화폐도 이런 방식의 시스템을 채택해야 한다. 은행에 비트코인을 맡기면 은행이 비트코인과 일대일로 교환했다고 인정하는 종이를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까? 금화는 무겁고, 도난당하기 쉬워 종이로 교환할 동기가 크지만, 비트코인은 무게가 나가지 않고 도난당할 가능성도 적은 전자화폐다. 먼저 이 허들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화폐는 해킹당한 예도 있고, 암호를 모르면 아예 쓸 수가 없으므로 종이로 교환해 사용할 동기가 어느 정도 있다.

결국 수익률을 명목 이자율까지 낮춰야

만약 비트코인의 수익률이 명목 이자율인 3% 수준까지 떨어진다면 화폐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난 고수익률을 유지하면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처럼 결국 화폐로 쓰일 수 없어 높은 수익률은 전부 거품이 된다. 지금처럼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고 올라간다면 비트코인은 내재적ㆍ실용적 가치를 가질 수 없고 멸망의 길로 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비트코인, #전성인, #암호화폐, #새얼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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