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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열린 국회 교문위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김상곤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던 중 유성엽 위원장이 끼어들자 "왜 겐세이를 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이 발언이 나온 자초지종과 이후 확대재생산된 일에 대해서는 당시 많은 미디어에서 흥미롭게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치겠다. 내가 다시 이 얘기를 다시 꺼낸 것은 우리 말글살이에 깊숙이 침투한 일본어투 표현을 지적하기 위해서다.

이은재 의원이 호기롭게 뱉은 '겐세이'는 '견제'라는 의미의 일본말이다. 이은재 의원의 발언이 더 문제가 되었던 것은 3·1절을 바로 코앞에 둔 시의성까지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는 말을 할 때 부지불식간에 일본어 단어나 일본어투의 표현을 쓴다. 물론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일본어투 표현을 확실하게 쓰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혹 일본어나 일본어투 표현이 있더라도 너그러운 양해를 바란다. 몰라서 썼으므로 알면 반드시 고치겠다는 다짐도 아울러 해둔다. 

그럼에도 이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을 뿐더러 아주 즐겨(?) 사용하여 자신도 모르게 입에 밴다는 점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일본어 단어나 일본어투의 표현을 덜 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 이유는 새삼 설명을 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더 잘 안다. 특히 글을 쓰고자 하는 우리들이라면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일본어나 일본어투의 표현은 당연히 말글살이 차원이기도 하거니와 사실 내가 글을 써보니까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이 의미 전달이 잘 된다. 아울러 문장도 더 세련되게 구사된다.

이 점을 감안하여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흔히 쓰는 몇 가지 일본어투 표현을 알아본다.

먼저, '~의'의 남용이다. 우리말의 '의'는 "체언의 뒤에 붙어 선행하는 체언이 사물에 대한 소유의 주체임을 나타내는 관형격 조사"이다. 때로는 "'에', '에서', '에게', '로', '에로', '에게로'와 같은 조사나 다른 보조사 뒤에 붙어 뒤에 오는 체언을 수식하게 하는 관형격 조사"이다.(인터넷 국어사전 참조)

그런데 일본어 소유격 'の'(노)가 흔히 우리말 '의'로 번역이 되는데, 일본어에서 'の'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사용된다. 그런데 이 표현들이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과감 없이 그대로 번역되고 그 문장을 반복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문장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아웃사이더>라는 출판사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의 강연집을 <시대와 소통>이라는 제목을 달고 책으로 묶었던 적이 있다. 이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책제목을 '시대와의 소통'이라고 지어서 민변 담당자와 협의했는데,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이 바로 '의'는 일본어투 표현이므로 이를 빼고 '시대와 소통'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도 모르게 '의' 자를 남용하고 있는데, 세심히 살펴보고 사용할 필요가 있다.

'~것이다'도 주의해야 할 일본어투 표현이다. 책을 만들거나 신문을 만들면서 교정 교열을 보면 의외로 '~것이다' 표현이 많음을 발견한다. 이 역시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가령,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라는 문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라고 해야 한다.

'~에 있어서'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본어투 표현 중의 하나다. 얼핏 보면 '에 있어서' 앞에 있는 명사를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 역시 조심해서 써야 한다. 가령, "일본어투를 공부함에 있어서 그 점이 매우 중요하다"라는 문장은 "일본어투 공부에서 그 점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되레 문장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을 주어 더 좋다.

'~적'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일본어투 표현이다. 가령, "심적으로 너무 불편하다"는 문장에서 보듯이 '적' 자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데, 소리 내어 읽어보면 뭔가 불편함이 느껴진다. 이 문장 역시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로 고쳐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가 자주 쓰는 일본어투 표현 하나만 더 예를 들면, 영어의 현재진행형 표현이다. be동사 다음에 동사의 어미에 ing를 붙이면 소위 '~하는 중이다'로 변역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표현도 일본어투라는 지적이 많다.

영어의 표현을 일본어로 번역할 때 이런 식으로 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우리말에 들어온 경우이다. 우리말 '~한다'만으로도 현재진행형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가령, "나는 학교에 가는 중이다"를 "나는 학교에 간다"로 써야 한다.

이밖에도 일본어투 표현은 많다. 하지만 앞에서 예를 든 것만이라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쓰는 글은 한층 우리말스러워진다.

그리고 앞에서 이은재 의원의 '겐세이'와 같은 일본어 자체가 그대로 우리말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오뎅'이나 '닭도리탕', '찌라시' 같이 거의 우리말화 한 것도 많다. 물론 글로벌 시대에 해당 국가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엄연히 '어묵', '닭볶음탕', '전단지' 같은 우리말이 있음에도 굳이 일본어를 쓰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이런 일본어 단어도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그동안 꽤 많은 단어들이 우리말로 바로잡은 경우가 많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조성일의 글쓰기 충전소'에도 포스팅했습니다.



태그:#글쓰기, #일본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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