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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골집에 이사 온 지 7년째다. 살다 보니 침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내(51)도, 딸(25)도 아들(19)도 나(50)도 모두. 그래서 평택의 아파트에 사는 나의 동생에게 재활용 침대가 나오면 말해달라고 부탁해놓았다.

드디어 동생으로부터 두 장의 사진과 함께 연락이 왔다. 지난 금요일(23일)의 일이다.

"형, 우리 아파트에 침대 2개가 (폐기물로) 나왔네. 멀쩡한데 가져갈래?"

두말 하면 잔소리다. 여부가 있겠나. 그러려고 평택의 아파트에 나의 정보원(동생)을 심어놓은 거 아니던가.

문제가 생겼다. 우리 집 애마 12인승 진주씨(우리 집 애마를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로는 싱글 침대밖에 못 실어온다는 것. 더블 침대의 크기는 도저히 진주씨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것. 아내와 한참을 고민했다.

'두 개 중 싱글 침대만 진주씨를 통해 싣고 올 것인가. 아니면 더블 침대도 싣고 올 것인가. 두 개 모두 싣고 온다면 차량 섭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지인에게 트럭을 빌려달라고 해야 되나. 트럭을 빌려온다면 그 트럭엔 얼마나 기름을 넣어줘야 하나'

이렇게 고민하다가 한 지인에게 트럭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짐이 실려서 안 된다고 했다. 다른 곳에 연락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부부는 결단을 해야 했다. 하나만 실어오고 하나는 포기할 것이냐.

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까 없던 지혜도 생겨나고 결단력도 생겨나더라. 아내와 내가 생각해낸 묘수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화물 용달을 알아보자는 것. 운송비를 알아보고 많이 달라고 하면, 더블 침대를 포기하고, 적게 달라고 하면 둘 다 용달차로 실어오기로 했다.

사실 여기서 '많이'와 '적게'의 선을 아내와 정한 건 아니다. 그냥 금액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낌으로 결정하는 거니까.

분리배출 스티커가 붙어 있는 침대였다.
▲ 스티커 분리배출 스티커가 붙어 있는 침대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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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달 회사에 전화를 했다. 운송비가 얼마냐고 다짜고짜 물었다. 전화 너머에서 분명히 들려왔다.

"5만원요."

나와 아내의 반응은? 그렇다. 5만원이면 분명히 '적게'다. 침대 2개에 5만원이면 거저 아닌가. 물론 우리 부부에겐 적지 않은 거금(?)이긴 하지만 말이다.

당장 전화를 넣었다. 누구에게? 동생에게. "지금 니네 아파트로 침대 실으러 간다. 용달차와 함께 간다"고.

동생은 야무지게 아파트의 여러 분리배출공간을 뒤져본 듯했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도 아니고, 바로 옆 다른 아파트 분리배출공간에 용달차와 우리 애마가 다다랐다.

용달차 기사에게 지금 행위의 전말을 살짝 귀띔해주었더니, 그 기사도 우리 부부를 다시 쳐다본다.

"알뜰하게 사시네요."

이렇게 기사와 우리 부부와 동생은 한 배를 타는 한 팀이 되어 이 대사를 치러나가고 있다.

먼저 더블침대 공수미션 수행이다. 더블침대는 아주 튼튼해보였다. 매트리스도 멀쩡했다. 기사와 나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니 이렇게 멀쩡한 걸 왜 버렸지."

방에 자리 잡은 재활용 침대가 튼튼하고 깨끗하고 실용적이다.
▲ 자리 잡은 침대 방에 자리 잡은 재활용 침대가 튼튼하고 깨끗하고 실용적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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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좋은 침대를 가져오니, 더 이상 비판(?)은 금물이었다. 도리어 감사를 해야 하겠지. 사실 버리신 분에게 고맙다. 그 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테니까.

다음은 다른 공간으로 차를 이동했다. 이번엔 싱글침대 차례다. 싱글침대는 아주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얼마 사용하지 않은 듯 보였다. 우리들 사이에선 이제 비판(?)하는 것은 금기어로 되어 있는 듯했다. 더블침대를 실을 때, 비판 아이템은 이미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사와 나는 말없이 싱글침대를 용달차에 실었다. 사실 말을 하긴 했다. "침대가 참 깨끗하니 돈 버셨네요"라고. 그게 다였다. 

기사와 나는 용달차로 2개의 침대를 실고 집으로 출발했고, 아내는 우리가 타고 왔던 애마 진주씨를 타고 도서관으로 출발했다. 나는 침대를 내리러 집으로 출발했고, 아내는 공부하러 도서관으로 출발했던 것.

기사와 나는 우리 집 마당에 차를 대고 침대 2개를 내렸다. 이로써 미션 완성이다. 아니지, 기사에게 화물비를 주어야 진정한 완성이겠지.

꼬깃꼬깃 숨겨놓은 듯한 만 원짜리 5장을 기사에게 건넸다. 기사는 말했다.

"햐! 이거 정말 비싸고 귀한 돈인데... 하하하하"

기사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이 침대 하나는 아들 방으로, 다른 하나는 딸 방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에 주워온 싱글침대다.
▲ 싱글침대 이번에 주워온 싱글침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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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전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 기사(결혼 25년 만에 아내랑 침대에서 잠을 잤다)에도 밝혔듯이, 우리 부부 방에는 이미 주워온 재활용 매트리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로써 우리 집에는 재활용 침대가 각자의 방에 자리 잡게 된다.

거금 5만원으로 침대 2개를 또 사니, 아내도 딸도 아들도 나도 모두모두 행복하다. 


태그:#재활용, #침대, #더아모의집, #송상호목사,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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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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