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018시즌 V리그 여자배구는 한국도로공사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2017~2018시즌 V리그 여자배구는 한국도로공사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 도로공사


위대한 시즌이었다. 지난 27일 종료된 도드람 2017~2018시즌 V리그 여자배구가 그렇다.

올 시즌 여자 프로배구는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사상 최초', '사상 최고'의 타이틀이 붙게 된 기록들이 유난히 많다. 특히 흥행 면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여자배구 왕좌에 오른 한국도로공사는 팀 창단 이후 최초이자 V리그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여자배구 6개 구단 중 도로공사만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었다.

또한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최하위(6위)였다. 직전 시즌 꼴찌가 바로 다음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도 2005~2006시즌 흥국생명이 신인 김연경(192cm)의 독보적인 활약으로 꼴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12년 만의 기록이다.

도로공사의 우승은 '절박함'이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였다. 선수와 구단 프런트, 그리고 경북 김천시와 시민이 한 몸처럼 똘똘 뭉쳐 만든 금자탑이었다. 올 시즌 남녀 배구를 통틀어 최다 관중 수 1위(6823명)부터 4위(5467명)까지가 모두 도로공사의 홈구장인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세운 것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대결한 IBK기업은행도 훌륭한 파트너였다. 이번에 우승했다면 V리그 여자배구 사상 최초로 '4회 우승' 달성과 함께 '최다 우승 팀'이 될 수 있었다. 승패는 갈렸지만, 두 팀 모두 스토리가 있는 멋진 주연이었다. 경기 수준도 역대급이었다. 

여자배구 시청률, 프로야구 5경기와 동시간대 경쟁 '2위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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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결국 두 팀이 중심이 된 여자배구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은 V리그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먼저, 프로 스포츠의 흥행 지표인 TV 시청률에서 기록적인 수치가 나왔다. 올 시즌 여자배구 포스트시즌 전 경기의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은 1.02%에 달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확연해진다. 지난 시즌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 최종일(2017.3.30) 경기의 시청률은 0.96%였다. 올 시즌 최종일(2018.3.27) 시청률은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를 훨씬 뛰어넘어 1.30%에 달했다.

더 놀라운 대목이 있다. 지난 시즌 최종일 경기는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이었고, 올 시즌 최종일 경기는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프로야구 5경기가 열리는 경쟁 구도 속에서 달성한 수치라는 점이다. 이날 여자배구는 프로야구 5경기와 경쟁해서 전체 2위를 기록했다. 1%를 넘긴 경기도 프로야구 삼성-기아전(1.59%)과 여자배구 IBK기업은행-도로공사전(1.30%) 2경기뿐이었다. 다른 프로야구 4경기는 1% 미만이었다.

물론 여자배구가 챔피언결정전이었고 프로야구는 개막 직후라는 차이점은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여자배구가 프로야구와 경쟁해서 케이블TV 시청률 1%를 훌쩍 넘기고, 전체 2위를 차지한 것 자체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지상파 시청률에서도 여자배구가 프로야구 경기들보다 높았다. 지난 25일 도로공사-IBK기업은행의 지상파 중계(KBS 1TV) 시청률은 2.80%였다. 전날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지상파 중계 경기들의 시청률(1.99~2.22%)보다 높았다.

'평일 오후 7시'도 경쟁력 확인... 평균시청률 1.16%, 관중 급증

경기 시간대와 관련해 관심사였던 '평일 오후 7시' 경기에서도 여자배구가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했다. 취약 시간대인 평일 오후 5시에 경기를 했던 정규리그 때보다 시청률과 관중 수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와 달리, 여자배구도 남자배구와 똑같이 평일 오후 7시에 경기를 한다. 남녀 배구가 매일 번갈아 가며 한 경기씩 치르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에서 평일 오후 7시에 치러진 여자배구 4경기의 평균 시청률은 1.16%에 달했다. 이는 정규리그 평균 시청률 0.78%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다.

특히 지난 19일과 21일은 여자 프로배구, 남자 프로농구, 여자 프로농구가 평일 오후 7시 동시간대에 펼쳐졌다. 세 종목 모두 1경기씩만 치러졌고, 지상파 3사 소속 스포츠 전문 케이블TV에서 각각 생중계를 했다. 결과적으로 여자배구의 압승이었다. 여자 프로배구 시청률이 남자 프로농구, 여자 프로농구보다 6배나 높은 수치가 나왔다.

여자배구의 포스트시즌 인기 폭발은 정규리그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프로배구는 올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남자배구는 0.87%, 여자배구는 0.78%로 최종 집계됐다. 프로야구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0.88%였다.

여자배구 정규리그 평균 시청률 0.78%는 V리그 출범 이후 최고치다. 4라운드의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은 0.9%까지 치솟았다. 이 또한 여자배구의 한 라운드 최고 신기록이다. 1%을 넘긴 '대박 경기'도 급증했다. 평일 오후 5시 경기임에도 1%를 돌파한 경우도 발생했다. 남녀 '경기 시간대 불공평성'이 그나마 작은 주말 경기의 경우 여자배구 시청률이 남자배구보다 높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평균 관중... 12년 만에 '사상 최고치' 경신

여자배구 포스트시즌 '평균 관중'도 12년 만에 V리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평균 관중 수는 357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시즌보다 41.3%(1046명)나 폭증한 것이다.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평균 관중 1위는 김연경이 V리그에 처음 등장한 2005~2006시즌의 3328명이었다.

남녀 합계 전체 관중 수는 평창올림픽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남자배구 관중은 감소했지만 여자배구가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올 시즌 여자배구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합친 전체 관중 수에서 지난 시즌보다 17.2%(29,263명) 급증했다. 여자배구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2072명으로 처음으로 2000명대를 넘어섰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 수는 1749명이었다.

여자배구의 TV 시청률과 온라인 및 언론 노출도가 상승함에 따라 무형의 수익 가치인 광고·홍보 효과 부문도 지난 시즌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KOVO가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수치에 따르면, 지난 시즌 여자 프로배구단 운영에 따른 광고·홍보 효과가 구단별로 최저 156억 원에서 최고 349억 원에 달했다. 1년 구단 운영비(30~50억 원)의 4배~8배나 된다.

이 같은 성과들은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팀들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의 선수와 프런트, 방송사 등이 함께 피땀 흘려 만들어낸 자산이다.

국제대회 중요성 재확인... 유망주 발굴, 여자구단 투자 필요

올 시즌 여자배구의 인기 급상승은 국제대회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재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연경 효과'와 지난해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선전과 역대급 흥행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후광 효과가 고스란히 V리그 흥행으로 직결된 것이다.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보는 올림픽 출전과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권 획득 등으로 국내 여자배구 선수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와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올해도 여자배구는 네이션스 리그(5.15~6.14)를 시작으로 세계선수권 대회(9.29~10.30)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국제대회가 계속 이어진다. 지난해보다 훨씬 빡빡하고 힘든 강행군이다. 대표팀의 기존 주전 선수만으로는 결코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이다. 어린 장신 유망주들도 국제무대에 적극 데뷔시켜 경기력 향상과 흥행 기반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FA·트레이드 등 선수 대이동을 통해 각 팀별로 스타 선수가 고르게 분산된 것도 여자배구 흥행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여자 프로구단들이 '25%룰'(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도입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연봉 균형 배분 효과는 거의 없고, FA 제도만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경기 시간대 문제도 지혜로운 해결이 뒤따라야 한다.

그보다 앞서 여자 프로구단들의 배구단 운영에 대한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주요 국제대회에 선수 차출 협조, 적극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통한 자생력과 외연 확대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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