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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3월은 1년의 시작이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는 3월은 설렘과 함께 묘한 긴장감이 교차한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될까?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은 잘 할 수 있을까?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렵다, 왜?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혁신학교'다. 기존 공교육의 정형화 된 틀과 한계를 넘어 교육의 전환과 혁신을 추구한다. 혁신학교는 한 마디로 '공교육 안의 대안학교'다. 작은 농촌 시골마을에서 폐교 직전까지 치달았던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학교로 거듭나기까지 이 학교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살리는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삶의 터전인 마을을 교육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안에서 다양한 배움이 어우러지는 '마을학교'를 만들고 학부모들의 재능기부와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운영중이다. 작은 면 단위 시골농촌에 '혁신학교'와 '마을학교'가 함께 존재하는 곳이 바로 우리 마을이다. 언뜻 보아서는 마을교육공동체 구축의 최적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드는데 크고 작은 어려움은 늘 있게 마련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을 꼽으라면 역시 '학교와의 소통' 문제다.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교는 2년~4년 주기로 교사들이 늘 바뀐다. 새로 발령을 받은 교사들은 대부분 마을과 학교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 마을교육공동체나 농촌마을 작은학교의 중요성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열의가 없다면 설령 배경지식이 있더라도 피상적인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3월은 학교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마을교육공동체의 시작이기도 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교사들과 함께 학교의 혁신과 마을의 교육을 이야기해야 한다. 도돌이표처럼 매년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은 적지않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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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 표지 .
ⓒ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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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마을의 관계 맺기는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정책적 지지와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구조와 시스템을 들여다보지 않는 접근은 사람들의 열정만을 소모할 뿐이다. 교육당국이 마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공동체성이 결핍된 이 사회에서 피로감과 위험을 가장 심각하게 경험하는 곳이 어디인가?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학교일 것이다. 학교는 이중의 고통 속에 놓여 있다. 공동체성의 상실과 마을과의 단절이다....(중략)...학교는 지역에서 고립된 섬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업 능력은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뛰어나고, 교직은 최고의 인기 직업이 되었고, 최고의 IT 기술이 교육현장에 도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는 외롭다. 삶의 터전인 세상과 동떨어진 학교에는 아이들이 생기없는 얼굴, 탈진한 교사들의 한숨소리,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릴 지식의 파편들로 가득하다." (21쪽)


교육학자 강영택이 쓴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를 읽으면서 이런 답답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책은 마을과의 유기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공동체성을 지닌 학교, 마을과 긴밀히 협력하는 학교의 상은 무엇인가를 탐색한다. 저자는 이 같은 학교의 상을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 혹은 '마을학교공동체'라고 명명한다.

그는 "모든 생물이 특정한 생태계 내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학교도 교육생태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 즉, 학교는 학교를 둘러싼 환경의 사회문화적 요소들에 영향을 받으며 또한 동시에 영향을 주며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관점에 따르면 교육의 회복은 학교의 회복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를 둘러싼 건강한 교육생태계의 복원이 필수적이다. 교육생태계의 복원은 학교가 있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들과 구성원들이 상호간에 그리고 학교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할 때 가능할 것"(25쪽)이라고 설명한다.

학교와 지역의 상호협력이 활발하려면

'공동체성'이 획일성으로 변질되어 전체주의적 억압의 기제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공동체'의 오용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올바른 공동체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주의적 작동 원리를 따라야 한다. 현대의 공동체는 전근대적 시대의 공동체와는 분명 다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교육공동체는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기초로 하고 평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민주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35쪽)고 강조한다.

"교육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원활하고 상식이 풍부해야 한다. 소통은 상식을 기반으로 하되 양자의 활동과 상호작용과 변화를 일으키는 교섭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소통은 교실에서 대화와 표현이 많을 때 이루어진다. 교육공동체는 상식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되 변화를 위한 담론이 풍부할 때 성장한다...(중략)....생활양식으로서의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교육공동체에서는 학습 주체의 참여와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즉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함께 공동체의 가치를 형성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또한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34쪽)


민주주의적 의사소통과 협력의 토대 위에서 발전하는 학교와 마을의 관계가 구축된다면 학교와 마을은 상생할 수 있다. 학교는 마을안에서 배움의 공동체로 성장해갈 수 있고, 마을은 학교를 통해 인적자원이 선순환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한다.

저자는 "학교와 마을의 경계가 분명한 상태에서 학생과 주민들은 가끔씩 그 경계를 넘어 교육이나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유기적 관계가 발전하고 성숙해지면 그 경계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배움을 시작해서 마을로 나가 그것을 마무리하게 된다"며 "마을 공방의 주인이 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마을주민들은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스스럼없이 배운다.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은 떠나지 않고 마을에 살면서 학교의 미래 학부모가 된다. 이런 단계에 들어서면 학교가 마을이요, 마을이 학교가 된다. 온전한 유기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42쪽)이라고 설명한다.

"협력관계가 성숙할수록 그 동력이 학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이 후기로 갈수록 학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면, 협력의 초기에는 중요한 의사결정이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중기에는 학교와 마을이 협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내리고 성숙기에는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비전에 대해서도 초기에는 학교의 비전이다가 중기에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비전을 공유하고 후기에는 학교가 지역사회 비전의 일부가 된다." (131쪽)


학교와 마을의 협력적 관계가 성숙해가는 정상적인 궤도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학교와 지역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교육모델의 창조는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학교와 마을이 비전을 함께 계획하고 공유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산업사회에 획일화되고 최적화된 학교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가 구현되지 못한다면, 그리고 이를 정책화 제도화하지 못한다면 마을과의 소통과 협력은 어렵다. 따라서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 민주주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민주주의자가 되지 못한다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강영택 지음 / 민들레 펴냄 / 2017.09 / 14,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품은 학교공동체 - 학교와 마을, 두 바퀴로 움직이는 학교공동체 이야기

강영택 지음, 민들레(2017)


태그:#마을교육공동체, #학교공동체, #마을학교공동체, #혁신학교, #마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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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하루 하루 잘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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