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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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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나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여기 두 도시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한 시애틀. 이제 갓 7530원이 된 한국의 서울.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두 도시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여기 두 도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마크 C. 롱 워싱턴대학교 교수 마크 C. 롱 워싱턴대학교 교수가 2018년 2월 27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시애틀 최저임금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신지수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노동자는 더 가난해졌다."

미국 시애틀 최저임금에 대한 워싱턴대학교의 결론이다. 지난달 26일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교에서 만난 마크 C. 롱 에반스 스쿨(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시급이 올랐다, 하지만 노동시간이 줄었다, 결과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총 소득이 60% 정도 감소했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자는 그 혜택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애틀 경제는 물론 노동자의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워싱턴대학 에반스 스쿨(공공정책학과) 산하에 꾸려진 최저임금 연구팀은 시애틀 최저임금이 2014~2016년 시애틀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레스토랑 업계만을 살핀 UC버클리 임금고용역학센터와 달리, 다양한 최저임금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시급 정보를 가지고 분석을 시도했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워싱턴대 연구팀은 2016년 <시애틀 최저임금 법령이 임금, 노동자, 일자리 등에 미친 영향>, 2017년 <시애틀로부터 온 증거 : 최저임금 인상·임금·저임금 고용>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롱 교수는 해당 연구팀의 일원으로 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다.

"급격히 올리면 부작용 속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인상한다면 천천히 해야 한다."

롱 교수는 시애틀 최저임금 인상이 '급격하다'라고 평가했다. 2014년 시애틀 최저임금은 9.32달러였다. 2015년 1월은 9.47달러였다. 최저임금 조례가 적용돼 같은 해 4월 최저임금은 11달러로 상승했다. 이후 2016년 12.5달러, 2017년에는 13.5달러로 올랐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사이 44.8%가 오른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인상이 시애틀 노동자에게 해가 됐다고 워싱턴대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워싱턴대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9.32달러에서 11달러로 올랐을 때는 큰 영향이 없었으나 12.5달러로 올랐을 땐 상황이 달랐다. 19달러 미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 수는 9만3382개에서 8만6842개로 줄었다. 노동시간도 약 9.4%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이 월 평균 1897달러에서 1772달러로 줄어, 125달러(6.6%) 감소했다.

롱 교수는 "고용주들은 11달러가 됐을 때는 버틸 수 있었다"라면서 "얼마 안 돼 거기서 더 올라가니 (고용주들이) 쓰러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9.32달러에서 11달러로 올랐을 때와 12.5달러로 올랐을 때 고용주들이 느끼는 체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자는 1년 3개월 만에 최저임금이 18% 상승한 것이라면, 후자는 2년 만에 34.1%가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시애틀시는 (최저임금을) 계속 올릴 생각을 하고 있다. 시애틀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워싱턴주 최저임금이 시애틀 시 최저임금과 같아질 때까지, 시애틀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시애틀이 속해있는 워싱턴주 최저임금은 2016년 9.47달러, 2017년 11달러, 2018년에는 11.5달러다.

"최저임금은 대안 아니야"... 노동자 기술 향상시키고 소득세 완화해야

롱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소득세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연말에 받는 세금 환급금이 많아지면, 똑같은 일을 하고도 소득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보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동자의 기술 향상도 필요하다고 했다. 마크 롱 교수는 "고용인들이 저숙련 노동자를 쓰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라며 "노동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쳐, 질을 높이면 효율성이 올라가 노동자의 임금도 올라가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워싱턴대의 연구 결과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마크 롱 교수는 "두 나라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적용하기 힘들다"라며 "시애틀은 다른 도시에 비해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물가가 올라 생활비가 많이 들어 특수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시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전했다.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봐야하듯 정부의 대안도 장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가서 생기는 결과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1년만 주는 것은 단기적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 1년 뒤에는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후원       
    총괄 김종철 취재 선대식, 신나리, 신지수(시애틀) 신상호, 박정훈(서울), 권우성, 남소연(사진) 데이터 기획 이종호 디자인 고정미 개발 박준규

덧붙이는 글 | 기사에서 언급된 시애틀 최저임금은 사업장의 규모나 건강보험 제공 여부 등에 따라 나눈 4가지 유형 가운데, 전 세계 501인 이상 고용사업장,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 기준입니다.

태그:#두도시이야기, #시애틀, #서울, #팩트체크,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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