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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아영 YTN 기자
 최아영 YTN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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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YTN 지부(위원장 박진수, 아래 YTN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 50일이 넘은 가운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YTN 사태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2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 회의 안건 의결이 끝난 직후 표철수 상임위원이 YTN 파업에 방통위가 나서야 한다고 밝히자 "노사 양측의 의견을 듣고 규제기관의 수장으로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심정으로 엄정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아닌 YTN은 재승인 심사 이외에 방통위가 개입할 여지가 적은 게 사실이다. 또한, 이 방통 위원장이 중재자를 자임하는 게 최남수 사장을 받아들이는 조건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YTN 노조 내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지난 26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파업 집회 사회를 보는 최아영 기자를 만나 집회 사회 이야기와 함께 이 방통위원장의 중재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파업 집회 사회를 맡으셨잖아요. 집회 사회는 방송과 다를 텐데 어떠세요?
"취재할 때는 살아있는 뉴스를 방송했다면 지금은 죽어가는 YTN을 되살리기 위한 파업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은 앞서나가는 방송을 하는데 저희는 사장 최남수씨에게 발목 잡혀 나아가지도 못하고 정체된 것 같아요. 그래서 파업에 나섰어요. '보도국 독립'을 위한 합의를 먼저 파기한 최남수씨 아래서는 저희가 원하는 공정방송을 이룩할 수 없습니다. 최남수씨가 없었다면 저희는 지금 집회에 쏟고 있는 역량을 방송을 통해 발휘할 수 있을 텐데 참 아쉽습니다."

- 기자라서 집회에서 사회를 본 적은 없을 거 같은데.
"저는 취재기자이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선 적은 많지만, 사람들 앞에서 방송을 진행해 본 적은 없는 데요. 더욱이 사람들 앞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팔뚝질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또 많은 조합원을 이끄는 진행은 처음이라서 처음엔 아주 어설프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 해보니 어때요?
"집회 취재 나갔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파업을 진행해 보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저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또 제 앞에 앉아 있는 분들이 방송을 이끌고 진행하는 언론사 직원들이기 때문에 그 앞에 선다는 부담감도 컸습니다."

- 집회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매일 하는 집회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집회 1시간 전에 미리 와서 오늘은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어떤 영상이 준비돼 있는지 미리 파악합니다. 내용은 다르지만 마치 방송을 하는 것처럼 원고를 쓰고 진행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합원들을 웃게 할 수 있을지. 어떤 구호를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 연차가 낮은 편인데, 사회를 보면서 선배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이번 파업이 입사해서 첫 파업이거든요. 파업이 어떤 건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는 무지한 상태였는 데요. 그러나 제 앞에 계신 선배들은 이렇게 힘든 과정을 많게는 적어도 한 번 이상 겪은 거잖아요. 선배들이 YTN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었을지 생각하니 존경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누구보다 취재현장, 일터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인데 찬 바닥에 앉아서 팔뚝질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합니다."

- 사회는 어떻게 보게 되셨어요?
"예전에 제가 사건팀 있었을 때 함께 일했던 선배께서 지금 노조 집행부에 홍보팀장으로 있어요. 파업 전 선배께서 진행팀을 꾸려야 한다며 제게 같이 해보자고 하셨어요.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아 승낙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파업 진행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는데 그때는 이렇게 50일을 넘기며 오랫동안 파업을 진행할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 많이 당황하셨을 거 같아요.
"첫 진행 전날 잠이 안 오더라고요. 제가 말재주가 좋거나 목소리가 큰 것도 아닌데, 앞에 나와 파업을 진행하려면 힘차게 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그런 부분들이 꽤 어려웠습니다. 진행하면서 실수도 잦았는데 다행히 함께 진행하는 김대근 선배께서 옆에서 다잡아 주시고 도와주셔서 지금까지 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 그래도 보람이 있을 거 같아요.
"매일 100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생계를 내려놓고 오직 회사를 되살리자는 마음으로 파업 집회에 나오세요. 진행자인 제가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방법은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이거든요. 집회에 나와서 조합원들이 격하게 반응해 주시고, 한 번씩 지나가면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주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남수씨가 나가는 날, 가장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첫 진행을 할 때 한 선배께서 우스갯소리로 잘 좀 하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그 선배께서 '요즘 진행 잘하는 거 같아. 자연스러워졌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50여 일 넘게 파업을 진행하면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전문 진행자가 돼 간다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창 현장 뛰어다니며 취재하는 거나, 기사 쓰는 법 더 배워야 하는데 여기 와서 파업 전문 진행자가 되고 있다니  서글프더라고요. 최남수씨가 물러나고 하루빨리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건 파업에 참여하는 모든 분의 마음이기도 할 것 같아요."

- 집회 사회를 보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어디인가요?
"박진수 노조 위원장이 재밌게 하자고 말씀하시거든요. 비록 저희는 생계까지 걸고 절박한 마음으로 파업에 나섰지만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진행할 때도 어떻게 하면 조합원들을 웃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거든요. 최남수씨 사퇴를 위한 풍자와 해학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 아이템을 계속 고민하겠어요?
"계속 파업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진행이 뒤처지면 조합원들도 힘을 잃을까 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파업을 진행하는지 중요한데요. 어떻게 하면 최남수 사장을 몰아낼 수 있을지, 효율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외부에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특히 진행자뿐만 아니라 진행팀 모두가 항상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 힘든 건 뭔가요?
"파업을 하는 것은 제가 자발적으로 하는 거니까 힘들지 않은데요, 파업하는 동안 YTN 뉴스가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저희가 파업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시청자도 많으니 YTN이 왜 저렇게 망가져 가는지 모르시겠죠. 지금의 YTN이 시청자들에게 '원래 그런 방송'으로 인식될까 봐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 또 저희가 제자리로 돌아가 제대로 된 YTN을 만들기 위해선 사장 최남수 해임을 위한 이사회와 대주주의 결정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아직 저희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뉴스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건 뭐죠?
"가장 안타까운 건 그동안 지금 파업하고 있는 사람들이 YTN 뉴스를 만들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해 온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회사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파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 빠졌는데 YTN 뉴스가 망가져 가고 있거든요. 그것은 지금 파업에 나선 사람들이 그동안 YTN에서 일을 다 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우리를 회사 측과 간부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 망가진 사례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평창 올림픽 때는 스포츠 전문가도 아닌 변호사가 나와서 평창 올림픽을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검찰에 소환될 때도 앵커와 변호사가 현장 중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취재기자가 아니라 변호사가 YTN 이름으로 출입증을 발급받아서 말이죠. 파업하는 사람 외에는 현장 중계를 할 사람도 없어 외부에 맡기는 게 지금 YTN의 현실입니다. 또 방미특사단 발표를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밝힌 내용을 '김정은, 5월까지 트럼프 면담 희망'으로 잘못 전하기도 했죠."

- 시간팀에 있었던 막내 15기 5명이 지난 9일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이 사회부장 시절 과도한 취재 지시를 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저희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세월호 사고가 있었고 일선 현장에 막내 기자들이 투입됐습니다. 당시 저희는 과도한 유족 취재로 이미 '기레기'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류제웅 사회부장은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권지현 양에 대해 '보험금 추적 잘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또 위안부 사태를 취재한 기자에게 말 바꾸기를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녹취를 쓰지 못하게도 했습니다. 저희가 쓴 성명은 그때 느꼈던 비참함과 참담함,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쓴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류제웅 전 사회부장의 부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성명과 관련해 명예훼손으로 저희를 고소했습니다."

- 류 전 실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넘겼단 의혹도 있잖아요.
"네. 류제웅 전 사회부장이 취재기자들도 모르게 YTN 앞으로 온 이건희 회장 성매매 동영상 제보를 삼성에 연결해준 의혹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일선 기자들은 류 실장과 제보자와의 뒷이야기를 모른 채 보도를 하기 위해 취재에 애를 썼거든요.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기자들을 독려해야 할 사회부장이 취재기자들을 속이며 해사 행위를 했다는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또 이것은 시청자들의 알 권리 침해이기도 하고요."

-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YTN 사태 직접 중재하겠다고 나섰는데.
"지금이라도 방통위에서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려는 부분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중재라는 말은 좀 우려됩니다. 만약 그 중재안이 최남수씨를 받아들이려는 조건이라면 저는 그 중재안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애초에 최남수씨를 받아들일 여지가 있었다면 이렇게 50일 넘게 파업 안 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미 최남수씨에게 언론노조와의 삼자 협상으로 기회를 줬지만, 그 기회를 걷어차고 어긴 것이 최남수씨였습니다. 여기에 간호사 성희롱부터 MB 칭송 칼럼, 최근에는 불륜 보도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는 결코 뉴스 전문채널 YTN의 사장이 될 수 없습니다. 최남수씨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보다 그렇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더 넘쳐나고 있습니다."

- 최 사장은 이런 비판에도 꿈쩍 안 하고, 오히려 노조가 원하는 사람이 안 돼서 파업하는 거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노조가 어떤 사장을 원했는지도 몰랐고 그 과정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하나 아는 것은 최남수씨는 YTN을 이끌 수 없다는 겁니다. 저희가 이미 한 번의 기회를 줬는데, 그 기회를 걷어찬 것은 최남수씨입니다. 만약 최남수씨가 보도국 독립 약속을 지켜주고 합의를 지켰다면 사장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사장이 누구냐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의 신뢰에 문제였고 그것을 깬 것은 최남수씨입니다."

- 최근에는 최남수 사장의 불륜의혹도 나왔습니다.
"의혹이 아니라 본인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최남수씨가 MTN 본부장 시절, 전 부인과 이혼하기도 전에 유부녀와 여러 달 동거했다는 내용입니다. 게다가 동거녀에게는 당시 부인과 이혼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만나더니 아무런 약속도 지키지 않고 떠났다는 겁니다.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백번 이해하더라도 화가 나는 것은 최남수씨의 해명이었습니다. 불륜 보도가 공익적 목적이 아닌 사장을 내쫓기 위한 '정략적 음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배후세력으로 노조를 지목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뉴스 채널의 사장이 이렇게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걸 검증하는 게 공익에 반하는지가 더 의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남수씨 본인이 부인을 두고 불륜을 저지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YTN 노조원들이 파업에 들어간 지 50일이 넘었습니다. 저희는 제대로 된 방송 만들기 위해 파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방송의 첫걸음은 부적격자인 최남수 사장 사퇴와 보도를 망친 간부들이 사퇴하는 겁니다. 저희는 공적 자본이 투입된 준공영 방송사입니다. 이사회와 대주주가 꼭 저희의 이런 상황 헤아려 최남수 사장 해임에 결단을 내려 주세요. 방통위에서도 YTN 상황 다시 한 번 들여다봐 주세요. 시청자에게 다시 살아있는 뉴스, 깨어있는 방송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태그:#최아영, #YTN노조, #파업 사회, #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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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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