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담임 오카노(코라 켄고)와 반 아이들.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담임 오카노(코라 켄고)와 반 아이들. ⓒ 디스테이션


지난 2016년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너는 착한 아이>는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장애 아동 이야기를 보자. 극중 초등학교는 장애반과 비장애반으로 나뉘어 있다. 둘 다 정신 없기는 매한가지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영화에서 장애반의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나오는 모습을 보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보이고 다 같이 어울려 논다. 서로를 놀리거나 무시하지도 않는다. 특히 사쿠라이 히로야(카베 아몬 분)라는 소년은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치매에 걸린 노인 사사키 아키코(키타 미치에 분)와의 만남을 통해 참된 인간성을 드러낸다. 그의 어머니도 몰랐던 진짜 모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장애반 담임인 오카노(코라 켄고)는 우연히 장애반 수업을 보고 깊은 상념에 잠긴다.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장애반 담임의 노련한 교육을 향한 감탄이기도 할 테지만, 자신의 반 아이들과 대비되는 모습에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비장애반에선 따돌림, 괴롭힘 등 문제로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그의 반 아이들은 야뇨증이 있는 아이가 오줌을 싸자 놀리기 바쁘다. 또 욕이 적힌 쪽지를 몰래 돌리고 비웃으며 한 여자아이를 따돌린다. 또 한 남자아이는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든 말대꾸하기 일쑤다.

그러나 아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이제 학교를 통해 사회를 간접 경험하는 새싹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 또는 의사표현 방식이 서툴 수밖에 없다. 배운 적도 없고 경험치도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교육이다. 어른이 옆에서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려주며 도와야 한다.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이다.

아동학대 당하는 소년, '적당히 하라'는 동료 선생님들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미즈키(오노 마치코)와 딸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미즈키(오노 마치코)와 딸 ⓒ 디스테이션


그래서 영화는 부모가 방임하고 있는 소년을 통해 또 다른 에피소드를 그린다. 부모는 소년을 5시까지 귀가할 수 없게 하고 밥을 제때 챙겨주지도 않는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정황도 있다. 오카노는 아이를 돕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적당히 넘어가려는 주변 인물들, 부모님의 항의에 대한 우려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게다가 이번에 첫 부임하여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는다. 다만 열성을 다할 뿐이다.

영화 <너는 착한 아이>는 오카노를 통해 선생으로서 겪는 고충 또한 다룬다. 먼저 오줌 때문에 놀림 받는 소년의 어머니는 전후 사정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 선생의 탓으로 돌린다. 힘이 돼 주어야 할 그의 여자친구, 가족 등은 아이들 가르치는 게 뭐가 힘드냐는 식으로 무시한다. 경험이 없는 그를 이끌어줘야 할 선생님들은 열심히 하려는 그에게 "적당히 하라"는 말만 반복한다.

방임 상태에 놓인 학생의 집에 찾아가 만난 아버지는 신경 쓰지 말라고 윽박지른다. 이러니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때 그에게 힘이 되는 존재 또한 결국 어린아이다. 조카의 포근한 포옹으로 영감을 받은 오카노는 반 아이들에게 가족과 포옹하기라는 숙제를 내준다.

여기서 아이들의 태생적 순수함이 드러난다. 평소에 따돌림, 말대꾸 등을 멈추지 않던 사고뭉치들도 부끄러워하며 숙제 과정과 결과를 실토한다. 오미보 감독은 이 모습을 아이들 하나하나 실제 인터뷰하듯이 그려냈다. 그로 인해 영악함에 가려져있던 아이들의 새하얀 내면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대목이다. 참된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 노크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타쿠야(다카하시 카즈야)와 반 아이들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타쿠야(다카하시 카즈야)와 반 아이들 ⓒ 디스테이션


감독은 극적 대비를 위해 이에 반대되는 잘못된 교육방식인 학대 또한 담았다. 사실 영화 <너는 착한 아이>에서 제시하는 주요 과제가 아동 학대다. 미즈키(오노 마치코 분)는 딸과 함께 나가서 다른 어머니들과 담소를 나누는, 겉으로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집으로 들어가면 돌변한다. 집 안팎에서 딸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면 소리를 지르며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는다.

그로 인해 딸은 항상 움츠러들어 있고, 매일 멍이 든 몸을 옷으로 가린다. 평소에도 사소한 구타를 멈추지 않는다.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점은 그럼에도 딸은 미즈키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미즈키와 친한 오오미야 요코(이케와키 치즈루 분)의 우리집으로 오라는 장난에도 딸은 싫다며 그녀를 껴안는다.

하지만 미즈키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미즈키가 손목을 가리는 장면을 보여주며 무언가를 암시한다. 이를 들춰보면 담뱃불로 지져놓은 자국이 있다. 그녀도 어릴 적 가정폭력을 당했던 것이다. 즉, 미즈키와 딸의 에피소드는 대물린 학대를 다룬다. 어린 시절 당했던 아픔을 자신도 모르게 학습하여 자신의 딸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 그런 그녀도 요코의 진정성 담긴 관심으로 점점 변화하기 시작한다.

감독이 건네려는 메시지는 결국 '노크'로 귀결된다. 미즈키와 딸, 히로와 사사키, 오카노와 반 아이들 에피소드 모두 진실된 관심 덕에 긍정적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이를 함축적으로 담은 장면까지 있다. 집에 찾아간 후, 방임된 아이가 며칠째 결석하자 오카노는 소년이 좋아하는 빵을 챙겨 집으로 뛰어간다. 이내 도착한 오카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을 하고 문을 두드린다. 실제로도 이 같은 노크가 한 아이를 지켜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두드려야 한다는 말을 이 영화는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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