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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딱 한 줄로 이렇게 소감을 남겼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만 해도 서울이 맑아지네요."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허상일 뿐"이라거나 "사기"라는 표현 등을 써 가며 안철수 위원장을 여러 차례 강하게 비판했던 이가 또한 정 의원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바람은 기본 원칙과 그걸 추진하는 힘"

지난 2월 5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정병국 의장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지난 2월 5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정병국 의장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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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이었습니다. 대선 당시 '문준용 의혹 허위 제보'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맹공격을 당하고 있던 그 때, 정 의원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이 사건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하는 선거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이게 단독범행이든 아니든 그 당시 후보는 후보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적 절차의 문제점은 단독범행이면 단독범행대로 책임을 지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또 지셔야죠... (중략) ... 어쨌든 간에 구성원 중에 한 사람이 잘못된 판단에 의해서 그런 결과가 났다고 하면 결국은 선거를 위해서 했던 것 아니겠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후보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되겠죠."

그로부터 6개월 여 전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쓴 소리를 날리면서 과거 '안철수 현상'과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간을 본다'는 표현까지 더 해서 말이죠. 2017년 1월 24일 YTN 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서 정 의원이 한 발언입니다.

"그동안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습니다. 들어오시기 전엔 1등을 달리기도 하셨고요. 이 현상은 과거의 안철수 현상과 비슷하다고 봐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권이 국민에게 불신을 받고 있는데요. 그 대안이라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들어와 행보를 보면 기존 정치인과 행보가 똑같은 거예요. 거기에 대한 실망이 첫 번째라 보고요.

결국 정치 지도자에 대한 국민적 바람은, 기본 원칙과 그걸 추진하는 힘이라 보는데 그걸 아직 느끼지 못하는 거죠. 명확한 자기 입장이 없다. 특히 입당 문제도 열흘 이상 좌고우면 하는 모습 아니겠습니까. 입국 전에 명확한 방향을 갖고 왔어야 했는데, 지금 보면 들어와서 어쩜 간을 보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국민에겐. 그래서 아마 국민이 거기에 실망하지 않았겠는가, 저는 그렇게 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당시 "안 대표의 새정치란 말에 수많은 사람이 사기 당해"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정병국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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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안 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그밖에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2016년 7월 바른정당 당 대표에 출마했을 당시에는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과 안 위원장을 싸잡아 "그 분들은 이미지와 세력으로만 만들어졌다. 정치판에 남긴 흔적이 없다"며 "허상일 뿐"이라고 평가했고요.

2014년 3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안 위원장을 향해 "이는 국민이 보내준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능멸한 것이다. 이미 안 대표의 새정치란 말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해 떠남으로써 증명된 과오"라고 강하게 비판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전,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정 의원은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를 구태 정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한편으로 이렇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안 의원을 통해 새로운 정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정치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가 판을 바꿔야 여당도 바뀌고 변화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정치도 발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이 결정되고 나서 정 의원은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는 보수에 더 가깝다. '새 정치'를 찾아 표류하다 이제 제 자리를 찾았다"고 평가합니다. "새 정치에 대한 그의 의지를 믿는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애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 있어 끝으로 소개하며 마칩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가운데)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병국 의원(오른쪽 두 번째)의 마이크가 작동이 안 되자 본인 자리에 있는 것으로 바꾸어 주고 있다.
▲ 안철수, 마이크 이걸로 쓰세요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가운데)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5차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병국 의원(오른쪽 두 번째)의 마이크가 작동이 안 되자 본인 자리에 있는 것으로 바꾸어 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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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병국, #안철수, #바른미래당, #반기문, #서울시장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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