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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사항포구 후방 언덕에 설치 된 지뢰 주의 입간판(왼쪽)과 땅 위로 드러난 대인지뢰의 모습(오른쪽)
 백령도 사항포구 후방 언덕에 설치 된 지뢰 주의 입간판(왼쪽)과 땅 위로 드러난 대인지뢰의 모습(오른쪽)
ⓒ 김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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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사항포구에 방치된 대인지뢰가 화제다. 3년 전 최초로 발견된 이후 이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다. 지뢰는 안전을 위해 군이 임시 설치한 철조망 바로 앞에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은 "몇 년 전에 신고 했는데 아직도 지뢰를 치우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한 주민은 '자신의 친척 어르신이 지뢰를 밟고 돌아가셨고, 다른 주민이 지뢰사고로 다리를 잃었다'며 군의 미적거리는 처사를 못마땅해 했다.

주민들은 3년 전 지뢰가 발견되자 곧바로 군 당국에 신고했고, 군부대는 해당 장소에 철조망을 치고 입간판을 세워 민간인 출입을 통제했다. 그러나 군의 조치는 거기까지였다.

취재를 위해 처음 통화한 군 관계자는 "지뢰 세 발 때문에 당장 제거 작전을 펼칠 수는 없다. 이제 확인 후 제거 할 계획"이라고 태연스럽게 답했다.

어이가 없었다. 국민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인데 이렇게 느긋해도 되는가?

다른 군 관계자는 통화 내내 사건을 은폐하려했다. (보도가 나가면) 군 장병들의 사기에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가, 국가 안보에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주민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상급부대의 질책을 두려워하는 군 조직의 특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한 시간이 넘는 통화에서 군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든 언론 보도를 막아보려 했다. 급기야는 "민간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제보자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으니 사실 확인을 해보라"고 엉뚱한 답변만 늘어놨다.

논점을 흐리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해병대의 이름이 적힌 '접근금지' 입간판은 누가 세운 것인가.

기자 역시 얼마 전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장병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군 수뇌부의 일처리 능력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지뢰 3년째 방치' 기사가 노출되자 순식간에 4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그 중에는 '탄피하나 모자라면 그 난리치는 군이 폭발물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는 것이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제보를 받은 적이 없다면 누가 간판을 세우고 철조망을 쳤을까?', '저러다가 지뢰 폭발로 사고 나면 북의 지뢰도발이라고 할 거다'라는 등의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군은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때 존재의 가치가 빛난다. '강한' 군 보다 '믿음직한' 군이 더 요구되는 것이 요즘시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태그:#인천, #백령도, #지뢰,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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