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원인은 오리무중입니다. 그 사이 세월호 참사를 조망한 여러 영화들이 나왔고, 또 나올 예정입니다. <오마이스타>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하며 이 사건을 기억하고 다루는 영화들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 프로젝트 부


아마 유가족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큰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1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다.

2014년 <다이빙벨>을 시작으로 결, 관점, 주제를 달리하는 여러 세월호 참사 관련 작품이 나왔지만, 침몰 원인에 대해 직접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영화는 없었다. 개봉 하루 전인 11일 특별상영회를 다녀왔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 프로젝트 부


시작부터 거짓말   

참사 직후 유가족과 국민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외쳤지만, 정부 및 관계 당국은 미온적이었다. 구조 당시와 그 이후 대처에 대해 각종 의혹들이 쏟아졌고, 국민적 분노도 확산됐다. 2014년 10월 6일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무리한 증축, 과적, 선원의 미숙 운항 등이 직접적"이라 밝혔다. 선체복원력, 고박 불량을 언급하며 사실상 당시 참사를 '단순 사고'로 규정한 셈. 이후 유가족과 국민적 여론을 업고 출범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당시에도 전 정권은 비협조적이거나 오히려 조사를 방해한다는 의혹만 키웠다.

<그날, 바다>는 정부가 제공한 모든 데이터를 하나하나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핵심 자료는 해양수산부가 2014년 4월 17일, 4월 21일, 그리고 4월 26일 발표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 Identification System)의 데이터다. AIS는 해당 선박의 위치, 속도 등의 운항정보를 자동으로 송수신 하게 하는 장치다. 영화는 단순 사고라는 결론을 내는 데 주요하게 쓰인 이 데이터를 해군 레이더, 관제센터 데이터, 세월호 침몰 순간을 최초로 인지한 걸로 알려진 둘라에이스 호의 데이터와 면밀하게 비교해간다.

그 과정이 흥미롭다. 연출을 맡은 김지영 감독은 그렇게 정부, 해군, 관제센터 및 둘라에이스 호의 데이터 비교 분석을 통해 세월호의 항로 구성에만 6개월이 걸렸다며, AIS 데이터 검증에서만큼은 전문가 수준으로 접근했다고 자신한다. 총 6개 챕터로 구성된 영화의 초중반을 통해 애초에 정부가 제공한 자료들이 상당 부분 '거짓'이었음이 충분히 설득된다. 

중간 결론은 이렇다. 전 정부의 발표와 달리 세월호의 항로는 '지그재그'였으며, 침몰 위치 또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 여기에 더해 침몰 순간, 선체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외력이 작용했다는 것.

이는 그간 김지영 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에 밝힌 바와 일치한다. 그간 침몰 원인 관련한 여러 가설, 그러니까 폭침설(어뢰 등에 의한 손상), 잠수함 침몰설(해저 근처를 지나던 잠수함에 의한 손상), 국정원 개입설 등이 쏟아졌는데, 김 감독은 꾸준하게 외력의 작용, 정확히는 왼쪽 앵커(닻)가 인근 섬 지면에 걸리며 배가 침몰했다는 '앵커침몰설'을 주장했다. <그날, 바다>는 그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촘촘하게 덧댄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 프로젝트 부


가설의 검증     

전체적으로 영화는 결론(앵커침몰가설)을 마지막에 제시하며 '결정적 질문'을 던지는 미괄식 구성을 택했다. 영화 취지에 공감해 선뜻 참여했다는 배우 정우성의 목소리가 영화 내내 진정성 있게 울린다. 영화가 가설을 뒷받침 하는 토대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앞서 말한 AIS 데이터의 비교 및 대조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고 당시 CCTV 영상 분석이다.

적재돼 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의 순서를 맞춰 감독은 외력작용의 근거를 찾는다. 차량들의 움직임과 공중에 매달려 있던 올가미의 급격한 기울기를 통해 물리적으로 급격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추론한다. 또한 과적돼 있던 컨테이너들이 참사 당시 쏠려 있던 방향과 각도 등도 그런 외력 작용을 증명하는 요소로 활용했다.

이런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감독이 택한 방법은 생존자들의 증언 청취였다. 오전 8시 25분 이후로 이상을 느끼고 직접 체험한 생존자들의 증언은 영화상에서 모두 외력 작용을 뒷받침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영화는 다음 단계로 그 외력이 앵커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고자 한다. 역시 두 가지의 근거를 댄다.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 한 당시 세월호의 움직임과 근처 섬의 지형도를 토대로 섬 지형이 융기된 지점에서 특기할만한 현상들이 발생했다는 것, 그리고 출항 직전 세월호에 달린 앵커 사진과 이후 앵커의 형태 등을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다르다는 것.

물론 이 논증 과정에 의문이 드는 점들은 있다. 과연 참사 직전 누가 앵커를 내리고 올렸을 것인가. 세월호급 여객선 기준으로 수십 미터 이상 수심 면에 앵커를 내렸을 경우, 통상 끝까지 올리는데 꽤 오랜 시간(수 분 이상)이 걸린다. 내리고 올릴 때 소음 또한 크다고 한다.

이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유가족의 의견이 중요할 듯싶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분과장으로 이번 영화화 과정에서 누구보다 오래 제작진과 소통한 '수현 아빠' 박종대씨를 접촉했다. 12일 통화에서 그 역시 영화 속 결론에 대한 반론 가능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두 가지를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첫 번째 생존자의 진술과 부합할 것, 그리고 물리적 현상에 부합할 것. 그래서 어떠한 가설이라도 일단 생존자의 진술에 배치되면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략) 영화에서 말한 앵커설이 100% 진실은 아닐 수 있지만 그것과 유사한 외력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결론은 세월호 침몰에 대해 검찰이 재입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선체조사위원회가 올해 1윌 진행한) 네덜란드 실험결과도 공개해야지. 이 영화로 국민적 호응이 생긴다면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 적어도 검찰은 답해야 한다." (박종대씨)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 관련 사진. ⓒ 프로젝트 부


여전히 남는 질문

제작진 역시 유가족들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상영 직전 김지영 감독은 "3년 반 동안 조사하고 준비한 핵심 중에 일부를 담았다"며 "잘못하면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AIS에 대해선 전문가의 깊이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존자 분들을 찾아가 저희의 가설을 하나하나 교차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영화 자체에도 제작진의 가설을 직접 생존자들 앞에 제시하며 검증받는 장면이 담겨있다. 김지영 감독 옆에 서 있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설명을 보탰다. "이 영화는 세월호가 출항해 침몰하는 순간까지만 담았다"며 "그 이후는 정권에서 할 일"이라 덧붙였다. 침몰원인에 대한 유력한 가설을 제시하되, 확증과 관련자 처벌 등은 영화 밖 영역으로 보고, 섣불리 손을 대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보였다.

<그날, 바다>는 외력의 작용, 그리고 거기에서 한 발 나아가 앵커에 의한 침몰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날, 바다>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누가 왜 앵커를 내려 침몰상황에 이르게 했냐는 의문이 남는다.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할 정부는 침몰 이후 지난 4년간 유가족과 국민 앞에 '설득력' 있고, '진정성'이 있는 진상 규명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가장 크고도 본질적인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 '세월호는 왜, 어떻게 침몰한 것인가'. 이에 한 유가족의 말을 옮긴다.

"진상 규명 조사 이만큼 하면 됐다? 그건 유가족이 판단할 문제다. 10% 규명이든 70% 규명이든 의미가 없다. 명확하지 않은 조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0%다."

그날, 바다 세월호 정우성 세월호4주기 다큐멘터리
댓글5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