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호매실 도서관에서 열린 수원형 마더센터 건립을 위한 토론회
▲ 우리가 만들고 싶은 마더센터는 무엇일까요? 호매실 도서관에서 열린 수원형 마더센터 건립을 위한 토론회
ⓒ 강봉춘

관련사진보기


11일, 수원 마더센터 건립을 위한 토론회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 도서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수원 일하는 여성회(회장 윤진영)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마더센터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 지 알아보고 수원 마더센터의 태동을 위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호매실동 주민 이지애씨를 비롯해 김해정 매탄지역아동센터 운영위원, 장지화 전국 마더센터 준비위원장, 윤경선 수원마더센터 준비위원장, 박미정 칠보산마을활동가, 박은희 남창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이 발제했고, 수원마더센터 공동준비위원장 임은지씨와 주민들 15명이 함께 자리했다.

독일과 춘천 등 마더센터 사례를 통해 수원 마더 센터의 방향을 짚어준 장지화 전국마더센터준비위원장의 발제
▲ 독일의 마더센터는 이렇습니다. 독일과 춘천 등 마더센터 사례를 통해 수원 마더 센터의 방향을 짚어준 장지화 전국마더센터준비위원장의 발제
ⓒ 강봉춘

관련사진보기


장지화 위원장은 먼저 독일의 마더센터 사례를 보여줬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에키즈 (EKIZ:Eltern-Kind-Zentrum) 는 작은 도서관이자, 아동긴급보호소입니다. 또한 재활용 가게이자 식당이고, 댄스실이자 공작실이며 영유아 보육이 이뤄지고 부모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센터입니다."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것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좋지 못하다. 독일의 부모들은 함께할 센터를 만들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로 공간을 채워갔다. 그렇게 탄생한 에키즈는 지금 80여 명의 부모들의 새로운 직장이 되었다. 그 곳에서 보수는 수당으로 지급되기도 하고 음식이나 공짜 보육, 또는 교육 서비스 자체로도 받는다. 장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사례도 공유했다.

"한국에는 춘천과 마포, 성남, 관악 등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수원의 경우 기존의 마을공간과 육아지원센터와 분명히 차별되는 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윤경선 위원장은 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발제하는 윤경선 수원마더센터 준비위원장 윤경선 위원장은 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강봉춘

관련사진보기


두번째 발제에 나선 윤경선 위원장은 여성들과 부모들이 과감하게 사회에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소비되던 여성들을 생산의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동원되는 존재여선 안됩니다. 병 수발은 며느리나 엄마가 하는 걸 당연하다 여겼어요. 그러나 지금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으로 사회화 했습니다. 이처럼 돌봄을 사회화해서 엄마들이 해오던 일상적 노동을 재가치화 할 수 있습니다. 세금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계층이 누굴까요? "

뒤집어 생각하게 해준 윤 위원장의 발언에 청중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저소득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재벌입니다. 그들은 몇 천 억의 혜택을 받아요. 여러분들의 노동이 대가 받는 것을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의 노동을 무임금으로 대우했기 때문에 경제적 자립이 힘들었고 이것이 성별 분업으로 고착되었습니다. 마더센터가 그 해법들을 찾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원 마더센터 건립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발제가 이어졌다.
▲ 우리가 직접 만드는 마더센터 수원 마더센터 건립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발제가 이어졌다.
ⓒ 강봉춘

관련사진보기


김해정 운영위원은 아이 데리고 가면 환영받는 공간이 마더 센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춘천 마더센터에 다녀온 이야기를 전했다. 이웃 사람의 재능과 가치를 발견하고 사귐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인문, 예술, 취미, 그리고 시장으로서의 역할도 해냈다. 이에 수원 마더센터도 취미와 예술의 공간을 넘어 마을 협동조합과 마을 기업으로 자립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미정 마을활동가는 우리가 사는 곳을 바꿔보자고 시작한 마을 만들기 경험을 바탕으로 마더 센터에 바라는 점을 밝혔다. 먼저 마더센터라는 이름을 넘어 육아하는 아빠들도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속 가능을 위해 정당이나 종파, 파벌 등의 차별은 존재할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많은 예산들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며 조례와 상위법도 공부하며 세상을 바꿔 나가는 도약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례 발표를 위해 나온 엄마를 기다리며 아기가 다른 엄마 품에 안겨있다.
▲ '우리 엄마를 위한 일을 준비하고 있데요.' 사례 발표를 위해 나온 엄마를 기다리며 아기가 다른 엄마 품에 안겨있다.
ⓒ 강봉춘

관련사진보기


107일 된 아기를 데리고 온 호매실동 주민 이지애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어려운 점을 공유해 많은 이들의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호매실이란 타지로 오며 생긴 외로움과 독박육아는 엄마를 우울하게 했다. 아기를 키우면 밥 챙겨 먹기도 쉽지 않고, 아기가 아프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 난다고 했다.

"남편이 일을 빼지도 못하니, 제가 첫째까지 데리고 병원에 갔었어요. 간호사가 애 안고 있는 나보고 둘째 아기의 다리를 좀 잡으라고 하는데, 아니 어쩌질 못하겠는 거에요. 별게 다 서운했죠."

응급실에선 네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고, 정작 엄마 자신이 아팠을 때 아이를 맡겨놓고 갈 데가 없자 먼 친정을 바라보다 결국 남편을 원망했다. 남편이 너만 힘드냐며 볼멘 소리라도 하면 아이랑 같이 울고 싶어졌다는 지애씨는 마더센터가 꼭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수원 일하는 여성회는 호매실동에 수원형 마더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알리고 의견들을 수렴하고자 이번 토론회를 열었다.
▲ 마더센터 건립을 위한 토론회 수원 일하는 여성회는 호매실동에 수원형 마더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알리고 의견들을 수렴하고자 이번 토론회를 열었다.
ⓒ 강봉춘

관련사진보기


박은희 위원장은 마더센터가 도시에서 고립되지 않게 이웃을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의 신도시, 호매실 금곡지역은 늘어나는 아파트에 비해 도서관이나 어린이집, 공공시설들은 턱없이 부족해, 내 아이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부모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마더센터가 남녀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 활동이 이뤄지는 마을 사랑방을 지향하자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을 마친 총평에서 임은지 마더센터 준비위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호매실 금곡지역에 사는 여성과 부모들의 많은 요구와 바램들을 마더센터로 녹여 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지화 위원장은 이런 문제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역량강화(Empowerment)가 마더센터 건립의 핵심이 될거라고 평했다. 마지막으로 윤경선 위원장은 아파트를 지을 때 경로당이 의무사항인 것처럼 마더센터도 의무화 될 수 있게 시 제정으로 가능한지 고민할 것이라 말했다.



태그:#수원 마더센터, #도시 공동체, #수원 일하는 여성회, #토론회, #호매실 도서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