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연경관이 빼어난 도봉산길(도봉동 512번지)에 고려시대 한 절이 있었다. 그 이름은 영국사(寧國寺)였다. 고려왕실의 후원으로 번성하던 이 절은 조선시대로 들어오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조선의 효령대군이 영국사를 되살려 국가차원의 불교행사를 치르는 등 한때 소생하는 듯했지만 이후 쇠퇴의 길을 걸어 16세기에 이르면 절의 건물은 모두 추풍낙엽처럼 폐사하고 절터만 오롯이 남게된다.  

그러나 이 영국사가 자리한 도봉산은 암벽이 장관을 이루고 산세가 아름다워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렸던 만큼 조선시대 문인들이 이곳을 드나들면서 영국사 터를 이용하여 도봉서원을 짓게 된다.

도봉서원은 1573년, 폐허가 된 영국사 자리에 들어서는데 조광조와 송시열을 제사 지내면서 유생들을 교육하던 기관이었다. 사액서원(賜額書院)으로 한양도성 주변에는 풍광이 아름다울 뿐더러 유명한 조광조와 송시열 때문에 경기 지역에서는 위세를 떨칠 만큼 이름난 서원이었으나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그만 문을 닫게 되었다.

* 사액서원(賜額書院) : 임금으로부터 편액·서적·토지·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서원 

무릇 집이란 사람이 살지 않으면 폐허의 속도가 빠르듯 도봉서원 역시 터만 남고 그 자취를 잃고 말았다. 전국 서원철폐령 이후 121년 동안 방치되었던 도봉서원은 2012년이 되어서야 발굴조사가 이뤄지게 되었는데 뜻밖에 이 자리에서 고려시대 영국사(寧國寺) 시절의 금강령(金剛鈴, 방울)과 금강저(金剛杵)를 비롯한 불교용구 79점이 출토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2년 도봉서원 터 발굴조사에서 천년 만에 빛을 본 금강령(가운데)과 금강저
▲ 금강령과 금강저 2012년 도봉서원 터 발굴조사에서 천년 만에 빛을 본 금강령(가운데)과 금강저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금강령의 자세한 설명
▲ 금강령 금강령의 자세한 설명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청동대야
▲ 청동대야 청동대야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도봉서원 터에서 나온 유물들
▲ 유물둘 도봉서원 터에서 나온 유물들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특히 금강령은 오대명왕(五大明王)과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 사천왕(四天王 )등 무려 11구의 불교 존상(尊像)들이 표현되어 있는 매우 드문 예로 이 유물들은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뛰어난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시대 영국사터이자 조선시대 도봉서원터에서 발굴된 불교용구 79점은 지금 한성백제박물관에서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천 년 만에 빛을 본 영국사(寧國寺)와 도봉서원>이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15일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특별전을 보러온 시민들이 많았다. 

이순영 (도봉구 상계동, 45살)씨는 일요일을 맞이하여 두 아들과 전시장에 왔다. 이씨는 "고려시대 청자 유물은 많이 보았지만 전시된 고려시대 청동류의 그릇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특히 금강령에 조각된 세련된 장식들은 일찍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출토된 79점의 유물들이 모두 1천 년 전 고려시대 것이라니 왠지 더 눈길이 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이름(李氏金光)이 찍힌 기와(왼쪽), 효령대군이라 쓰인 기와
▲ 글씨 쓰인 기와 이름(李氏金光)이 찍힌 기와(왼쪽), 효령대군이라 쓰인 기와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범자(산스크리트어)가 새겨진 수막새
▲ 수막새 범자(산스크리트어)가 새겨진 수막새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용무늬 암막새 탁본(왼쪽), 봉황무늬 수막새 탁본
▲ 탁본 용무늬 암막새 탁본(왼쪽), 봉황무늬 수막새 탁본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이번에 전시중인 유물은 청동그릇과 금강령(방울) 등 고려시대 불구 용구 79점과 효령대군을 비롯한 많은 시주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와, 분청사기, 백자 편 등이다.

전시장을 빠져 나오기 직전에 전시에 대한 마무리 글이 눈에 띄었다.

"이 전시는 도봉산길 90(도봉동 512번지) 일대가 고려시대 영국사라는 불교의 중심에서 어떻게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성지(聖地)로 변하고 또 사람들이 기억 속에서 잊히게 되었는지를 조명한다. 천여 년에 걸쳐 서울의 불교와 유교 두 사상의 중심지였던 그 땅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고려시대 불교의 절이던 영국사(寧國寺) 터에 들어선 조선시대 도봉서원도 결국은 쇠퇴하여 단순한 '터'로만 존재하는 이 마당에 정부는 이 터의 발굴 조사를 마친 뒤에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불교와 유교의 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 절로 복원할지, 서원으로 복원할지 아니면 그 역사를 기록한 표식만을 세운 뒤 빈터로 남길지 궁금하다.

<도봉서원도>, 심사정, 조선 18세기, 비단에 엷은 색, 건국대학교 박물관
▲ 도봉서원도 <도봉서원도>, 심사정, 조선 18세기, 비단에 엷은 색, 건국대학교 박물관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전시장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 영국사전 전시장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전시장 모습
▲ 영국사2 전시장 모습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전시명 :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 '천 년 만에 빛을 본 영국사(寧國寺)와 도봉서원'
기간 : 2018년 03월 30일 ~ 2018년 06월 03일                            
장소 : 한성백제박물관 기획전시실 /  전화:02-2152-5800
관람료 : 무료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영국사, #금강령, #금강저, #도봉서원, #한성백제박물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