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캣츠 시절의 최시라씨 모습, 오른쪽 앞이 최 씨.

와일드캣츠 시절의 최시라씨 모습, 오른쪽 앞이 최 씨. ⓒ 최시라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던 여성 6인조 그룹 '와일드캣츠'(들고양이들)가 있었다. 이들의 대표곡 '마음 약해서'는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여느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언제부턴가 조용히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이들의 근황이 궁금하던 차, 최근 멤버 중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최시라씨는 최근 활동을 재개하고 활발하게 공연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녹음실에서 만난 그녀는 젊은 시절 활동하다가 중단된 시간이 아쉽지 않을 만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무용으로 다져진 몸매와 체력은 여전했고 열정까지 더했다. 인터뷰를 통해 다시 만난 '추억의 슈가맨'을 소개한다.

월남공연을 목표로 만들어졌던 여성 그룹 '와일드캣츠'

'와일드캣츠' 그룹의 탄생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당시 인천의 모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최시라씨는 임종임씨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과 노래하는 그룹을 만들자고 의기투합 한다. 그러나 노래를 하고 싶다는 욕심만 있을 뿐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몰랐던 이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88 서울 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불렀던 그룹 코리아나였다.

당시에는 코리아나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을 때였다. 코리아나의 큰 형이었던 김영일씨는 이들을 눈여겨 보고 본격적으로 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때부터 '와일드캣츠'의 여정은 시작된다. 우선 월남 미8군 위문공연 무대에 본격적으로 서게 되면서 프랑스회사에 소속되기도 했다.

그룹 '코리아나'와의 인연으로 시작된 활동

 최시라씨는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3인조 여성그룹으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최시라씨는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3인조 여성그룹으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민다. ⓒ 진민용


최시라씨는 이 당시 막내로 언니들만 따라다녔다고 회상했다. 특히 그룹 코리아나 덕분에 많은 공연을 한 것은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월남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와일드캣츠'의 앞길에 어둠이 찾아 온 것은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부터였다. 와일드캣츠는 프랑스 회사에 소속돼 있었고, 코리아나가 사정이 생겨 더 이상 이들을 도와줄 수 없게 됐다. 결국 와일드캣츠는 국내 한 회사로 넘겨졌고 이 과정에서 최시라씨는 결국 월남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 씨가 떠난 후 와일드캣츠는 약 7년 정도 더 해외 활동을 하다가 남자 멤버들이 합류하면서 국내로 활동을 넓혔다. 이때 와일드캣츠의 대표곡인 '마음 약해서'가 탄생한다.

이때 최시라씨에게는 또 다른 운명의 짝이 함께 했다. 바로 지금의 남편인 석현씨다. 현재 석 씨는 한국연예예술인협회 이사장을 맡아 활약하고 있는데 월남 파병시절 코미디언으로 군부대 위문공연 사회를 도맡았다. 최씨가 석 이사장을 만난 곳도 바로 위문공연장이었다.

"낮선 외국에서 유일한 힘이 돼 준 사람입니다."

최씨는 어릴 적 해외활동으로 인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남편을 만나면서 이겨냈고, 지금까지 곁을 지켜주면서 현재 자신의 재기를 응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비록 '와일드캣츠' 그룹의 전성기는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 대신 지금은 남편과 함께 두 자녀를 얻었기에 후회는 없다.

오랜 공백에 찾아 온 우울증, 가족과 노래의 힘으로

와일드캣츠를 떠난 최시라씨에게 찾아 온 것은 우울증이었다. 평범한 가정 주부로 적응하는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쉽게 노래를 포기하지는 못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가정을 꾸리면서도 노래를 포기하지 않았던 게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아이 둘 낳고 살림을 하면서 노래를 이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엔 부부가 함께 벌어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웠기에 중도에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최씨는 그동안 남편 석현 이사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석현 이사장은 지역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면 아내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함께 다니면서 외조를 든든히 했다. 그런 남편의 노력 덕분에 주요 방송사 무대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최시라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동훈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장이다. 이동훈 회장은 최진희의 '카페에서'와 조항조 '사나이 눈물'을 히트시킨 작곡가로 대중가요 작가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최시라씨에게 다시 가수로서의 생명을 불어넣었다. 현재 최시라씨의 대표곡 '사랑의 흔적'과 '눈물꽃' 등 인기를 끌고 있는 곡은 이동훈 작가가 작곡·편곡까지 한 작품이다.

최씨는 "가수가 작곡가를 잘 만나는 건 큰 행운이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행운이죠. 이동훈 선생님 노래는 저한테 잘 맞는것 같아요. 완전 트로트가 아닌 댄스곡이나 발라드풍이 섞인 노래가 제가 소화하기에 잘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노련미, 숙련미 갖춘 트리오 결성이 마지막 꿈

최시라씨는 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그녀는 지금 솔로가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여성 3인조 트리오를 결성해서 퍼포먼스가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한다. 나이가 든 여가수들이 한 자리에 서서 부르는 노래가 아닌, 세 명이 하나의 드라마를 꾸미듯 퍼포먼스를 만들고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는 그룹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물론 쟁쟁한 걸그룹들이 텔레비전을 장악하고 음반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는 높은 장벽을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7080세대들은 과거의 가수들을 기억하고 있다. 최씨를 비롯한 과거의 가수들을 통해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기회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만드는 걸그룹은 색다르게 완성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랜 공백을 이겨내고 다시 출발선에 선 최시라, 그녀가 꿈꾸는 '걸그룹'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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