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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자랑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누구 못지않게 바른 먹거리와 자연 건강법에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온 터라 제 병을 자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통풍이 왔다"고 하면 "술도 많이 마시지 않고 고기도 안 먹는데 무슨 통풍이야?" 하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여러 사람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만도 아니고 운동도 꾸준하게 하는데 왜 통풍이 걸리지? 사실 저도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177cm, 68kg이니 흔히 통풍에 잘 걸린다고 하는 비만과는 거리가 멉니다.

식습관도 보통 사람들과 비교하면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닭, 돼지, 소와 같은 땅 위에서 사는 육류는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로 살아왔고, 2016년부터 간헐적으로 육식을 하였지만 고기를 즐겨 먹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도 제 체형을 보고는 '통풍'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통풍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보험공단의 정기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 일도 없으며 성인병의 전조라고 하는 비만이나 고혈압 같은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었지만, 나름은 그래도 채소와 곡식 그리고 생선까지만 먹는 채식주의자로 20년 가까이 살아왔던 터라 '통풍'이 왔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기는 참 쑥스러웠습니다. 그래서 한 달이 넘는 동안 일부러 사람들에게 병을 알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병'이라는 게 숨긴다고 계속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차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면 차라리 제가 겪고 있는 통풍과 함께 사는 경험담을 다른 분들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발가락 사이가 마비되는 느낌, 대체 왜

통풍 발작이 왔을 때 사진을 찍어 둘 생각을 못했다. 아직도 왼쪽 발이 불편한데 외관으로 보기에는 별로 차이가 없다
 통풍 발작이 왔을 때 사진을 찍어 둘 생각을 못했다. 아직도 왼쪽 발이 불편한데 외관으로 보기에는 별로 차이가 없다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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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작이 일어나고 한 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지난 3월 14일 새벽 3~4시쯤 자다가 지네 같은 벌레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세 번째 발가락과 네 번째 발가락 사이 갈라지는 부위가 뻣뻣하게 마비되는 느낌과 함께 심한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무거운 쇳덩이가 발등을 찍은 것 같은 그런 통증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렇게 발이 아플 만한 일이 없었습니다. 사흘 전 일요일에 오랜만에 둘레길을 10km 정도 걷기는 하였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뒤늦게 발이 아플 까닭은 없었습니다.

오전에 중요한 행사 참석 일정이 있어 아침에 병원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일어나 수영장에 가서 샤워만 하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왼쪽 발에 통증이 있긴 하였습니다만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약간 절뚝거리며 사무실까지 출근을 하였습니다.

17~18년쯤 전에 발바닥에 원인 모를 불쾌한 통증(염증)이 6개월 넘게 지속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더군요. 그때도 병원과 한의원을 오가면서 오랫동안 치료를 하였습니다만, 별 차도가 없었습니다.

우연히 요가를 시작하고 1년쯤 지난 후에야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모든 통증이 비슷합니다만, 통증이 처음 시작될 때는 뚜렷하게 기억에 남지만 통증이 사라질 때는 분명하게 기억되지 않습니다. 어느 날부터 서서히 통증이 줄어들다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통풍 발작이 있던 날, 아침 10시 30분에 창원 경남도청 근처에서 개최된 행사에 참석하고, 이어진 간담회와 오찬까지 마치고 나니 통증은 더 심해지고 구두를 신고 있기 어려울 만큼 발이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사무실로 복귀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집 근처 병원으로 갔습니다.

진료 예약을 하지 않은 첫날이라 1시간 넘게 기다려서 겨우 의사와 만났습니다. 의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하더군요.

"외부적인 충격이나 사고가 없는 통증이라면 단순 염증일 수도 있고 통풍일 수도 있습니다. 통풍은 피검사를 해봐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단 염증 치료 약을 3일분 처방해드릴 테니 내일도 통증이 계속되면 다시 와서 피검사를 한 번 해볼게요."

아무래도 단순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이렇게 심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피검사를 하고 가겠다고 했더니, 의사가 그러하고 하더군요. 아침보다 오후 들어 통증이 더 심해지고 발이 퉁퉁 부어 올랐기 때문에 단순 염증이 아닐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피 검사를 마치고 간단한 물리치료를 받은 후에 처방전을 받아 약국으로 갔습니다. 워낙 통증이 심해 약국에서 약을 받자마자 의사가 처방해준 염증 치료약을 먹었습니다. 약을 먹어도 금새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저녁을 먹고 나서 또 한 번 약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하룻밤을 보내는 동안 왼발의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이렇게 계속 아프고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지면 정말 견디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벽부터 아침까지는 뜬눈으로 지새웠습니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통풍'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약을 먹어도 발이 더 붓고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오십 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는 병원 문 여는 시간만 바라보며 기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통풍, #병, #약, #관절염, #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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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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