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날 쉽게 믿겨지지 않을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메이저리그 복귀가 불가능할 줄만 알았던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4월 27일(이하 한국 시각)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에서는 강정호의 취업 비자 발급 소식을 전했고, 이에 따라 미국에 다시 입국하여 팀에 합류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음을 발표했다. 특히 프랭크 쿠넬리 구단 사장이 직접 강정호가 실수를 잊지 않고 삶의 결정을 바르게 하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그 관심이 크다.

구단에서는 공식 성명을 통해 강정호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강정호는 실전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파이어리츠의 스프링 캠프 장소인 플로리다 주 브래든턴의 캠프장으로 이동한다. 정규 시즌 개막 이전에 스프링 캠프는 종료되었지만, 실전에 투입하기에 준비가 더 필요한 선수들은 캠프장에 남아서 확장 스프링 캠프에 참가한다.

음주운전 사고 발생 후 1년 반, 마침내 다시 발급된 취업 비자

강정호, 음주운전 죄송...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 묵묵부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강정호 선수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사거리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로 운전, 가드레일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 ⓒ 이정민


2015년부터 파이어리츠에서 뛰게 된 강정호는 그 해 가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유격수 수비를 하던 중 2루로 슬라이딩을 하던 주자의 태클로 인하여 치명적인 다리 부상을 당했고, 그대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그리고 재활에 집중하기 위해 그 해 겨울에는 미국에 머물러야 했다.

2016년 부상에서 복귀하여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소화한 강정호는 무려 2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각 팀의 성적에 따라 정규 시즌이 종료된 다음날 또는 포스트 시즌의 각 라운드가 종료되는 다음날부터 스프링 캠프 소집일까지 선수 개인의 행동은 자율적으로 맡긴다. 시즌 후 마무리 훈련을 위해 출국하는 KBO리그와는 다르다.

강정호가 한국을 방문했던 이유 중에는 이전에 받았던 취업 비자의 기한이 만료되어 그 비자를 갱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6년 12월 2일 새벽, 음주 상태에서 협찬 받은 차량을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그대로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게다가 거짓 진술까지 했고, 과거에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2건이 더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음주운전 삼진아웃까지 적용됐다.

검찰에서는 강정호를 벌금 1500만 원에 약식기소했지만, 기소를 접수한 법원이 중대 사안이라며 이 사건을 정식 형사재판에 넘겼다. 스프링 캠프 소집일보다 첫 공판이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결국 강정호는 2017년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에서 강정호는 검찰이 구형한 1500만 원 벌금형보다 더 무거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지만 강정호는 항소했고, 2심에서 강정호는 항소기각 처분을 받았다. 실형이 유지되면서 미국 취업 비자는 받지 못했고, 결국 정규 시즌 개막에 맞춰 팀에 합류하지 못하게 되면서 강정호는 파이어리츠 제한 선수 명단(Restricted List)에 올랐다.

제한 선수 명단은 주로 경기 외적 논란으로 문제를 빚어 출전이 불가능한 선수가 들어가는 명단으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다. 60일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면서 40인 명단에서 제외될 경우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제한 선수 명단에 들어갈 경우에는 해당 기간 연봉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강정호의 경우는 비자 말소로 취업 허가가 중지된 상황이라서 연봉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이민법에서 허용되지 않았다.

양형 부당의 이유로 상고가 가능한 경우는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 그 이상의 형벌만 해당되었기 때문에 강정호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다만 파이어리츠에서는 강정호가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윈터리그에 참가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겨우 참가한 윈터리그에서도 1할 대 타율에 홈런 1개 그리고 리그 최다 삼진까지 기록하는 부진에 시달리면서 윈터리그 팀에서 방출됐다. 강정호는 한국과 도미니카를 오가며 개인 훈련에 의존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고 발생 1년 반 만에 다시 비자를 받게 되어 미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복귀에 필요한 것들, 치료 프로그램과 실전 감각 회복

일단 파이어리츠의 확장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는 것은 확정되었지만, 강정호는 당장 캠프장에서 열리는 경기에 출전할 수는 없다. 우선 강정호는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던 만큼 미국에서 진행되는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이 치료 프로그램은 보통 4주가 걸리는데, 이 기간에는 훈련은 할 수 있을지라도 경기에는 나설 수 없다.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이 끝나면 5월 하순으로 접어드는데, 이 때가 되어야 강정호는 본격적으로 실전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강정호는 1년 이상 실전 경기 출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실전 경기에 나서기까지 스프링 캠프가 진행되는 40여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타석에 다시 설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7월 초 전반기 막판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올스타 브레이크가 지난 뒤 후반기에 맞춰 복귀할 수도 있다. 파이어리츠는 강정호가 실전 감각을 회복할 때까지 제한 선수 명단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강정호는 이 때까지는 계약 내용에 따른 연봉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강정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1년 반 동안 팀에 합류하지 못했던 만큼, 구단에서도 자체 징계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반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만큼 추가적인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은 적을 수도 있지만 아직 어떤 징계가 내려질지는 확실하지 않다.

실전 감각도 언제 정상 궤도에 올라올지 미지수다. 강정호는 2017년 1년을 통째로 개인 훈련에만 열중하다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했는데, 홈런은 1개에 그쳤고 방출되는 시점까지 윈터리그 최다 삼진을 기록하는 등 실전 감각을 되찾지 못한 전례가 있다.

물론 윈터리그에 참가하던 시점과는 달리 비자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강정호가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따라서 윈터리그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확장 스프링 캠프에서의 실전과 메이저리그에서의 실전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복귀한 직후에는 또 다른 적응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강정호가 없었을 때 파이어리츠의 상황은?

강정호가 재판에 출석했던 2017년 파이어리츠는 스프링 캠프부터 난관을 맞이했다. 강정호가 자리를 비운 데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션 로드리게스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했다. 게다가 주전 외야수 스탈링 마르테는 약물 복용이 적발되면서 8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나마 새롭게 등장한 조쉬 벨과 간판 타자 앤드류 맥커친 등이 활약하며 전반기를 어느 정도 버텼지만, 이번에는 에이스였던 게릿 콜이 무너졌다. 강정호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되었다가 강정호의 복귀 이후 1루수와 3루수를 나눠 맡았던 데이비드 프리즈와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어느 정도 빈자리는 메웠지만, 강정호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었다.

결국 파이어리츠는 2017년 5할 승률도 지키지 못했고,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에 그쳤다. 구단 재정도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몸값이 점점 올라가던 주축 선수들도 팔아야 했다. 2018년 1월 파이어리츠는 에이스 콜을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간판 타자 매커친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하면서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했다.

리빌딩 체제에 들어간 2018년, 일단 파이어리츠는 5할 대 승률을 유지하면서 나름 버티고 있다. 그러는 동안 같은 지구의 밀워키 브루어스가 26일까지 8연승을 거두는 바람에 한때 지구 선두였던 파이어리츠의 순위는 3위까지 내려갔다. 일단 27일에 브루어스가 연승을 멈췄고 파이어리츠가 승리하면서 승차는 1경기 반 차가 됐다.

강정호가 없는 동안 파이어리츠의 3루수 자리는 콜의 트레이드 때 애스트로스에서 넘어온 콜린 모란이 맡고 있었다. 일단 강정호가 실전 감각을 회복할 때까지는 모란이 3루수 자리를 지키고, 이후에는 강정호에게 주전 3루수 자리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다만 머서가 결장하거나 교체될 때 강정호가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 전례가 있었기에 그럴 때에 모란이 3루 수비를 볼 가능성이 있다.

강정호와 파이어리츠의 계약 기간은 2018년까지 4년이었다. 2019년에는 팀 옵션이 걸려있는데, 올해까지 비자 발급이 무산될 경우 이 옵션의 실행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그러나 강정호의 비자 발급이 이뤄지면서 늦게나마 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고, 강정호가 로스터에 합류한 이후 남은 시즌의 활약상에 따라 이 옵션의 실행 여부는 가을에 다시 한 번 검토할 가능성이 생겼다. 어쨌든 강정호는 실전 감각이 회복되는 대로 다시 메이저리그 타석에 설 기회를 얻었다.

복귀하게 될 강정호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비난은 안고 가야 한다. 선수 생명까지 끝날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강정호이지만 일단 파이어리츠에서는 그의 합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강정호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많은 팬들이 강정호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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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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