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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 결성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 이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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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이마트 남양주 무빙워크 수리 사망사고. 세 사고의 공통점은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들이라는 것이다. 젊다 못 해 어린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19살 노동자들이 노동절 광장에 섰다.
"겁난다. 들뜬다. 기쁘다. 슬프다."앳된 얼굴의 19살 노동자가 마이크로 '노조 결성'을 외치며 든 감정들이다. 전국특성화고등학교노동조합(이하 특성화고 노조)은 1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동조합 결성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19살 특성화고 노동자들은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다'라고 했다. 대구에서 온 이학선(19)씨는 "대저택에 살게 해달라, 로또 당첨을 주장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그저 차별, 모욕을 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근로기준법 지켜달라고 말하러 나왔다"라고 외쳤다. 처음 해보는 기자회견이 떨리는지 숨을 몰아쉰 이씨는 "우리는 큰 꿈을 꾸며 회사에 갔지만, 회사는 우리를 쓰고 버릴 부품으로 대한다"라며 "희망이 없다"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광장에 선 특성화고 졸업생이자 노동자들은 '특성화고 졸업'이라 겪는 무시가 상당하다고 이야기했다. 특성화고 졸업생인 김명규씨는 "고졸이라는 이유로 인사조차 받아주지 않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할 때가 있다"라며 "밥 먹는 시간조차도 아깝다며 제대로 된 식사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임금차별도 있다. 박정연씨는 "같은 업무를 하는 대도 대졸과 연봉 차이가 심각하다"라며 "간호조무사를 준비했던 한 조합원은 고졸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월급을 받아야 했다"라고 밝혔다. 노동현장에서 '특성화고 졸업'은 주홍글씨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강제야근·고졸 차별·성폭력…"정부 전수조사·지원센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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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 결성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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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강제야근, 임금체납, 성폭력 등의 현실에 처해있다. 앞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지난 4월 4일부터 25일까지 약 20여일간 특성화고 졸업생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 후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 ▲강제야근, 특근 등 장시간노동 ▲고졸이어서 받는 차별과 무시 ▲수당 없는 연장 노동 ▲성추행․성희롱 등이 꼽혔다.
이학선씨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것들이 지켜지지 않아 우리가 노력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슬프다"라면서 "노조가 설립되면 특성화고 졸업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가장 먼저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특성화고 노조는 "특성화고 설립 신고 이후에 고용노동부에 특성화고 졸업생 처우개선 교섭요구를 할 계획이다"라면서 "정부차원의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환경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문제가 발견된 사업장은 특별근로관리감독을 실시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관리지원센터 설치요구 ▲실시간 노동상담과 심리상담 운영, 법률 지원 ▲특성화고 졸업생 특별법 제정 등을 해나갈 계획이다.
특성화고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사고가 이어졌다"라며 "얼마 전 남양주에서 이마트 무빙워크 수리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졸업생들 사이에서 '언제까지 추모만 해야하나'라는 인식이 퍼졌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에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라며 "1~2달 전부터 모아, 100명의 조합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권리를 우리가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에 출범하게 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10여명의 특성화고 노동자들은 "구의역, 제주, 이마트 억울한 죽음을 끝내자"라며 "노동조합으로 모여 우리가 바꿔내자"라고 외치면서 기자회견을 끝마쳤다. 특성화고 노조는 이날 총회를 갖고 노조 위원장과 임원 등을 선출하고 2일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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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조합 결성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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