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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폐기된 플라스틱 페트병
 무분별하게 폐기된 플라스틱 페트병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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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 조치로 페트(PET) 병과 비닐 같은 일회용품이 그대로 폐기되는 등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4월 2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제5회 시민정책포럼 '플라스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열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부에서는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의 플라스틱에 관한 발표가 있었고 2부에서는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시민정책포럼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국토환경연구원이 주관하고 환경정의연구소, 한반도발전연구원, 녹색전환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가 주최했다.

플라스틱, 왜 등장했을까?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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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물질입니다. 편리하고 값싼 소재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 바로 재활용 문제 때문입니다.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물건들의 소재를 생각해보면 나무, 금속, 플라스틱 총 세 가지가 떠오른다. 인류는 석기시대엔 돌과 나무를 많이 쓰다가 청동기시대부터 금속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무보다 강력한 내구성, 금속을 녹여 주물로 찍어내는 기법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플라스틱이 등장했다.

플라스틱의 시초는 당구공이다. 원래 당구공은 코끼리 상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아프리카코끼리 개체 수가 줄어들자 당구공의 원가가 급상승했고, 미국의 당구공 제조업자들이 1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일명 신소재 당구공 공모전을 열었다. 이때 상아 대용 당구공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당구공이 플라스틱의 시초가 되었다.

플라스틱에도 계보가 있다
나무보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는 없을까? 금속은 너무 무거워. 녹도 슬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 데나 버려도 땅속에서 자연분해가 되고 값도 싸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욕구를 모두 충족하는 소재가 있다면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성질만 지닌 소재는 아직 발견/발명되지 않았다.

바라는 성질

용어

나무

플라스틱



가벼우면서 강함

비강도

양호

우수

불량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음

제작성

우수

우수

우수

부식되지 않음

내식성

불량

우수

불량

자연분해 가능함

생분해성

우수

불량

-

재활용 가능함

재활용성

우수

미흡

우수

풍부한 자원량

자원량

우수

불량

우수

환경 부작용이 없음

친환경성

우수

불량

양호

저렴한 가격

경제성

우수

우수

우수


모든 소재는 고유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 사람마다 원하는 속성도 다르다. 이를 전문적 용어로는 비강도, 생분해성, 친환경성, 경제성 등으로 말한다. 플라스틱은 제조성이 뛰어난 소재이다. 플라스틱으로 어떤 형태든 만들어낼 수 있고 부식되지도 않고 제조비용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뛰어난 제조성 때문에 소재의 친환경성에 대한 아무런 평가 없이 플라스틱을 우리 생활 속에 빠르게 끌어들인 것일 수도 있다.

'제5회 시민정책포럼 ‘플라스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
 '제5회 시민정책포럼 ‘플라스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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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고약한' 소재

플라스틱의 특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약함'이다. 플라스틱은 탄소(C)+수소(H), 산소(O), 질소(N) 형태의 탄소 화합물이 1만 개 이상 결합된 고분자 화합물이다. 복잡한 고분자 중합 구조로 인해 소재를 분해하기 어렵고 재활용에도 제약이 있다. 또한 고분자 결합 형태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PP, PE, PS, PVC, PET, 아크릴, 에폭시수지, 페놀수지, 멜라민수지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종류만 천여 가지 이상이다.

소재의 과도한 다양성 때문에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만 플라스틱 분자 구조에 대해 배운 적은 없다. 플라스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일회용 비닐 포장재, 페트 병 등을 죄의식 없이 마구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다.

2017년 7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롤런드 기어 교수팀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630만 톤(2015년 기준)이다. 이 중 9%만이 재활용 되고 12%가 소각 처리된다. 나머지 79%는 그대로 버려지는 셈이다.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하는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보다 폐기하면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데 과연 소재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홍수열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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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접근 방식은 지난 10년간 크게 바뀌어왔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태워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회수하는 것도 재활용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했다.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을 지난 10년간 펼쳐왔고 지금에서야 이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또한 바다 쓰레기 문제도 미세플라스틱 이슈로 옮겨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연구가 진행될수록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 문제가 점점 더 많이 밝혀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를 지금처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재활용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재활용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 비닐이 토양 속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홍수열 자연순환사회졍제연구소장

김종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실장
 김종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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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폐기물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폐기물 관리 책임, 역할, 비용 부담은 국가별로 다르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포장폐기물의 재활용률도 달라진다. 플라스틱 제품 제조·판매자가 제품 최종 처리까지 책임져야 하는 독일의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률은 2006년 기준 58%로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플라스틱 포장재 처리를 둘러싼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종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실장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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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바꿔야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얻으려면 생활 양식이 바뀌어야 한다. 커피를 일회용 컵에 담아 테이크아웃하는 대신 직접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리고 컵을 설거지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먼저 업무량,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비닐봉지 대신 천 가방으로 장보기 등의 교육도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 직장과 학교, 시민단체까지 모두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운영위원장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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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5월 1일부터 내부 회의나 행사 개최 시 종이컵·접시 등 1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외부 행사에서는 병물 아리수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대신 아리수 음수대를 확대 설치한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2019년까지 페트병 포장재 재질 및 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4월 27일 포장재 사용 생산업체 19곳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 참여 업체 19곳은 재활용 의무 생산자에 속한 기업으로 2016년 기준 페트병 출고량 26만 톤 중에서 55%를 생산하고 있다. 해당 생산업체는 자율적으로 2019년까지 생수, 음료 등의 페트병을 무색만 사용하도록 품목별 포장재의 재질, 구조 들을 개선하기로 했다. 협약이 이행될 경우 음료와 생수병의 무색 페트병 사용 비율은 2016년 63.5%에서 2019년에는 85.1%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운영위원장

김고운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김고운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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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재활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 생산·유통단계에서부터 노력해야 한다. 생산단계도 중요하지만 유통단계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대형마트라든지 대형 집하장에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 김고운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글. 변지은(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혁신활동가)
사진. 하정연(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혁신활동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뉴스레터 '세모편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태그:#플라스틱, #플라스틱폐기물, #시민정책포럼,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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