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우 김민재

베우 김민재가 영화 <레슬러>로 상업영화 데뷔를 알렸다. ⓒ 이정민


전직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였던 귀보(유해진)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 성웅(김민재)을 지극정성을 뒷바라지 한다. 성웅 역시 레슬링 유망주로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 지붕 아래 살던 동갑내기 친구 가영(이성경)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가영이 진지하게 귀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기 때문.

영화 <레슬러>는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가족 영화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과한 기대, 그리고 연애감정에 대한 오해로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 과정이 촘촘하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부자 관계로 호흡을 맞춘 유해진과 김민재(21)가 돋보였다. 특히 이번 작품으로 상업영화 데뷔를 알린 김민재는 신인임에도 복잡한 감정 연기를 설득력 있게 해냈다.

가족의 재정의

성웅 역을 두고 김민재는 "꼭 하고 싶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극중 성웅 나이가 갓 성인이 되기 직전이라 일종의 편안함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간 관계에서 성웅의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다분히 실제 감정과 관계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답이었다.

"부자 관계 이야기가 그때 당시 제 감정에 크게 와 닿았었다. 꼭 하고 싶었던 얘기였고, 실제 제 모습도 성웅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귀보처럼) 부모님이 기대감을 겉으로 표현하고 제게 부담을 주고 그러시진 않지만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이 있었다. 부모님의 관심에 사랑을 느끼면서도 예민해질 때가 있잖나. 그런 마음을 품고 오디션을 보러 갔다. 3차 까지 본 것 같다. 성웅에 대한 제 생각을 듣고 감독님이 절 캐스팅하셨다고 들었다. 또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더라.  

저에게 가족이란 항상 1순위다. 가족이 있기에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감도 더 생기고 그러는 것 같다. 형제 관계? 세 살 위의 형이 있다. 미술을 전공했는데 아무래도 저도 관련 분야다 보니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음악 이야기도 해주고 제 작품을 형이 모니터 해주기도 하고..."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극중 성웅은 가영이가 아버지 귀보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처럼 귀보 역시 가영에 대해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고 단정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 가족 관계처럼 김민재는 아버지 역을 맡은 유해진과 함께 이야기에 물들어 갔다. 함께 레슬링 훈련을 받으면서 몇 가지 중요한 장면에서 합을 맞춘 것 빼고는 나머지를 실제 몸싸움처럼 했다. 아들에 대한 기대를 품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야속한 아들. "이번 현장에서 유해진 선배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라며 그가 말을 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기하는 순간까지 선배님은 같이 고민해주셨고 지켜봐주셨다. 연기적인 면에서 제게 새로운 걸 알게 해주셨다. 정말 중요한 건 선배와 연기하면서 들었던 감정이 진실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버지 귀보에 대한 서운하고, 답답한 감정이 진짜처럼 자리 잡더라. 그리고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로 눈물이 터졌다.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연기하면서 제가 이렇게 울 수도 있구나 싶었다. 아버지가 유해진 선배여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초반에 선배를 봤을 때 선배님이시고 하니까 혼자 긴장하고 떨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으셨지만 선배는 절 챙기시고 계셨더라. 은근히 진지한 말씀을 안 하시는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어느 순간 제가 스스로 느끼게끔 하셨다. 속으로 '와, 진짜 어른이다. 저런 어른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테면, '우리 땐 그랬어 혹은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말씀을 안 하신다. 근데 뒤돌아 생각하면 잔상이 남는 분이었다. 성경 누나와도 유해진 선배와 같이 하는 게 참 감사한 일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연기 욕심

연기자 이전에 4년간 아이돌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레슬러>에 빗대 김민재 본인 또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가 있었을 법했다. 오히려 그는 "진로 자체에 대한 고민은 많이 안 했다"며 "다만 어떻게 더 잘할까가 화두였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까진 연습생이었으니 좋은 무대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더 잘하고 멋있어지고 싶었다. 사실 가수의 꿈은 연습생 시절을 겪으면서 생긴 것이다.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중학교 3학년 때 실용음악학원을 다녔고, 한 회사의 오디션을 봐서 운 좋게 합격했다. 그러다 19살 때 우연히 연기수업을 듣게 됐는데 캐릭터를 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왕도 되어보고, 여러 직업을 경험하는 게 사실 연기 말고는 어렵잖나. 소속사에 '단역이라도 많이 해보고 싶다'고 말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다."

 베우 김민재

ⓒ 이정민


 베우 김민재

ⓒ 이정민


그렇다고 가수에 대한 꿈을 아주 접은 건 아니다. 평소에도 그는 여가시간에 작업실로 가서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하곤 한다. 2015년에는 <쇼미더머니4>에 참가하는 등 연기를 하면서도 꾸준히 음악을 놓지 않았다.

"(웃음) 일단 <쇼미더머니>에 나간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아서였다. 제가 뭘 할 때 가장 첫 번째 기준은 재미다. 힙합을 원래 좋아했고, 마침 힙합 열풍이 불고 있었고 그래서 출연했다. 여전히 곡을 만들고 있지만 제가 플레이어로 (무대에) 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온전히 집중하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분명 쉽진 않다. 요즘엔 OST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발라드를 주로 듣고 부른다."

타블로, 조이 배드애스 등 몇몇 힙합 뮤지션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직업으로 음악을 하기 보단 이렇게 좋아하면서 (취미로) 하는 게 어떤 면에선 좋은 것 같다"며 김민재는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속마음을 고백했다.

"첫 영화가 제겐 너무 감사한 현장이었다. 진짜 재밌는 것이구나. 영화에 대한 기회가 더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 연기를 보면서 자랐고, 꼭 해보고 싶은 선배를 현장에서 만나온 것 같다. 유해진 선배도 그 중 한 분이셨다. 황정민, 최민식, 류승범 선배님 등 꼭 현장에서 뵙고 싶은 분들이 너무도 많다."

음악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여행 다니며 농구와 볼링, 탁구 등 각종 운동을 즐기는 등 여느 보통의 20대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적절한 자기 여가 활동이 어쩌면 김민재의 연기 에너지를 채우는 동력 아닐까. 차기작으로 사극 <명당>에 출연할 그는 더욱 연기가 고픈 청년이었다.

 베우 김민재

ⓒ 이정민



김민재 레슬러 유해진 이성경 힙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