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월경 페스티벌 기획단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터부를 걷어내고 세대·계층·장애·성정체성 및 성적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월경 경험을 드러내고자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기자말

왜 월경이 미울까?

온라인에서는 월경에 대한 경험이 공유되며 '생리는 왜 하지. 나는 출산할 생각이 없는데 자궁은 왜 나대냐'는 맥락의 발언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월경은 '쓸모도 없이 내 몸과 내 일상을 괴롭히는 무언가'로 인식되고 있다.

왜 월경이 쓸모없고 '미운' 대상이 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월경이 출산을 위한 과정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월경은 '수정의 실패'로 인해 벌어지는 일, 다시 말해 출산의 실패로 규정된다. 자신의 몸의 상황에 따라 '가임기 여성 지도'가 만들어지는 사회에서 '가임 여부'로 몸을 평가당하는 일이 절대 달가울 리 없다.

또한, 월경을 하며 수업을 빠지고, 체육시간에 쉬고, 수학여행을 준비하며 마음을 졸이고, 직장에서 눈치 보며 휴가를 쓰지도 못 하는 일들은 월경하는 여성들에게 빈번한 일상이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2017년 9월 13일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알바의 96%가 "생리휴가를 사용해본 적 없다"고 한다. 그 이유로 "주변에 생리휴가를 쓰는 사람이 없어서"가 37.9%, "말하기 어려워서"가 18.5%, "말해도 들어주지 않아서"가 6.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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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천국 생리휴가 이용실태 조사 알바천국에서 시행한 생리휴가 이용실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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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힘들어?" 눈치 보여 생리 휴가도 사용 못 한다

이처럼 월경으로 인해 일상과 학업/노동/성과에서 배제되는 경험은 월경터부와 여성혐오를 내제하게 한다. 월경으로 인해 쉬는 것은 정당한 '쉼'이 아닌 동일한 생산성을 낼 수 없는 '수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월경에 국한된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선택하고 활용할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장시간/고강도의 학습과 노동을 당연시하는 과로사회가 생리대를 갈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것도 휴게시간을 가지거나 휴가를 내는 것도 어렵게 한다.

여성들은 '남들'(월경하지 않는 사람들)은 쉬지 않는데 '나만 쉬기' 때문에 스스로가 경쟁에서 뒤처진다거나 공동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는 사회가 월경하지 않는 몸을 정상화하고 그렇지 않은 몸을 배제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누구나 달마다 쉬는 것을 '표준'으로 여긴다면 월경으로 인해 쉴 때 자기검열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기에 '더러운', '불순한', '감정적', '비활동적' 등 월경과 월경하는 몸에 대한 낙인은 생물학적 특성에 근거한 것이 아닌,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터부다.

월경은 정치적인 문제다

월경은 화장실 안에서 생리대를 갈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이용하는 월경용품을 바꾸거나 대안 월경용품을 구매하면 되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월경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의 월경, 좁은 주거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월경, 청소년의 월경, 완경을 고민하는 사람의 월경, 성소수자의 월경, 장애 여성의 월경 등 개인의 사회적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그러나 월경터부와 여성혐오가 '다른' 월경의 경험을 지워냈듯 이 사회에서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몸의 경험은 지워지고 배제된다.

다양한 월경 경험을 정치적 의제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구성된 몸의 경험을 드러내고 한다.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터부로 인해 좌절하고 배제되고 소외됐던 경험들을 '떠들어' 댈 때 월경문제를 정치적 의제로 구성하고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깔창 생리대와 생리대 안전성 논란 등 최근 월경이 정치적 이슈로 대두되며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정부는 청소년, 노숙인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월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고, 내년 하반기부터 '생리대 바우처'가 도입될 예정이다. 개인의 몸과 환경에 맞는 월경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일괄 지급이 아닌 바우처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를 포함한 안전한 월경용품에 대한 요구로 올해 10월 생리대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될 예정이며, 현재 환경부에서는 생리대와 여성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건강영향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설치고' '떠들어' 요구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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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월경 페스티벌 티저 포스터 2018년 월경 페스티벌 티저 포스터
ⓒ 안현진	관련사진보기

그렇기에 5.28 세계 월경의 날을 기념해 다가오는 5월 26일 (토) 2018년 월경 페스티벌을 다시 진행하고자 한다. 월경 페스티벌은 1999년 한국에서 처음 개최된 후 9년 동안 이어졌지만, 지난 약 10년간 개최되지 않았다. 이에 2018년 다시 구성되는 월경 페스티벌은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는 슬로건을 걸고 여성환경연대가 주관하며, 녹색연합, 불꽃페미액션, 비건페미니스트네트워크, 여성환경연대, 장애여성공감, 찍는페미, 페미당당, 페미위키, 페악질, 행복중심생협이 공동으로 주최한다.

2018 월경 페스티벌은 월경터부와 여성혐오의 연관성을 비롯해 '우리를 멈추게'하는 사회적 배제와 차별에 대해 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 월경 페스티벌 기획단은 '월경권'을 요구하며 월경과 관련한 건강권, 노동권, 주거권 등 월경을 둘러싼 정치적 요구를 담아내려 한다. 월경과 몸을 둘러싼 정치적 지형을 바꿔나갈 때 모두를 위한 월경권 또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8 월경 페스티벌은 5월 26일 12시부터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개최된다. 부스, 월경 말하기, 공연, 행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