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의 주역들.

영화 <공작>으로 배우 이성민은 처음으로 칸영화제를 찾게 됐다. ⓒ CJ엔터테인먼트


북한의 빗장을 경제 교류로 풀어 핵무기의 존재 여부를 알아내야 하는 임무. 암호명은 흑금성으로 20여 년 전 실존했던 북파공작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공작>은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분에 초청돼 지난 11일 저녁 상영됐다. 현지에서도 <공작>에 대해 여러 평이 나오는 중이다.

흑금성(황정민)은 정체를 숨겨야했고,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이성민)은 그를 검증해 돈을 끌어와야 했다. 이 두 캐릭터의 수 싸움을 감상하는 게 <공작>을 즐길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다.

황정민과 밀도 높은 연기 호흡을 보인 이성민을 12일 팔레 드 페스티벌 내 인터뷰 구역에서 만났다. 이성민은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반성했고, 후회했고, 아파했다"는 고백부터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북한군 장성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 <공작>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머릿속 생각이 연기로 구현이 안돼서 힘들더라. 정말 힘들었다. 리명운은 일단 동작이 크지 않으면서 진실 또한 거의 말하지 않는 인물이다. 흑금성이 그랬듯 리명운 또한 마음을 열지 않고 말하는데 그걸 연기로 보인다는 게 참 어려웠다. 겉으로는 내색 안 하지만 계속 상대방을 가늠하고 테이블 아래에선 칼을 겨누고 있다. 그걸 표현하기 참 쉽지 않았다. 특히 흑금성을 처음 만나는 장면을 찍고 난 직후엔 숙소에서 한 숨도 못 잤다. 숨을 못 쉴 정도로 힘들었었다. 끔찍했지(웃음). 

속을 알 수 없다는 게 리명운의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동시에 굉장히 유연하다. 이걸 잘 표현했어야 했는데... 아마 지금껏 영화에 표현된 북한군 중 가장 지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리명운을 준비할 때 그 질문을 했다. 엘리트 지식인에 외국에서 공부를 한 사람인데 왜 그는 조국을 버리지 않는가. 그 정도면 가족과 함께 해외에 나가서 잘 살 수 있을 텐데 말이지. 그런 걸 봤을 때 리명운은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이걸 중심으로 놓고 접근하니 캐릭터에 대해 많은 게 이해되더라."

영화 <공작>을 한창 찍을 무렵엔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던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당시 분위기를 언급하며 이성민은 "조심스럽게 준비했고 한창 촬영할 때는 이 영화가 문제작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최근 정세가 급변했다"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그는 "이런 화해 분위기로 인해 관객 분들도 <공작>에 좀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영화를 찍을 땐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남과 북이 화해하고 평화를 얘기한다는 희망에 대한 꿈이었지.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진짜 현실이 되니까 놀랍다. 꿈이 현실화 된 느낌이랄까. 기분이 묘했다."

한편 <공작>으로 이성민은 칸영화제를 처음으로 찾게 됐다. "처음엔 정말 가야하는 건가 싶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는 "레드카펫에 다 올라가서 집행위원장의 손짓에 따라 뒤를 돌아보니 영화사 식구들이 아래에서 박수치고 있더라. 마음이 울컥했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영화 <공작>의 주역들.

영화 <공작>의 주역들. 왼쪽부터 황정민, 주지훈, 윤종빈 감독, 이성민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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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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