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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가기 전에 본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촬영지가 가마쿠라라고 본 기억이 났다. 나름 잔잔하면서도 네 자매의 우정이 돋보였던 작품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그곳의 풍광과 먹거리로 인해 기억이 많이 남았던 영화였다.

도쿄의 숙소에서도 도쿄 지하철을 타고 20여 분을 가서 JR선을 갈아타고 다시 가마쿠라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고 가마쿠라에서 에노시마까지 지선으로 30여 분을 간 다음 걸어서 30여 분을 들어가야 드디어 그곳을 가볼 수 있다. 게다가 와이파이도 안 되는 덕분에 물어물어 찾아가야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식당인 '분사식당'이 나온다.

지도
▲ 가마쿠라 지도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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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에서 에도시마까지 가는 길은 아름다운 전원의 풍광이다. 철도길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광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이런 타입의 대중교통은 전차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좌석은 1인석, 2인석, 4인 석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고 관광객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이국적인 색채를 만들기도 한다. 고생에 고생을 하면서 이곳까지 온 보람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가마쿠라에서부터 이곳의 맛은 잔멸치라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남해의 죽방멸치는 알이 조금 커서 덮밥으로 먹기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에노시마를 비롯하여 가마쿠라 일대에서는 잔멸치 덮밥을 하는 곳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관광지
▲ 아름다운관광지 관광지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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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의 지선의 역들은 모두 정감이 간다. 영화 속에서의 역 배경은 에도시마 역이 아닌 고쿠라쿠 지역이지만 이곳도 그곳과 분위기는 비슷하다. 누구와 함께와도 같이 시간을 공감하고 잔잔한 분위기에 잠겨 조용히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섬
▲ 에노시마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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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쿄에서 떠난 지 2시간이 조금 넘어서 바다를 보게 된다. 전차 너머로 보는 바다는 또 색다르다. 오늘 가려는 곳은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기타세 해안에 연결된 섬으로 둘레 4km의 작은 섬이지만 많은 일본인과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철도
▲ 단선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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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지선을 오가는 레일은 단선이기에 이렇게 마주치는 곳에서는 잠시 서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의 묘미가 있는 여행지가 가마쿠라에서 시작하는 여행이다. 이곳은 가나가와현으로 속해 있어서 도쿄의 JP Free Pass가 해당되지 않는 곳이다.

표정
▲ 아이들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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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전차 안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들었더니 포즈를 취해준다. 그리고 다가와서 기초 일본어만 겨우 하는 필자에게 속사포같이 일본어를 해댄다. 한 명이 아니라 서너 명이서 해대니 정신이 없다. 사진이 어떻다는 둥 어디서 왔냐는 둥하면서 영어로 일본어를 잘 못한다고 말해도 상관이 없다는 듯이 계속 말한다. 그러다가 에노시마로 도착하기 전에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린다.

다리
▲ 에노시마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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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손에 들고 있는 DSLR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다시 지하도를 거쳐서 에노시마 섬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걸어본다. 다리의 길이는 대략 1km쯤 되는 듯했다. 동남아의 풍광과는 또 다르다. 일본색이 들어간 아열대 지방의 색깔이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

에노시마의 바다는 상당히 질이 좋다. 멀리 파도가 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상당히 잔잔하다. 네 자매가 마지막으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거닐 만한 공간이기도 하다.

서해의 평범한 바다,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 제주도의 옥빛 바다와는 또 다른 풍광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느낌은 무어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아직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시치리가하마 해변으로 가면 조금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식당
▲ 분사식당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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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 신사로 올라가는 골목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한적한 골목길이 나온다.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정말 그 식당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 식당이 에노시마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드디어 구석에 있는 영화 속 분사식당이 등장했다. 영화 속에서는 자매들과 돈독한 사이로 등장하는 타카노 히데코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한국말로 잔멸치 덮밥이고 일본어로는 시라스동이다. 에노시마 섬을 둘러보지 않고 이곳으로 바로 왔다면 에노시마의 잔멸치가 유명한지도 몰랐을 테고 이 덮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식당 내부는 조용하다. 모두 일본어로 쓰여 있어서 어떤 것을 주문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마침 테이블에 음식 사진과 함께 가격이 표시된 메뉴판이 있었다. 일하시는 분과 주인분으로 보이는 분도 할머니여서 대화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메뉴
▲ 식당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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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쪽 구석에 이곳에서 영화를 찍었던 네 명의 배우들의 사진과 그들이 남기고 간 사인이 보였다.

잔멸치가 얹어져 있고 약간의 채소와 살짝 가미된 일본식 소스, 조개가 5~6개쯤 들어간 미소 된장국이 나온다. 잔멸치 덮밥의 가격은 한국돈으로 10000원 정도다. 별 거 없어 보이는 비주얼이지만 이곳까지 오면 꼭 한 그릇 먹어보길 권해본다. 맛이 기가 막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입안을 휘어 감는 그런 맛이 있다.

덮밥
▲ 잔멸치덮밥 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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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멸치가 가진 고유의 짭쪼름함과 적당하게 고슬고슬한 밥의 조화가 꽤나 좋다. 잔멸치가 적당하게 입안에서 씹히면서 치감을 자극한다. 이 맛은 누군가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맛이어서 근처의 잔멸치를 파는 집에서 한 봉지를 샀다. 밥을 먹기 좋게 잘 지은 다음 잔멸치를 얹고 달래를 넣은 간장을 만들어서 조금 섞으면 맛이 상당히 좋을 듯하다.

가는길
▲ 신사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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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시마는 잔멸치로 만든 음식 때문에도 유명하지만 에노시마 산사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에노시마 신사는 552년에 창건되어 가마쿠라 정권이 있을 때도 영주들에게 절대적인 존경을 받았으며 재복을 주는 신을 모시고 있어서 많은 일본인이 찾아와서 소원을 빈다.

양쪽에는 즐비한 기념품 상점과 음식점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때면 이곳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대부분의 음식에 잔멸치가 얹어져 있다. 놀라울 정도로 모든 음식에 잔멸치가 들어가 있어서 대체 무슨 맛을 내는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앞바다에서 잡히는 잔멸치는 이곳 음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잔멸치
▲ 잔멸치 잔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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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에 300엔 정도면 3~4 수저쯤의 양이 되는 생멸치를 먹어볼 수 있다. 한 번 먹어본다. 비린 것이 하나도 없는 이 맛은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하다. 왜 에노시마의 잔멸치가 유명한지 알게 된다.

섬
▲ 에노시마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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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섬 에노시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잔멸치다. 영화 속 한 장면도 연상이 되지만 그것은 이곳을 오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네 자매를 다시 이어주고 끈끈하게 이어준 것은 공간이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과정 속의 결과였지만 잔멸치 덮밥이라는 음식이 가진 매력이 큰 역할을 하는 여행지다.



태그:#에노시마, #바닷마을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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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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