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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김일성대간 교류 추진위원회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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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까요."

지난 4월 27일 오전 9시 30분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말하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두 정상은 '금단의 선'을 넘었다. 10초간 북측 땅을 밟은 뒤, 다시 남측으로 돌아왔다. 두 정상처럼 남북 대학생들도 자유로이 '금단의 선'을 넘나들 수 있을까.

'남북 교류'에 대한 희망이 서울대학교에서 움트고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6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서울대·김일성종합대학 교류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지지·이행을 위한 범서울대인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제안한 것으로 총학생회장인 신재용씨와 연석회의 의장인 최승아씨가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게 됐다.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막힌 벽이 아닌, 바닥에 그어진 아무것도 아닌 선처럼 넘나드는 모습에서 '평화,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기이고 정세구나 생각했다."

최승아 연석회의 의장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창 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 간 예술단, 체육인들이 교류하며 평화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했다"라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서울대 학생들도 남북한 대학생 간의 만남을 이뤄내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라고 교류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은 학내에 남북교류 바람을 불게 한 '결정타'였다. 연석회의는 지난 3월에도 교류 추진위 설치안을 총학 운영위에 냈지만, 부결됐다. 하지만 4월이 되면서 교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 분위기가 교내에 퍼졌고 27일 남북정상회담으로 절정에 달았다. 그 결과 추진위 안건이 5월에 총학 운영위를 통과하게 됐다.

최 의장은 "지난 4월 중간고사 시즌에 '서울대학교-김일성종합대학 교류사업을 함께 준비해나갈 학우 여러분을 모집한다'라는 대자보를 학내에 붙였다"라며 "2주 동안 120여 명이 연락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월 27일이 모집 마지막 날이었다"라며 "정상회담에 앞서 지원했던 분들이 '더 기대가 된다', '교류 준비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라는 문자들을 보내왔었다"라고 밝혔다.

연석회의에서는 가안이지만 3박 4일 일정으로 8월 중 김일성대에 방문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최 의장은 "김일성 종합대 견학, 평양에 있는 고구려와 고조선 관련 역사 답사, 김일성 종합대 학생들과 토론 등을 생각하고 있다"라며 "가안이라 변경될 수 있다"라고 했다.

최 의장은 "김일성대 학생들과 만나면 '반갑습니다' 인사 건넬 것이다"라며 "옥류관 냉면도 먹고 대동강 맥주도 함께 마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교류 추진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서 두 대학 간 만남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서울대와 김일성종합대 간 교류 논의는 1988년 이후 30년 만이다. 최 의장은 "당시 김중기 선배님이 총학생회선거 유세에서 김일성종합대학 학우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낭독했다"라며 "당시 김일성종합대에서 만나자는 답신을 보냈지만, 노태우 정권이다 보니 교류가 성사되진 못 했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과 달리, 판문점 선언처럼 평화와 민족의 번영․통일을 이야기하는 시기다"라며 "나라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이 함께 평화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첫걸음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통일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만나고 왕래하고 교류하는 것 자체가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같이 손잡고 달려 나가자"라고 했다.

추진위는 오는 17일 오후 5시 서울대 아크로폴리스에서 교류 추진위 결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음은 16일 최승아 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연석회의는 어떤 단체인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고 이행해 나가자는 학생단체다.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연석회의가 '서울대-김일성종합대 교류' 추진을 총학생회에 제안했다. 교류 사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없었던 남북한 교류가 지난 5개월간 물꼬가 트듯, 더 빨리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시작으로 예술, 체육인들이 남북을 오가며 평화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세 속에서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고 이 시기에 서울대 학생들이 남북 간 대학생 만남을 이뤄내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제안했다."

-교류사업 추진단에는 학우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나.
"추진단 결성식을 하지 않아 집행부는 구성을 마치지 못했다. 추진위 참여 단체는 총학생회, 연석회의, 간호대·약대·자유전공·사범대·사회대 등 각 단대 학생회다."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처럼 남북 교류가 쉽지는 않다.  남북 대학생 간 교류 추진에 불안함은 없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잘 될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다. 별걱정 없다."

-8월에 3박 4일 일정으로 가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연석회의에서 구상한 가안일 뿐이다. 교류 추진위와 북측이랑 논의해야하고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가안처럼 3박4일 동안 가게 된다면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어떤 활동할 계획인가?
"생각하고 있는 교류 프로그램은 김일성 종합대 견학과 평양에 있는 고구려와 고조선 관련 역사 답사, 김일성 종합대 학생들과 토론 진행하는 것들이다. 가안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공동추진위원장이자 연석회의 의장으로서 김일성 종합대 방문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김일성 종합대에 방문한다는 그 자체로 벅차고 설렐 것 같다. 비록 분단이 된 상황이지만 북한 대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겨레이고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같은 민족이지 않나. 김일성종합대에 의과대학이 있다고 하더라. 간호학과다 보니 개인적으로 그곳에서는 어떤 것을 하나 궁금하다. 도서관도 구경하고 싶다."

-북한 대학생들 만나면 어떤 이야기 건네고 싶은가.
"처음 만나면 "반갑습니다"라고 인사 건네며 악수할 것이다. 그 자체가 벅찰 것 같다. 평창 올림픽 기사를 볼 때, 북측 선수들과 응원단이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이 개인적으로 신기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예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인 양 친숙했다. 제 또래 사람을 만나면 그런 감정, 기분들이 훨씬 더 크게 올 것 같다."

-김일성종합대 말고도 북한에 가보고 싶은 곳 있나?
"평양이 수도다 보니까 궁금하다. 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옥류관 냉면도 궁금하다. 대동강 맥주도 궁금하다. 북한측 학생들과 같이 먹고 싶다. 북측 학생들과 논의해서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아 볼 계획이다."

-교류단 몇 명 정도로 계획 중인가?
"50~10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북측에서 더 와도 괜찮다면 추가 모집할 수 있다. 논의를 계속 해봐야 할 지점이다."

-통일부에 방북 신청은 언제쯤 할 예정인가?
"북측이랑 접촉을 하고 방북을 할 때, 통일부에 접촉 신고를 하고 통일부가 방북 승인을 해줘야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일단 접촉 신고를 하고 북측에서 초대 회신이 오면 그다음 단계를 추진할 것이다. 일단 6월 중 방북신청을 할 예정이다."

-김일성종합대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같은 민족이자,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는 젊은이이고 대학생으로서 우리 앞에 펼쳐진 평화, 통일의 시기에 꼭 만나고 싶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1988년 이후 30년 만의 교류라고 들었다. 이번 교류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로 기억되길 바라나.
"1988년 당시 총학생회선거 유세에서 김중기 선배님이 김일성종합대학 학우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낭독했다. 당시 김일성종합대에서 만나자는 답신을 보냈지만, 노태우 정권이다 보니 교류가 성사되진 못했다. 지난 10년과 달리, 판문점 선언처럼 평화와 민족의 번영․통일을 이야기하는 시기다. 나라를 짊어지고 갈 젊은이들이 함께 평화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첫 걸음이 됐으면 좋겠다. 통일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만나고 왕래하고 교류하는 것 자체가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태그:#서울대, #김일성대, #교류추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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