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32팀의 (예비) 엔트리가 속속 발표되는 중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을 비롯해 우리와 한 조에 속한 독일, 멕시코, 스웨덴도 본선에 출전할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 외에도 우승 후보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월드컵을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예선과 평가전을 통해 중용 받았던 선수들을 본선까지 기용함과 동시에 A매치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을 발탁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선수 네임벨류나 기량을 봤을 때 잉글랜드는 우승 후보임에 틀림없지만, 그동안 월드컵에서의 행보를 봤을 때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기엔 뭔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은 팀이 잉글랜드다.

극복해야 할 체력 문제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엔트리를 발표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엔트리를 발표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 잉글랜드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잉글랜드가 과거에 월드컵을 비롯한 유럽선수권 대회와 같은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데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지독히도 따르지 않는 대진운, 자국 리그에 전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많다 보니 자국 선수들의 기회가 없는 점, 빡빡한 리그 일정 탓에 선수들의 체력 저하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인 대진운에 관해서는 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1986년), 서독(1990년), 브라질(2002년)까지 대회 우승팀에 걸려 다소 설득력은 있었으나 이후 메이저대회에서 보여준 잉글랜드의 경기력과 결과를 봤을 때 이제 대진운은 한낯 핑계거리에 불과한 이유가 됐다.

두 번째 자국 리그에 전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많아 자국 선수들의 기회가 없는 점에서는 이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2009~2010시즌부터 25인 로스터 도입과 홈 그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더욱 젊고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2017 FIFA U-20 월드컵 우승을 통해 그 결실을 보았다.

그렇다면 남은 한가지인 체력 문제인데 이는 설득력 있는 이유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일정은 유럽축구리그 중 가장 일정이 빡빡한 리그다. 짧게는 2주, 길게는 1달가량 크리스마스를 이용한 겨울 휴식기를 갖는 타 유럽리그에 반해 박싱데이로 인한 크리스마스 주간에 2~3일 간격으로 리그 경기를 치른다. 또한 FA컵과 리그 컵대회, 유럽 클럽대항전까지 치러 한 시즌 동안 최소 40경기는 기본인 데다 많으면 6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할 정도로 잉글랜드 리그의 일정은 빡빡하다.

이러다 보니 월드컵이나 메이저대회를 앞둔 시즌에는 1주일 빨리 시즌을 개막하지만 1주일 빨리 개막한다고 선수들의 체력문제가 나아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치열한 순위경쟁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가 겹친 잉글랜드 선수들은 분명 기량은 좋지만, 대회에선 그 능력들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한 채 쓸쓸하게 짐을 싸야만 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잉글랜드 역시 이 체력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의 체력은 한참 떨어진 상황에서 조직력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 얼마나 높은 경지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여기에 주축선수들 모두가 리그와 컵 대회, 유럽클럽 대항전을 치르느라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상당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갖지 못한 채 월드컵을 맞이하는 건 기정사실이기에 이들의 피로감을 얼마나 빨리 떨치느냐가 중요하다.

측면 수비의 고민

2000년대 잉글랜드 최고의 왼쪽 풀백이었던 애쉴리 콜이 대표팀을 떠난 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잉글랜드다. 레이튼 베인스가 애쉴리 콜에 뒤를 이었으나 부상과 부진으로 대표팀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향후 10년간 잉글랜드의 왼쪽 수비를 책임질 것으로 보였던 루크 쇼 역시 다리골절 부상 이후 좀처럼 폼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월드컵은 먼 나라 얘기가 됐다.

그동안 대니 로즈를 비롯해 라이언 버틀란드등이 이 자리에 출전하면서 기회를 얻었으나 올 시즌 부진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확고한 믿음을 주진 못했다. 벤자민 멘디의 부상으로 왼쪽 풀백으로 포지션 변경을 해 대박을 터뜨린 파비안 델프도 후보였으나 잔 부상에 시달리며 내구성에 있어 의문부호가 가득했다. 급기야 지난 3월 네덜란드-이탈리아와 치른 평가전에선 왼쪽 윙에서 왼쪽 풀백으로 포지션 변경을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애쉴리 영이 발탁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은 대니 로즈와 애쉴리 영을 수비수 자원으로,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서 왼쪽 풀백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파비안 델프를 미드필더 자원으로 발탁했다. 로즈가 그동안 대표팀에서 중용받아왔지만 올시즌 소속팀에서의 입지와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해 본선에선 주전자리를 장담하지 못할 상황이다. 영은 올시즌 레프트백으로 자리잡은 모습이지만 간혹 포지션 변경의 한계를 노출하는 모습을 보인데다 델프는 부상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가 관심이다.

그나마 카일 워커가 자리잡고 있는 라이트백 자리는 레프트백 자리보단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본선에서의 경쟁력 여부는 미지수다. 3백 포메이션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잉글랜드의 현 상황에서 카일 워커가 3백의 오른쪽 스토퍼로 출전할 경우 키에런 트리피어,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중 한명이 이 자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두 선수가 올시즌 소속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지만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엔 의문부호가 따른다. 결국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추구하는 3백 포메이션이 정착하기 위해선 측면수비가 뒷받침되는것이 필수다.

해리 케인의 백업, 기대해볼 법한 바디의 활약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포는 누가 뭐래도 해리 케인이다. 3월 부상으로 2주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올 시즌 리그 30골을 터뜨리며 득점 2위에 오른 메인은 올 시즌까지 4시즌 연속 리그 20골 이상을 기록한 데다 15~16, 16~17시즌 2시즌 연속 EPL 득점왕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러한 케인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명실상부한 대표팀 주전 포워드임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다만 케인의 부재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의 활약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는 지난 3월 평가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3월 12일 본머스와의 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케인은 6주 진단과 함께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치른 평가전에서 제외됐다. 케인의 대체자로 발탁된 선수는 대니 웰벡(아스널)과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였다. 당시 웰벡이 득점을 터뜨리지 못하는 등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바디는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면서 케인의 부재시 이를 대체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국,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발표한 최종엔트리에는 해리 케인을 비롯해 대니 웰벡, 제이미 바디와 마커스 래쉬포드가 공격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래쉬포드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전방보단 2선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웰벡과 바디가 케인의 백업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리그 기록만 보면 웰벡이 리그 5골에 그친 데 반해 바디는 리그 20골을 기록하는 등 지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소속팀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려 케인의 백업 역할을 맡기엔 충분한 기량을 보여줬다. 결국, 바디의 활약이 케인의 부재 시 기대를 걸어볼 만한 자원임이 분명하다.

이밖에도 베테랑인 게리 케이힐과 애쉴리 영이 본선에서 어떠한 퍼포먼스를 보여줄지와 조 하트가 낙마한 체 잭 버틀란드, 닉 포프, 조던 픽포드가 경합하는 골키퍼 자리 역시 관심사다. 또한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팀이 위기에 처했을때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에서 중압감을 떨쳐내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 또한 미지수다. 냉정하게 잉글랜드의 우승 가능성은 낮아보이는 가운데 한층 젊어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잉글랜드의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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