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2018 네이션스 리그 한국-러시아전 (수원 실내체육관, 2018.5.23)

김연경 선수... 2018 네이션스 리그 한국-러시아전 (수원 실내체육관, 2018.5.23) ⓒ 박진철


적응이 안된다. 배구계와 배구팬들은 여자배구의 엄청난 상승세에 놀라움을 넘어 당혹스러움을 느낄 정도다.

한국 여자배구가 세계 최강 중국에 이어 유럽 강호 러시아마저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1세트만 따내도 선전이라고 생각했던 팀들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실제 기록상으로도 한국 여자배구 역사에 남을 '대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국제대회 상대 전적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절대적 약세였다. 이번 승리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게 14승 73패, 러시아에게는 7승 46패였다. 1승을 따내기가 매우 어려운 상대들이다.

특히 한국 여자배구가 중국 홈구장에서 중국 성인 대표팀에게 승리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3세트 모두 큰 점수 차이로 압승을 거둔 것도 사실상 처음이다.

러시아에게는 4년 만에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 2014년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곤차로바(30세·194cm), 코셀레바(31세·191cm) 등 러시아 1군 주전 멤버가 모두 출전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김연경은 혼자서 42득점을 쏟아붓는 괴력을 발휘했다. 한국 팀에서 2번째로 높은 득점이 이재영의 13득점이었다. 상대 팀의 곤차로바도 24득점, 코셀레바도 22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했지만, 김연경 때문에 빛이 바랬다.

한국이 23일 러시아에게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둔 것은 1978년 세계선수권(러시아 레닌그라드)에서 3-0으로 승리한 이후 무려 40년 만의 일이다.

5할 승리 목표, '초과 달성' 중

한국은 23일까지 경기 결과 4승 1패를 기록했다. 네이션스 리그에 참가한 16개국 중 5위를 달리고 있다. 당초 5할 승부로 중위권 순위를 목표로 내걸었다. 현재는 초과 달성 중이다.

24일은 유럽 강호 이탈리아와 맞대결한다. 네이션스 리그 2주차인 한국 대회의 마지막 경기다. 세계랭킹 7위 이탈리아마저 꺾는다면, 한국은 2주차를 전승으로 마감한다. 순위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게 된다.

이탈리아는 한국 대회에 주 공격수 에고누(21세·190cm), 센터 키리켈라(25세·194cm), 리베로 드젠나로(32세·174cm) 등 일부 주전 선수를 휴식 제공과 부상 관리 차원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한국에 온 선수들도 상당수가 1군 멤버다. 경기 출전 엔트리 14명 전원이 현재 자국 리그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리그는 세계 정상급 리그다. 유럽배구연맹(CEV)이 매기는 유럽 여자배구 리그 순위에서도 터키, 러시아에 이어 3위다.

또한 이탈리아는 네이션스 리그에 어린 장신 유망주들을 대거 발탁했다. 경기에도 적극 투입하면서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8세 선수 2명 '주전 기용'... 16세 장신 유망주도 포함

 러시아전 승리 환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수원 실내체육관, 2018.5.23)

러시아전 승리 환호...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수원 실내체육관, 2018.5.23) ⓒ 박진철


이탈리아의 한국 대회 주전 멤버들을 살펴보면, 1주차와 거의 동일하다. 유일하게 보세티 선수만 새로 합류했다.

레프트에는 실라(등번호 17번, 24세·184cm), 보세티(16번, 30세·178cm), 궤라(12번, 23세·187cm), 피에트리니(14번, 19세·190cm), 민가르디(19번, 22세·182cm)가 포진해 있다.

1주차 대회에는 궤라와 피에트리니 등 어린 장신 유망주를 선발 주전으로 기용했었다. 피에트리니는 2000년 3월생으로 만 나이로는 18세에 불과하다. 다만 한국 대회에서는 기존 주전 멤버인 실라와 보세티를 중용하는 추세다.

라이트는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한 오라톨라니(1번, 32세·187cm)가 맡는다. 오라톨라니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리그에서 득점 부문 전체 5위에 오를 정도로 좋은 활약을 했다.

센터는 올리보토(9번, 28세·186cm)와 루비안(15번, 19세·195cm)이 주로 나선다. 올리보토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리그 블로킹 부문 3위를 기록했다. 루비안은 이탈리아 2부 리그 팀(Club Italia)에서 활약한 장신 유망주이다. 루비안도 2000년 4월생으로 만 18세지만, 이탈리아 대표팀 주전 센터로 뛰고 있다.

백업 센터로는 베르티(23번, 23세·193cm), 파르(13번, 18세·194cm)가 뒤를 받친다. 파르는 2001년 9월생으로 만 나이로는 16세에 불과하다.

세터는 말리노프(5번, 23세·185cm)가 선발, 캄비(3번, 23세·177cm)가 교체 멤버다. 두 세터의 신장이 크다는 게 특징이다. 말리노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유럽지역 예선전과 월드그랑프리에서도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리베로는 파로키알레(20번, 24세·168cm)와 스피리토(21번, 25세·174cm)가 책임진다.

김연경, '2년 동료' 보세티와 한국에서 대결

보세티, 실라, 오라톨라니는 한국 배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선수다. 오래 전부터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활약해 왔기 때문이다. 실라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전 레프트로 뛰었다. 오라톨라니도 리우 올림픽에서 백업 라이트로 출전했다.

보세티는 김연경과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있다. 지난 2014~2015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2년 동안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팀 동료로 활약했다. 2014~2015시즌은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5~2016시즌은 터키 리그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자치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보세티는 이탈리아로 복귀했다. 지난 시즌에는 스칸디치 팀에서 활약하며 정규리그 2위, 포스트시즌 3위로 이끌었다. 단신이지만 빠른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선수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주전 레프트로 자주 기용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어린 장신 유망주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네이션스 리그 초반에는 경기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순위도 1승 4패로 13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전통의 강호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최근 경기에서 예상 밖의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방심이 승패를 가르는 주 요인이 될 수 있다.

강력한 경쟁자, 세계선수권·올림픽 예선전 '또 만난다'

이탈리아는 앞으로도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한국과 자주 격돌할 수밖에 없는 상대다.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대회인 세계선수권(9.29~10.20, 일본)에서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세계선수권 1라운드에서 C조에 속한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한다면, B조 1~4위와 모두 맞붙어야 한다. B조에는 이탈리아가 포함돼 있고, 객관적인 전력상 2라운드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탈리아는 세계랭킹이 높기 때문에 내년에 있을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에도 출전한다. 한국이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기선 제압의 필요성이 있는 이유이다.

한편, 김연경은 한국-이탈리아전이 끝나면 올해는 더 이상 국내에서 경기가 없다. 앞으로도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많은 국제대회가 남아 있지만, 여자배구 대표팀이 국내에서 경기를 뛰는 건 24일이 마지막이다.

한국-이탈리아전은 24일 오후 7시에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다. 국내 TV 생중계는 스포츠 전문 채널인 IB SPORTS에서 한다. 해설은 유애자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이 맡는다. 유 위원은 지난 2016~2017시즌 터키 리그와 유럽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해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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