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마블이었다. 5월 한 달 무려 6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빨아들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돌아온 탕아 <데드풀2>의 독주는 거침없었다. <어벤져스3>는 맡아놓은 자리인 듯 천만 왕좌에 등극했고 <데드풀2>는 가뿐히 300만 관객을 모아 5월 박스오피스 1, 2위에 올랐다. 두 영화가 5월 한 달 극장가의 60%를 점유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한 달이었다.

마블이 휩쓸고 간 자리는 한국영화 <독전>이 이어받았다.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 출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린 이해영 감독의 신작으로 2014년 개봉한 두기봉 감독의 홍콩 영화 <마약전쟁>을 리메이크했다. 22일 개봉해 3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영화는 순조롭게 5월 박스오피스 3위 자리를 차지했다.

마블이 자리를 비운 6월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한국과 일본의 기대작까지 다양한 영화가 개봉한다. 특히 할리우드가 스페인, 브라질 등에서 수혈한 감독들의 연출작이 눈길을 끈다. CJ 엔터테인먼트는 속편 오락물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전작 <브이아이피>로 씁쓸한 맛을 본 박훈정 감독은 절치부심 재기를 노린다.

어쩌면 다가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가장 큰 경쟁작일지 모를 6월 극장가, 과연 어느 영화가 주도권을 쥐게 될까? 아래 다섯 편의 기대작을 가려뽑아 소개한다.

[하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포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시리즈 총합 4조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쥬라기 공원>의 리부트 두 번째 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6월 6일 개봉한다. 매 시리즈마다 초유의 기록을 달성하며 할리우드 첨단 기술력을 세계 만방에 뽐낸 이 시리즈는 2015년 제작된 리부트판이 1조8000억 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에서는 500만 관객을 넘겨 역대 흥행순위 70위권에 올라 있다.

전편의 흥행성공으로 기대를 한 몸에 안은 속편은 감독을 콜린 트레보로우에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로 교체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스페인 출신의 빛나는 재능으로 2016년 제작된 <몬스터 콜>을 통해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전작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몬스터 콜>을 통해 판타지 연출에 감각을 보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가 <쥬라기 월드>의 부흥을 이끌어낼지 기대된다.

이번 편에선 초대형 테마파크 쥬라기월드에서 탈출한 공룡들이 인간세상으로 넘어와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고 전한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크리스 프랫이 원톱 주연을 맡아 열연한다.

[둘] <엔테베 작전>

 영화 '엔테베 작전' 포스터.

영화 '엔테베 작전'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팔레스타인과 독일인 테러범에 피랍돼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억류된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7일 간의 작전이 영화화됐다. 테러범들은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쉰세명의 정치범과 테러범 석방을 요구했고 이스라엘은 정예 특수부대를 투입해 인질을 구출하려 시도한다.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커 앞서 여러 편의 영화가 제작된 바 있지만 이번 영화가 양과 질 모두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감독은 <엘리트 스쿼드>를 통해 브라질 영화계에 충격을 던진 호세 파딜라다. 브라질 경찰사회가 처한 현실을 배경으로 시대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했다. 이후 소니의 부름을 받아 할리우드에 입성, <로보캅> 리부트 시리즈를 연출했지만 더는 새롭지 않은 주제의식과 스타성 부재로 흥행에 참패했다. <엔테베 작전>은 호세 파딜라가 할리우드에서 만든 두 번째 영화로 이후 그의 영화인생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나를 찾아줘>를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여배우 반열에 오른 로자먼드 파이크, 독일을 대표하는 명배우 다니엘 브륄이 주연한다. 7일 개봉.

[셋] <탐정: 리턴즈>

 영화 '탐정: 리턴즈' 포스터.

영화 '탐정: 리턴즈'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예고된 속편 <탐정: 리턴즈>가 돌아온다. 2015년 262만 관객을 모은 <탐정: 더 비기닝> 이후 3년 만이다. 원투펀치 권상우, 성동일에 더해 SBS 예능 '런닝맨'을 통해 아시아 스타로 떠오른 이광수를 추가, 규모를 키웠다. 주연배우들의 개인기와 합이 중요한 영화이기에 이광수의 추가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할리우드에선 <리썰웨폰> <러시아워> 등 이름난 형사오락물이 여럿이지만 한국에는 <투캅스> 이후 이렇다 할 시리즈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김명민, 오달수 주연의 <조선명탐정>시리즈가 나름대로 흥행하고 있지만 사극이 아닌 현실배경 영화는 전무하다고 할 만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탐정: 리턴즈>가 전작을 넘는 성과를 거둔다면 한국영화계는 얻기 드문 자산을 손에 넣을 듯하다.

감독 자리엔 전작을 연출한 김정훈이 하차하고 <...ing > <미씽: 사라진 여자>의 이언희가 투입됐다. 참신함은 다소 부족했으나 주어진 재료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빚은 김정훈의 빈 자리를 이언희가 잘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작 <미씽: 사라진 여자>가 엇갈리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시리즈물에 첫 도전한 이언희 감독의 재능이 만개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시선이 적잖다. 제작사뿐 아니라 감독 개인에게도 향후 커리어를 가를 분수령이 될 듯하다. 13일 개봉.

[넷] <마녀>

 영화 '마녀' 포스터.

영화 '마녀'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많은 영화 팬에게 6월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마녀>가 개봉한다. <신세계>로 일약 스타감독 반열에 오른 박훈정의 신작으로 10년 전 사고로 기억을 잃은 여고생 앞에 벌어진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영화다. 박희순, 조민수, 최우식 등 검증된 배우에 더해 신예 김다미가 주연을 맡아 재능을 뽐낼 준비를 마쳤다. 김다미는 무려 1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배우로 <버닝>의 전종서와 함께 올 상반기 가장 주목받는 신예다.

박훈정 감독에겐 <마녀>의 흥행성적에 각별한 관심이 쏠릴 듯하다. 근래 한국누아르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취를 거둔 전작 <브이아이피>가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이며 흥행 침몰했기 때문이다. 개봉 직후 빠른 속도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브이아이피>는 논란이 빚어진 직후부터 흥행세가 꺾여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벌써부터 영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는 <마녀>는 워너 브러더스의 독점 배급으로 6월 중 개봉일을 확정할 예정이다.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가 주목한 감독의 신작이 어떤 결과를 빚었을지 곧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섯] <이름없는 새>

 영화 '이름없는 새' 포스터.

영화 '이름없는 새' 포스터. ⓒ (주)에이원 엔터테인먼트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은 가운데, 무너져가던 일본영화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성공한 만화원작 영화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투자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딛고 고군분투하며 명성을 지킨 몇몇 작가의 공이 적잖다. < GO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유키사다 이사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이 모두 그와 같은 감독이다.

6월 중 개봉을 앞둔 <이름없는 새>의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는 유키사다 이사오와 이누도 잇신의 밑에서 조감독을 거친 영화인이다. 2009년 <도쿄의 실락원>으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이름없는 새>는 그의 영화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작품으로 아오이 유우, 다케노우치 유타카, 아베 사다오 등 유명 배우가 여럿 참여했다. 특히 수차례 베드신까지 소화하며 열연한 아오이 유우는 이 영화로 일본 내 이름난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독식하며 존재감을 확인했다. 원작은 인기 소설가 누마카 마호카루의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기대작을 소개합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엔테베 작전 탐정: 리턴즈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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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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