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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노랗게 변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는 상태. 손만 대어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 당진 신평의 한 과수원의 사과 사과가 노랗게 변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는 상태. 손만 대어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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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 손만 대도 뚝뚝 떨어져. 홍로는 몇 개 남지도 않았어"

충남 당진 상오리 유관수 씨는 사과 나무 아래에서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보통 한 나무에 150개 정도의 사과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하지만, 지금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건 20개도 남지 않았다. 대부분이 노랗게 변하고 손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힘 없이 뚝 떨어져 버리는 상태다. 사과마다 열매가 노랗게 변하고 씨방이 말라죽는 낙과 현상이 진행 중이다. 유 씨는 "사과 키우는 집은 한 해 농사 모두 끝났다고 보면 된다. 이 나무들이 내년에는 제대로 열릴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의 이상 저온 현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농작물 냉해 피해가 심상치 않다.

고대, 석문, 합덕, 우강, 신평 등 당진 대부분 지역의 논과 과수원의 작물들이 생리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모내기를 마친 모에서는 뜬모 현상이 발생해, 피해 농민들이 모판을 구하느라 속을 끓이고 있다. 합덕의 김학로 씨는 "거의 모내기를 새로 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고대의 이복희 씨는 "모가 부족해 난리가 났다. 모를 구하기 힘들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과수 피해는 더 심각하다. 논의 모내기는 새로 모를 키워 모내기를 하면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지만, 사과의 경우 한 해 농사를 망칠 것으로 보인다. 과수 농민들의 절망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생리 이상 현상을 보인 나무가 내년에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조차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당진시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과수 97농가 73ha, 채소 5농가 1.5ha, 인삼 1농가 0.05ha(5월 25일 기준)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시는 피해 농가가 더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농식품부 역시 지난달 29일 충남도에 공문을 보내 당초 5월까지로 되어 있던 조사 기간을 6월 15일까지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상황이 심각하자 어기구 의원실은 농림축산식품부(아래 농식품부)에 '냉해 피해 현황(과수 낙과피해)'과 '냉해 피해 대책 및 대응계획'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농식품부가 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과 주산지역을 중심으로 인한 낙과 피해는 자홍, 홍로, 후지 등 대부분의 사과 품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식품부는 낙과의 발생 원인을 지난해 생육기(7~10월)에 잦은 강우와 일조 부족으로 인한 저장양분감소, 올해 4월 개화기간 저온에 따른 수정 불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농약대와 대파대는 17년말 인상된 지원 단가를 적용하여 지급하고, 피해가 심각한 농가의 경우 생계비 및 고등학생 학자금(피해율 50% 이상), 영농자금 상환연기·이자감면(피해율 30% 이상)을 지원한다. 또한 피해 농가가 희망할 경우 재해 대책 경영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연 재해를 대비한 재해 보험도 문제다. 사과 농가의 경우 '농작물 재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당진에서도 사과 농가 223농가(314ha) 중 면 적 기준 약 62% 정도인 156가구, 194ha(2018년 기준)가 가입했다. 하지만 이런 봄 냉해 피해는 '봄동 상해 특약'에 추가로 가입해야 하는데 이에 가입한 농가는 많지 않다. 당진의 사과농가 재해보험 가입자(156가구, 194ha) 중 35농가 약 40ha의 면적만이 봄동상해 특약에 가입했다. 면적 기준 약 20% 수준이다.

하지만 이 역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회사의 손해사정사가 피해 현장을 방문해 농민들에게 "개화기에 신고를 했어야 냉해 피해 판정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냉해 피해로) 판정을 할 수는 없다"라고 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원인 규명을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냉해 피해 판정 여부와는 상관없이 보험사와 협의를 통해 관련 협의를 진행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사과와 배의 적과 후 착과수를 6월 말까지 조사해, 7월부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다만 당진시 농업정책과에서는 "실제 판정을 내리는 것은 보험회사이기 때문에 농식품부의 의지만으로 해결이 될지는 미지수"라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면천 농협에 모판을 2천장 정도를 부탁해 침종(종자 소독)을 시작했다. 또한 피해 농가에 대한 조사를 6월 중순까지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년 충남 서북부가 봄 가뭄으로 고통 받은 이후 올 해는 냉해로 인해 농가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태그:#봄냉해, #재해보험,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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