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 기자 말

"나이 들어서 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니, 마음속에 담고 있던 두려움을 점점 떨쳐 내게 된 것 같아요. 과거에 두려움이 있었다는 걸 표현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가 '아, 내가 이만큼 자유로워졌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바이올린의 여제(女帝)'로 불리며 지난 50여 년간 세계무대를 누벼 온 '음악 한류의 원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교수가 지난 5월 31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음악 인생을 회고했다.

일흔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과거 '완벽한 연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늘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서양 무대에서 활동하는 동양인으로서, 힘들어도 겉으로 표현하는 걸 수치스럽게 여겼고 아파도 표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휘자, 피아니스트와 불꽃 튀는 신경전도

 정경화 줄리아드음악원 교수는 젊은 시절 완벽주의 때문에 지휘자, 반주자와 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정경화 줄리아드음악원 교수는 젊은 시절 완벽주의 때문에 지휘자, 반주자와 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정 교수는 특히 음악에 대한 고집이 강해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은 물론 협연하는 피아니스트들과도 숱한 갈등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헝가리 출신의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는 연습 도중 거친 욕설을 주고받으며 정면 충돌한 일도 있다. 또 자신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무대 뒤에서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부분적인 걸 갖고 너무 매달려서 그러는 건 지금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편할 거예요."

손가락 부상으로 공백 5년, 집착 내려놓고 자유 얻어

음악에 대한 자세가 달라진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05년 왼손 검지 부상으로 무대를 떠나야 했던 일이다. 당시 '연주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줄리아드음악원 등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는데, 5년 만에 회복돼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는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진 상태에서 더 깊이 있고 신비로운 색채가 나오는 것 같다"며 "관객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자체에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지난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가졌던 데뷔 50주년 공연이 '꿈에도 남을 무대'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공연에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6곡 전곡을 한 자리에서 3시간 동안 혼자 연주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3시간 동안 무반주로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바흐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3시간 동안 무반주로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카네기홀은 정 교수가 1967년 열아홉의 나이로 레벤트리트 국제콩쿠르에 출전해 핀커스 주커만(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과 공동우승을 차지한 추억의 공연장이기도 하다. 그는 "열세 살 나이에 줄리아드음악원에 유학 가서, 카네기홀 앞을 지날 때마다 그 무대에 설 수 있는 날을 꿈꿨다"며 "지난해 공연은 카네기홀에서의 스무 번째 연주였다"고 말했다.

어떤 시련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자

정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건 '긍정'과 '감사'라는 생각도 강조했다. 2005년 부상으로 예정됐던 연주를 취소한 후 호텔 방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시며 상심에 빠졌지만 다음날 곧바로 새 출발을 계획했다는 그는 "어떤 시련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믿으며 매 순간에 감사하고 긍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경화 교수는 시련에 부닥쳤을 때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믿고 감사와 긍정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경화 교수는 시련에 부닥쳤을 때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믿고 감사와 긍정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지난 2011년부터 7년간 첼리스트인 언니 정명화(74·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와 함께 평창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았던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손열음 등 그곳에서 세계적 연주자로 성장한 국내 인재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음향시설이 뛰어난 세계 최고수준의 공연장 건설 등 인프라 조성과 음악 영재에 대한 장학제도 등을 통해 우리나라 클래식 문화를 키워가기를 희망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 SBSCNBC 제정임 문답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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