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포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지난 6일,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아래 <폴른 킹덤>)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했다. 공룡 프랜차이즈를 부활시킨 <쥬라기 월드>(2015)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2015년 <쥬라기 월드>는 개봉 당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조금 엇갈렸으나, 기대 이상의 폭발적인 흥행 바람을 탔고 전 세계 역대 박스 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공룡을 원한다'는 가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쥬라기 월드>는 16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역대 4위에 올라 있었으나, 이 기록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의해 깨졌다).

이전 작품과 <폴른 킹덤>이 닮은 점, 그리고 다른 점 

<폴른 킹덤>은 <쥬라기 월드>의 결말로부터 3년이 지난 201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극 중 공룡들의 최후 낙원으로 남아 있던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섬에 서식하는 공룡들이 멸종할 위기에 처한다. 전작의 여성 주인공인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록우드 재단으로부터 공룡 구조 작업에 대한 부탁을 받고, 남성 주인공 오웬(크리스 프랫)과 섬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전작 <쥬라기 월드>가 <쥬라기 공원> 시리즈 1편(1992)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면 <폴른 킹덤>의 서사 구조는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1997, 아래 <잃어버린 세계>)를 많이 닮았다. <잃어버린 세계>의 주된 배경은 이슬라 소르나섬,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였다.

<폴른 킹덤>은 이슬라 누블라 섬에서 벤저민 록우드(제임스 크롬웰)의 저택으로 배경을 옮긴다. 섬에서 육지로 바뀐다는 점이 같다. <폴른 킹덤>에서 생명체를 목적이 아닌 대상으로 삼는 일라이 밀스(라프 스팰)는 <잃어버린 세계>의 피터 러들로우 인젠 회장(알리스 하워드)과 닮아있다.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생명을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는 영화의 문제 의식은 이전 시리즈와 변함이 없는데, 특별히 심화하지도 않았다. 다만 관객에게 '공룡'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임무만큼은 확실히 완수해낸다. <폴른 킹덤>에는 시리즈 사상 가장 다양한 공룡이 등장하는데, 화산 폭발 속에서 울부짖는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전작의 주역인 공룡 인도미누스 렉스처럼, 이번에는 인도랩터가 핵심으로 등장한다. 인도미누스 렉스와 벨로시랩터의 유전자를 혼합한 피조물 인도랩터는 공룡이라기보다는 괴수에 가깝다.

지난 2007년 공포 영화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을 연출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바로 '스릴'이다. <폴른 킹덤>의 상영 시간 내내 좁은 공간 속에서 언제 공룡이 등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포감이 극 중 인물들과 관객을 지배한다. 터널 속에서 등장하는 바리오닉스, 록우드의 저택을 배경으로 한 인도랩터와의 대치 장면은 상당한 수준의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더불어 <쥬라기 월드> 시리즈가 <쥬라기 공원> 트릴로지(3부작)와 차별화되는 점을 뽑자면, 인간과 공룡의 유대 관계일 것이다. 이전까지 시리즈에서 육식 공룡들은 그저 자연 재해처럼 막을 수 없는 존재로 그려졌다면, <쥬라기 월드>를 기점으로 공룡에도 표정과 성격이 주어진 것이다. 주인공 오웬 그레이디(크리스 프랫)가 극 중에서 능숙한 조련사로 그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웬과 벨로시랩터 '블루'는 이번에도 진한 유대 관계를 보여준다. 전작에서 온갖 위기를 경험한 오웬이 굳이 다시 이슬라 누블라로 향한 이유도 공룡 '블루'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봤다면 알아챌 수 있는 장면들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한편, <폴른 킹덤>은 이번에도 오리지널 팬들을 위한 서비스에 충실하다. 마이클 지아치노가 맡은 배경음악들은 존 윌리엄스의 음악을 충실하게 계승한다. 그뿐 아니라 여러 장면에서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 쥬라기공원의 창립자인 존 해먼드(故 리처드 아텐보로 경)의 초상화가 등장하고,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고 적힌 지프차의 백미러도 다시 등장한다. 저택에서 인도랩터와 숨바꼭질을 벌이는 메이지(이사벨라 서먼)의 다급한 모습은 <쥬라기 공원>의 유명한 주방 시퀀스를 연상케 한다.

그 어떤 오마주보다 팬들을 가장 반갑게 한 것은 수학자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의 재등장이다. <쥬라기 공원>와 <잃어버린 세계>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21년 만에 시리즈로 복귀했다. '록스타'를 방불케 하던 외모는 백발이 희끗희끗한 노신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말콤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존 해먼드에게 꾸준히 공원 개장 반대 의사를 밝혔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그는 상원 청문회에 출석하여 단호하게 '공룡 구조'에 반대를 선언한다.

25년 전, <쥬라기 공원>에서 이안 말콤은 "Life finds a way"(생명은 길을 찾는다)라는 대사와 함께 자연의 불예측성을 경고했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 대사는 지금도 팬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폴른 킹덤>을 마무리짓는 대사도 그의 몫이다. 그의 마지막 대사는 콜린 트레보로우가 다음 작품에서 펼칠 미래를 점쳐볼 수 있게 한다. <폴른 킹덤>은 전작들의 발자취를 철저히 따라가고 있는 작품이지만, 끝맺음하는 방식은 다르다. 좌우간, 공룡들이 돌아왔다.

"Welcome to Jurassic world" -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중에서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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