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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한 개인의 존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하찮을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하면 이 세계는 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기 시작한다. (56쪽)

내가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비가 쏟아졌다면 분명 날씨를 핑계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서 그렇게 비를 맞아 보니 비는 핑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35쪽)


경기도 고양시에서 여느 회사원으로 일하는 아저씨 한 분은 어느 날 꿈을 품었다고 합니다. 똑같이 출근하고 퇴근하기를 되풀이하는 삶이 아닌, 스스로 무언가 지어 보고 싶은 꿈을 품었다지요. 이 꿈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하루 애쓴 끝에 책을 한 권 내놓습니다. 책을 쓰는 꿈을 이룬 뒤에는 한 권으로 그치기보다 한 권 더 내겠노라는 꿈을 품었고, 참말로 다음 책을 써냅니다.

회사원 아저씨는 꿈꾸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가느라 몸이 지치기 일쑤이지만, 아침에 달리기를 하기로 해요. 더 튼튼한 몸을 바라면서, 날마다 몸을 꾸준히 다스리기를 빌면서 달리기를 했다지요. 이러한 새길은 만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이루겠어'라는 굳센 다짐보다는 '이렇게 삶을 바꾸어 보면 즐겁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지내면서 이다음 책까지 내놓아요. 바로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안성진, 타래, 2018)입니다.

아내도 내가 일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전화를 한 것이다. 뭔지 모를 이유로 폭발 일보 직전이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급히 전화를 끊었다면 저녁밥을 얻어먹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203쪽)

그날 나는 평소 아이에게 보내는 눈빛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늘 아이에게 관심의 눈빛, 사랑의 눈빛을 보냈다면 아이가 이런 투정을 했을까? (242쪽)


겉그림
 겉그림
ⓒ 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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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는 회사원이요 집에서는 아버지인 안성진 님은, 이웃한테는 아저씨입니다. 몸은 하나이나 얼굴은 여럿인 셈이지요. 그리고 책을 여러 권 냈기에 작가이기도 해요. 또한 다부진 읽음이입니다. 새벽마다 따로 짬을 내어 날마다 글을 쓸 뿐 아니라 달리기를 하는 하루로 열고, 조각조각 작은 틈을 꼭 내어서 책을 읽습니다. 스스로 할 일하고 나아갈 길을 바라보는 왼손이라면, 이웃한테서 배울 이야기를 살피는 오른손이라 할 만해요.

어느 모로 보면, 이렇게 여러 일을 해내는 회사원은 드물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아무나 글을 못 쓸 테고, 아무나 책을 못 낼 테며, 아무나 새벽달리기를 못 할 뿐 아니라, 아무나 곁님이랑 아이하고 눈을 맞추며 마음을 나눌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고 여길 수 있어요.

그런데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은 빈틈없이 모든 일을 해내는 모습을 다루지 않습니다. 책이름에서도 드러나듯, 회사원 아저씨이자 작가 이웃님은 글쓴이는 "깨우기 연습"을 어떻게 했는가를 밝혀요. 그리고 이 "깨우기 연습"은 다른 곳이 아닌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입니다. 넉넉한 휴가를 누리면서 고요히 잠기는 명상이 아닌, 바쁘거나 부산한 하루하루를 더 길고 알뜰히 살리겠다고 하는 "일상 생각 깨우기"라고 합니다.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시골에서 책을 읽으면 뭐가 다를까? 시골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은 무엇일까? 제목이 주는 의문이다. 그래서 이런 제목을 가진 책이 있다고 가정해 봤다. '도시에서 빠르게 책 읽기' 이렇게 놓고 보니 알겠다. (40쪽)


그저 바쁜 하루라면 틈이 없어요. 그저 바쁜 하루여도 1분이나 5분쯤 조각틈을 내면 참말로 틈이 있습니다. 누구는 이 5분쯤 되는 틈에 눈을 붙이고 담배를 태우지요. 누구는 이런 조각틈에 손전화를 만지작거릴 텐데, 안성진님은 이런 틈에 책을 읽는다지요. 게다가 책읽기로 그치지 않고, 애써 읽은 책을 곰곰이 돌아보면서 이녁 누리집에 느낌글을 바지런히 올립니다.

여느 날에는 집하고 일터를 오가면서 늦게 돌아와서 아이들하고 어울리기 힘든 줄 느끼기에 주말이 되면 되도록 다른 약속을 안 잡고서 아이들하고 눈을 맞추며 말을 섞으려고 한대요. '아버지로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보다는 '시간을 낼 수 있을 적에 즐겁게 제대로 시간을 내자'는 마음으로 살려 한대요.

이리하여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을 읽다 보면 '연습'을 하느라 스스로 깨지거나 넘어지는 이야기가 곧잘 흐릅니다. 곁님한테 깨지거나 지청구를 듣는다든지, 아이한테 핀잔을 듣거나 투정을 듣는 일이 으레 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런 일을 마주할 적마다 '왜 이 같은 일이 나한테 찾아오는가?' 하고 스스로 묻고,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얘기를 하려 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한결 달라진 모습이 되겠노라 하고 다짐한다고 해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은 질적으로 달라진다. 그것은 그렇게 살아 본 사람만이 깨닫는 것이다. 거창한 목표에만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일상은 공허해진다. (231쪽)


대단한 꿈을 이루려는 길이 아닌, 아주 작은 일을 해내면서 웃고 싶다는 뜻을 조곤조곤 글로 옮깁니다. 아이한테 엄청난 꿈을 심어 주는 어버이가 아닌, 아이하고 주말에 즐겁게 어울리며 함께 놀거나 쉬고 말을 는 어버이요 동무로 지내려고 한다는 뜻을 찬찬히 적습니다.

참 맞다고 느낍니다. 대단한 일을 해야 하지 않아요. 작은 일을 하면 되어요. 처음부터 대단한 일을 이루려 할 까닭이 없어요. 한 걸음씩 꾸준히 내딛으면서 웃으면 되어요. 오늘 하루를 즐겁게 맞이하면서 아침을 열면 되고, 저녁에 가벼운 걸음걸이로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어떻게 보냈어?' 하고 물으며 '난 오늘 이렇게 보냈지' 하고 말하면 됩니다. 회사원 아저씨가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가 상냥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안성진 / 타래 / 2018.3.15.)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 - 인생을 바꾼다. 작은 생각 하나가

안성진 지음, 타래(2018)


태그:#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 #안성진, #삶노래, #삶읽기, #인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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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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