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있는 신태용호의 최대 고민거리는 역시 수비 불안 문제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신태용호는 16경기에서 22실점을 내주며 경기당 1.37골을 허용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독일, 스웨덴, 멕시코의 전력을 감안하면 걱정스러운 수비력이다.

대표팀 수비불안... 김영권, 장현수에게 집중되는 비난

온두라스전 소감 밝히는 김영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이 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공개훈련을 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5.29

▲ 온두라스전 소감 밝히는 김영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영권이 29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공개훈련을 하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5.29 ⓒ 연합뉴스


대표팀의 수비수들이 팬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이 된 지는 꽤 오래됐다. 특히 신태용호에서 꾸준히 중용되었지만 만족스러울 만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센터백 장현수와 김영권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골을 넣은 선수보다 오히려 실수한 특정 수비수의 이름이 SNS와 온라인에서 더 주목받는 기현상은 대표팀 수비라인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금도 축구 관련 기사 댓글에는 "OOO을 기용하면 월드컵에서 망한다" "저 선수는 왜 자꾸 대표팀에서 쓰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두 선수 모두 전임 감독 때부터 대표팀에 꾸준히 중용되었고 신태용호 출범 이후에는 주장까지 역임한 선수들이다. 장현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금메달을 딴 데 이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김영권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일조했고,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만큼 국제 경험이나 기량면에서 가장 검증된 선수들이라는 의미다.

물론 대표팀 경기에서 수비수들의 치명적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김영권이나 장현수가 세계적인 수비수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에서 득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단지 공격수만의 몫이 아니듯, 실점 역시 수비수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포백이든 스리백이든 대표팀 수비전술의 조직적인 완성도, 미드필드-공격진의 적극적인 수비가담 여부, 앞선에서 수비라인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존재 등 변수는 많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문전에서 헤딩골을 내줬다면, 마지막 장면만 놓고 공중볼과 몸싸움에서 상대 공격수에서 최종적인 득점 상황을 막지 못한 수비수를 탓하기 쉽다. 하지만 그 이전에 상대가 측면에서 정확한 크로스를 쉽게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수비 뒷공간이 열리게 된 전후 과정까지 곰곰이 짚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대표팀 수비불안의 근본 원인은 '대형 수비수 부재'라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다. 홍명보-이영표 이후 한국 축구의 간판이라고 할 만한 정상급 수비수의 계보는 사실상 끊긴 상태다. 대표팀 수비진이 국내파와 아시아리거로만 채워진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공격수나 미드필더와 달리 수비진에는 '유럽파'가 아예 전무하다. 홍정호, 박주호, 윤석영, 김진수 등 한때 적지 않은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격려와 응원 필요한 시점... 대표팀 수비라인의 반전 가능성은?

질문에 답하는 장현수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장현수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 2018.6.6

▲ 질문에 답하는 장현수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장현수가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두 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 2018.6.6 ⓒ 연합뉴스


김영권이나 장현수, 김주영처럼 중국 무대에 진출했던 다수의 국가대표급 센터백들은 '중국화'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공격의 손흥민이나 중원의 기성용처럼 수비진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줄 만한 안정감 있는 리더가 보이지 않는 점은 하루아침에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더 큰 고민은 현재로서 김영권이나 장현수를 대체할 만한 수비수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차세대 중앙 수비수로 기대를 모았던 김민재가 부상으로 최종명단에서 낙마했고 홍정호-김주영-권경원-김기희 등은 모두 대표팀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지난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는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장현수와 김영권이 결장했으나 1-3으로 완패했다. 물론 두 선수가 모두 출전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대표팀의 수비불안이 단지 특정 선수의 기량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최종명단이 확정된 지금, 무조건 선수들을 채찍질하기 보다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오히려 약체로 평가받던 수비진이 월드컵에서 반전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호는 출범 초반 수비불안에 시달렸으나 스리백 전술로 전환한 이후 홍명보-김태영-최진철이라는 막강한 일자형 스리백에 이영표-송종국의 좌우 윙백라인, 김남일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4강 신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에야 한국 축구 역대급 수비진으로 평가받지만 이들은 불과 월드컵을 몇 달 남겨둔 평가전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기 일쑤였다.

신태용 감독 "통쾌한 반란 일으키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 신태용 감독 "통쾌한 반란 일으키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낸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조용형-이정수의 재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조용형은 허정무호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으나 잦은 수비실수로 '자동문'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 본선무대에서는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정수는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곽태휘의 공백을 메우며 주전 수비수로 중용되었으나 월드컵에서 홀로 2골을 터뜨리는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쳤다.

장현수나 김영권도 월드컵에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물론 선수들 스스로도 책임감과 집중력을 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수비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다소 지저분하더라도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맞춰 수비라인의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는 실험이 아닌, 완성된 결과물을 선보여야 할 시점이다. 7일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비롯하여 월드컵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최상의 수비 조합과 전술을 확정짓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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