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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미일은 북미정상회담의 내용을 공유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의지를 재확인 한다”는 공동입장을 냈다.
▲ 한미일외교장관회담 14일 서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미일은 북미정상회담의 내용을 공유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의지를 재확인 한다”는 공동입장을 냈다.
ⓒ 일본 외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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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한편 미국은 체제보장을 약속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는지 아닌지를 신중하게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아직 어떠한 체제보장도 주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14일 코노 타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은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외교장관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의지를 재확인 한다"는 공동입장에 동참하면서도 '엄청난 뒤끝'을 덧붙였다. 일본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고스란히 읽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코노 외상의 발언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비롯해 일본 주류언론의 인식과 일맥상통하다.

 공영방송의 편파보도

'우리'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북미회담에 엄청난 관심을 쏟은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특히 일본 언론은 북미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총 취재인원의 40%인, 500명에 달하는 취재진을 파견하면서 현장보도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몸짓과 발언 하나 하나가 생중계와 동시통역을 거쳐 일본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하지만 보도의 전달 과정은 시종일관 '북한 깎아내리기'에 사로잡혀 있어 우려가 무척 컸다.

12일 NHK는 북미정상회담의 전 과정을 생중계로 실시간 보도했다. 사진 속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멋진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 NHK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12일 NHK는 북미정상회담의 전 과정을 생중계로 실시간 보도했다. 사진 속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멋진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
ⓒ NHK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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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는 회담 당일(12일) 홈페이지에 '시계열로 아는 미조회담'이라는 특집코너를 꾸려 실시간 생중계에 나섰다. 그런데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에 나선 앵커는 "현지 기자들 사이에선 회담에 대한 흥분보다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적인 싸늘한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한 관점에서 '세기의 담판'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야 할 공영방송이 북한 때문에 회담이 잘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시청자들에게 펴고 있는 셈이다.

"사이가 좋아지면 아시아가 평화로워져요."

NHK 취재진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임박하자 토쿄 번화가를 오가던 한 남성에게 물은 첫 질문에서 나온 대답이다. 그러나 NHK는 이처럼 북미 간 '세기의 담판'에 호의적인 국민(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주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싱가포르에 파견된 NHK 해설진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뒤 오후 9시를 훌쩍 넘긴 늦은 밤 <사상 첫 미조(북)정상회담 그 성과는…철저해설>이란 특집코너를 열었다.

이 코너에서 한 남성해설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핵탄두 수십 발을 가졌다고 여겨지는 북한이 제대로 비핵화를 이행할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일본 국민들이 이 설명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뿐만 아니라 재팬패싱(일본배제)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펼쳐진 '세기의 빅이벤트'에 일본이 숟가락을 얹어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높여야 한다는 식의 보도가 잇따르는 점도 우려된다. 냉전의 마지막 무대였던 한반도에서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 니혼케이자이신문 등 주요 신문은 북미회담을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불투명하며 미국이 북한에 양보한 회담"이라는 공통된 평가를 내놨다. 동시에 앞으로의 비핵화 과정에 대한 일본의 적극 관여를 주문했다. 트럼프의 입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온 일본정부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을 묶어 '엇나가는 북한'을 제어하자는 시각이 담겨있다.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잘못된 관점과 오보를 양산하던 한 보수매체의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고 과거의 위상을 잃었다. 북한을 무턱대고 불신하는 일본의 '보도관행'도 새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 북한 보도의 변화 가능성

"한 손이었습니다. 양손이 아니었습니다. 또 악수를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웃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웃고 있네요."

북미회담 당일 민영 TBS뉴스는 '정은씨VS트럼프씨 첫 대면'이라는 제목을 건 실시간 생중계에서 북미 정상의 첫 만남을 생생하게 전했다. 일본의 방송인들이 북미회담의 역사적 순간을 꼼꼼히 지켜보며 '시청자의 관점에서' 흥분하고 기대감을 드러내는 보도 방식은 인상 깊었다. 해설자가 북한에 대한 주관적 편견을 서슴없이 말하던 NHK의 보도와는 비교됐다.

싱가포르 현지 미국 프레스센터에서 현장중계에 나선 TBS 소속 기자는 "완전한 비핵화를 양보할 수 없는 목표로서 내걸어 왔던 트럼프정권이지만, 실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후퇴하게 됐다. 이 회담을 다음 단계로 어떻게 이을 수 있을까가 초점"이라고 분석했다. 또 익명의 정부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북미회담을 바라보는 일본정부의 속내를 소개하기도 했다.

"우선은 김정은 위원장이 본심인지 알고 싶다.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납치문제를 잘 거론해 줬을까"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반응을 했는지 듣고 싶다" "오늘은 비핵화 등을 향한 큰 틀에서 합의하고 가을에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다시 회담해 내용에 대해 합의하는 흐름은 아닐까"  -TBS가 익명의 일본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

북미회담의 진행상황, 구체적인 회담 결과를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TBS는 객관적 사실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 비교적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북미회담의 전망을 다룬 니혼티비 방송프로그램 '심층뉴스'에서는 상반된 북미회담 평가를 전하며 일본사회가 그동안 북한을 바라보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대화가 오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아니 아니,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만. (트럼프가) 아무것도 이긴 게 없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요. 너무나도 낙관적이지 않느냐는 기분도 듭니다. 가장 중요한 비핵화가 단계적 동시행동이란 것은 즉 북한이 바란 형식의 비핵화로,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견해를 담은 보도가 많은 것이 신경 쓰입니다."-콘노 히로아키(近野宏明) 니혼티비 보도국 기자

이에 북한현대사 전공인 재일동포3세 리병휘 조선대학교(도쿄 소재) 준교수는 답했다.

"70년에 걸친 교전상태에 있던 (북미) 양국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리얼리티,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중추를 차지하는 정보기관의 두 명(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특사로서 정상의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즉 이만큼 교전관계라는 것은 치열합니다. 그 양자가 작년 핵전쟁 직전까지 갔다가 반전해 악수를 했습니다. 비핵화 같은 문제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그다지 (일본) 미디어가 초조해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리병휘 조선대학교 교수(북한현대사 전공)

일본공산당 기관지 신문아카하타는 시이 카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이 낸 '역사적인 미조(북)정상회담을 마음으로부터 환영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시이 위원장은 "이번 미조정상회담은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을 향한 과정의 개시"라며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양 정상이 확인한 것처럼 이후에도 정상회담을 포함한 교섭을 계속해 공동성명의 합의를 신속하게 구체화해 성실하게 이행하기를 양국에 강하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도쿄신문은 13일 고정칼럼을 통해 "조선전쟁(한국전쟁) 이래 긴 시간 적대해온 양국의 정상이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며 "과자(정상 간 오찬을 마친 뒤 나온 디저트)를 나란히 먹는 두 사람을 떠올리니 긴장의 완화를 느끼며 정상회담의 의미를 음미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에 어디까지 진심인지 이번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라며 양비론적 관점을 보였다.

양비론이지만, 그동안 깊은 고민 없이 '북한 불신'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던 일본 언론의 태도와는 달라 주목된다.

'북일회담 성사' 아베의 꿈 이루려면

여론전환을 위해서는 북한의 입장을 언론에 제대로 전달하는 일본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아베의 일본'은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12일 북미정상 회담이 마무리 된 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직접 제대로 북한과 마주하고 싶다"며 북일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12일 북미정상 회담이 마무리 된 뒤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납치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직접 제대로 북한과 마주하고 싶다"며 북일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 일본총리관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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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는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김정은 위원장이 출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미회담의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미회담 이후 "북에는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이 있다"며 "북이 바른 길을 걸으면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밑천삼아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단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북한은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없이도 앞으로도 얼마든지 우리의 힘과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원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남부럽지 않게 잘살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아베 총리를 만나도 좋다"는 발언에 기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사 성찰도 없이 마냥 경제지원을 앞세우고 있는 아베 총리와의 만남을 응하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북한 불신'을 공공연히 선포하며 언론의 보도논조와 여론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던 일본정부의 태도부터 전환되지 않는다면 북일회담 성사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 전망이다. 정전협정과 평화협정 체결이 가시권에 들어온 세계사적 분기점을 틀어막으며 여전히 '몽니'를 부리는 일본의 태도변화부터 선행돼야 한다. 그리해야 뒤늦은 '지각 참가'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주권방송>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북미정상회담, #NHK, #일본, #트럼프,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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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일본의 동향에 큰 관심을 두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적폐를 깨부수는 민중중심의 가치가 이땅의 통일, 살맛나는 세상을 가능케 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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