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콘서트 세 번째 손님으로 초대된 배우 장영남은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조금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지나가는 스쿨버스를 보고 저 학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계원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 세 번째 손님으로 초대된 배우 장영남은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면서 "조금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지나가는 스쿨버스를 보고 저 학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계원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 조우성


장영남 '내게 연극이란, 너무 귀한 보물'

대한민국 중심도시 대전에서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15일 개막해 전국 16개 시.도의 대표극단들이 7월 2일까지 대통령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극제 기간 동안 야외무대에서는 '내게 연극이란' 주제로 매일밤 9시 30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자 16명을 초대해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배우 이순재, 남명렬에 이어 세 번째 날인 18일에는 연극으로 시작해서 영화, 드라마, CF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우 장영남을 초대해 '내게 연극이란, 너무 귀한 보물'이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장영남은 연극으로 시작해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영화 <국제시장> 등에 출연하였다. 최근 개봉되는 영화 <나와 봄날의 약속>은 우리나라 영화로는 처음으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경쟁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래 내용은 토크 콘서트에서 이야기 된 내용들을 토대로 이야기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상열 대전대 교수는 "20여 년 전에 대학로에서 장영남씨의 연극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 공연을 보면서 저 배우가 연기도 잘 하지만 정말 무대에서 연극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확연하게 받았다"고 그녀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월드컵 경기가 치러지는 시간임에도 야외에 마련된 무대는 배우 장영남의 연극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 온 2백여명의 방청객들로 꽉 들어 찼다. 그녀는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방청객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월드컵 경기가 치러지는 시간임에도 야외에 마련된 무대는 배우 장영남의 연극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 온 2백여명의 방청객들로 꽉 들어 찼다. 그녀는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방청객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 조우성


7년만의 연극 무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한 후 극단에서 8년 정도 활동하다가 30살 넘어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기 시작했다. 이후 스케줄 문제로 연극계를 떠나 방송과 영화일에 전념했다. 그런 그녀가 올해 4월 연극계를 떠난 지 7년 만에 <엘렉트라>로 다시 연극무대에 섰다. 

"영화나 드라마를 연극과 병행하다가 스케줄 문제 때문에 병행하기가 힘든 시기가 와서 7년 정도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로서 조금 갈증 나는 부분, 소진이 된 부분도 있고, 내가 연기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똑같은 것을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연극을 통해 다시 에너지를 얻고 싶었어요. 조금 용기를 얻고 싶었고, 자유롭고 싶었고, 저를 환기시키고 싶었어요.

<엘렉트라> 공연을 하게 되면서 정말 아무 것도 안 했어요. 다른 스케쥴은 일절 잡지도 않았어요. 정말 오래간만에 무대에 섰는데, 너무 긴장되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남들은 몸이 기억한다고 하던데, 저는 몸이 기억을 못 하더라고요. 너무 오래간만에 연극을 해서 제가 잘 찾아가지 못한 부분이 있어 많이 아쉬웠어요."

출산 후 자신만의 시간 사라져 "슬럼프에 빠져 힘들다"

장영남은 39세에 결혼해 현재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고,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이 거의 없어져 일종의 '주부 우울증 같은 증세'를 겪었다"고, "현재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제가 늦은 나이인 42살에 아이를 낳았잖아요. 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환경이 바껴 제가 부대끼는 거예요. 아이한테 오로지 집중해야 되니 제 시간이 없어지는 거예요. 저는 여태까지 문득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을 잡아서 연기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설거지 하다가, 화장실에서 머리 감다가 문득 생각이 떠오르면 '어머, 이거 괜찮은 것 같아' 이랬거든요. 근데 아이를 낳은 후론 그런 사적인 시간들이 사라져 이게 안되는 거예요.

몇 년간은 현장에서 연기할 적에 제가 무슨 생각으로 연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생겼어요. 사실 많이 위태로웠어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충실하지 못한 것 같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고, 내 걸 다 까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러다 보니 자꾸 저를 의심하고, 뭐가 부족한 것처럼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랬어요. 지금이 저한테는 슬럼프인 것 같아요. 아직 못 빠져나왔어요."

 이날 사회를 본 대전대학교 김상열 교수는 초대 배우에 대한 풍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을 매끄럽고 유쾌하게 잘 이끌어 갔다. 그는 미리 준비한 질문을 배우에게 던져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내게 만들었다. 그는 네번 째 초대 손님인 배우 김선영과의 토크 콘서트를 끝으로 다른 사회자에게 진행을 넘기게 된다.

이날 사회를 본 대전대학교 김상열 교수는 초대 배우에 대한 풍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을 매끄럽고 유쾌하게 잘 이끌어 갔다. 그는 미리 준비한 질문을 배우에게 던져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들을 풀어 내게 만들었다. 그는 네번 째 초대 손님인 배우 김선영과의 토크 콘서트를 끝으로 다른 사회자에게 진행을 넘기게 된다. ⓒ 조우성


여자는 여배우 남자는 그냥 배우? "세상의 편견이 싫다"

그녀는 "여자배우는 여배우, 남자배우는 그냥 배우로 부르는 세상의 편견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여자는 여배우라고 부르는데 남자 배우들은 그냥 배우라고 하지 '남배우' 이러지 않잖아요. 여배우라고 칭하는 것보다 그냥 배우라고 부르는 게 훨씬 기분이 좋은 것 같고요. 여자는 배역도 많지 않고 한계가 있어요. 엄마 아니면 친구나 할머니 정도로 굉장히 단순하게 캐릭터가 나누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남자처럼 여자 배역이 다양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많은 배우들이 연극으로 시작해 영화나 방송계로 진출하고 있다. 그녀는 극단활동을 통해 쌓아온 '힘듬의 수련과정'이 이후 자신의 연기자 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제가 있었던 극단은 저희가 모든 걸 다 만들었어요. 의상도 만들고, 무대도 만들고, 소품도 만들고. 늘 공연은 바뀌고 쉬는 시간이 없었어요. 계속 공장처럼 돌아갔거든요. 잡생각 할 시간이 없었어요. 저는 1인 5역도 했어요. 그런 와중에도 맡은 역할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스스로 그런 것들을 찾았던 것 같아요. 1년, 2년, 3년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것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되돌아 보면 '힘든 수련과정'을 통해 제가 조금 더 인내할 수 있고,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장영남은 밤 늦게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위해 잠시 짬을 내어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배우 장영남은 밤 늦게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팬들을 위해 잠시 짬을 내어 사진을 촬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 조우성


봉준호 감독 앞에서 오버한 배우들, "한 명도 캐스팅 안돼"

그녀는 극단에서 활동하던 시절 봉준호 감독과 얽힌 재미난 이야기도 소개했다.

"오래됐어요. 제가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봉준호 감독이 연극을 보러 왔어요. 봉준호 감독이 생각보다 덩치가 크시데요. 소극장 중앙쯤에 앉았는데 정말 그분 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 배우들이 봉 감독에게 잘 보이려고 눈에서 레이저를 쏘면서 얼마나 열심히 오버를 했는지, 소품인 병도 깨어지고 난리가 아니었어요. 그날 저는 맨발로 공연했는데, 제가 까치발 들고 깨진 병을 쓸면서 공연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이야기를 들은 김상열 교수가 "그날 연극한 배우들 중에 봉 감독에게 캐스팅 된 사람들이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그녀는 "한 명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에 김 교수가 "여러분 오버해도 캐스팅 되는 거 아닙니다. 오버하지 맙시다"라고 재치 있게 유머를 던지자 방청객들이 모두 한바탕 "하하하"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여성관객중 한 사람이 평소 체중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묻자 그녀는 "새벽 2시에 촬영갈 적에도 밥은 꼭 먹고 간다"며 "밥심으로 산다"고 말했다.  

"저는 밥을 진짜 좋아해요. 밥을 굶지 못 해요. 대신 간식을 안 먹어요. 새벽 2시에 일어나 촬영 갈 적에도 무조건 밥을 먹고 시작해요. 저는 밥심으로 살아요. 이번에 같이 연극 <엘렉트라>를 공연했던 배우들이 다들 놀래요.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누나랑 연애하면 되게 편하겠다고, 그냥 쌈밥집 가서 밥만 사주면 되겠다'고 그럴 정도로 밥을 너무 좋아해요. 아마 체질인 것 같아요."

 이번 연극제의 집행위원장인 복영한은 "오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것은 장영남 배우가 오셨기 때문이다"며 "기차 타고 올라가면서 드시라"고 대전을 대표하는 성심당 찹쌀떡을 장영남 배우에게 선물했다.

이번 연극제의 집행위원장인 복영한은 "오늘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것은 장영남 배우가 오셨기 때문이다"며 "기차 타고 올라가면서 드시라"고 대전을 대표하는 성심당 찹쌀떡을 장영남 배우에게 선물했다. ⓒ 조우성


그녀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무녀 아리로 특별출연해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소름끼치는 연기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깊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방청객이 "어떤 특별한 연기 스킬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제가 사실 연기 테크닉이 별로 없어요. 저는 발성이 굉장히 좋은 편도 아니고, 좋은 목소리를 가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해를 품은 달> 할 때는 사실 되게 어려운 씬이었지만 제가 그런 역을 좋아하니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엔지(No Good)' 안 내고 한번에 쭉 간 거였는데, 이렇게 많이 기억해 주실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그 역할이 저한테 잘 어울렸고, 배역이 저랑 맞아 역할이 극대화된 것 같아요."

"하라고 해서 되는 것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인생 개척해야"

김상열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몇 년 하다가 본인이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해 연극을 접는 학생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며 "연기 선배로서 이런 후배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나에 의해서 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저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극단에 들어갔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이것이 나에게 맞는가'라는 고민으로 1년 반 동안 과도기를 겪은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 때 누구도 저에게 다시 연극해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았어요. 그런 것도 자신이 선택하는 것 같아요. 하라고 해서, 인내해라, 지구력을 길러라 해서 길러지는 게 아니고 할 친구들은 다 한다고,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온다고 생각해요. '다시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또다시 문을 두드려 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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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 해를 품은 달 나와 봄날의 약속 엘렉트라 대한민국 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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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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