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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백합(百合)이라면 모두가 하얀 꽃이고 그래서 이름도 흴 백(白)을 넣어 백합(白合)이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백합의 종류도 많고 색깔도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아내가 붉은색, 분홍색, 노란색 백합을 맞이해온 다음이었으니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숙지원에서 가장 빨리 선을 보이는 백합은 흰색이다.

백합은 다년생 구근으로 번식하는 식물이며, 뿌리는 약용으로도 쓰인다. 하얀 백합은 이른 봄 서리 내릴 무렵 싹이 트고 봄이 되면 꽃대가 올라오는데 오래된 백합일수록 꽃대 하나에 여러 송이의 꽃봉오리가 맺힌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꽃은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피며 나팔 모양에 향기가 짙으나, 개화 시기가 일주일 정도로 짧은 것이 흠이다.
 
           여러 송이의 꽃을 보고 있으면 노래가 들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하얀백합 여러 송이의 꽃을 보고 있으면 노래가 들릴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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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의 꽃말은 순결, 변함없는 사랑 등이라고 하는데 적절한 해석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름다운 꽃은 시들어 보이지 않아도 흩어진 향기의 여운이 길고, 짙은 그리움으로 남는다고 하는데 나에게 백합은 그런 꽃 중의 하나다.

만나면 편한 사람이 있고 부담스러운 사람이 있듯이,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꽃도 있고, 오래 보고 싶지 않은 꽃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백합은 신비스러운 느낌보다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고 곁에 있으면 아우성이 들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꽃이다.

키 작은 꽃대에 여러 개의 꽃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강인한 생명력과 애착을 담은 기다림의 열망을 보여주는 꽃이다. 모든 사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는 불가의 가르침대로라면 백합은 헛된 집착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병을 낫는 길임을 알려주는 약사여래라는 생각도 든다.

하얀 백합에 비해 조금 늦게 피는 꽃이다. 
하얀 백홥과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 겸손함이 덜하게 보인다. 
사진은 작년의 모습이다.
▲ 분홍백합 하얀 백합에 비해 조금 늦게 피는 꽃이다. 하얀 백홥과 달리 꽃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 겸손함이 덜하게 보인다. 사진은 작년의 모습이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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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 백합에 비해 정감이 덜가는 까닭은 백합은 희다는 오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사진 역시 작년에 잡아둔 모습이다.
▲ 노란 백합 하연 백합에 비해 정감이 덜가는 까닭은 백합은 희다는 오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사진 역시 작년에 잡아둔 모습이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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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이 덜가는 꽃이지만 희소성 때문에 두고 본다.
이 사진도 작년에 찍은 것이다.
▲ 붉은 백합 호감이 덜가는 꽃이지만 희소성 때문에 두고 본다. 이 사진도 작년에 찍은 것이다.
ⓒ 홍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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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도 감정이 있고 넋이 있다는데 아직도 나는 그런 점까지 볼 수 있는 혜안도 없고, 꽃들과 소통할 능력은 없다. 그저 꽃을 보며 느낀 의미를 나름 해석하여 기쁨과 평화와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좌절과 불안에서 벗어나는데 힘을 얻으며 살아있는 내 존재를 확인한다.

환자들의 심리나 정신적인 불안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음악치료나 웃음치료 미술치료 그리고 원예치료 등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치료법이 환자들의 취향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별히 원예치료라는 말을 붙이기는 어렵겠지만 나의 경우 일상에서 보이는 나무와 꽃이 심신의 건강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계절에 따라 왔다가 지는 꽃들을 보면 내가 숨 쉬고 있는 살아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고, 필연적으로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게 된다.

병원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고 했지만 스스로도 체력이 좋아졌음을 느낀다. 음식 조심하고 열심히 운동하며 텃밭 농사를 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 꽃들과 더불어 보낼 수 있는 환경 덕분이라는 생각도 크다. 목마른 꽃을 찾아 물을 주는 행위는 자비가 아니라 스스로 성찰하고 마음을 비우는 수행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합, #자연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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