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승부였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서로 1골씩 주고받으며 치열한 승부를 펼친 크로아티아와 덴마크는 정규시간 90분을 넘어 연장전, 그리고 승부차기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치열한 승부 끝에 웃은 팀은 크로아티아였다. 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 끝에 덴마크를 3-2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크로아티아는 러시아와의 8강전 결과에 따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4강 진출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마리오 만주키치, 승부차기를 마무리 지은 건 이반 라키티치였다. 하지만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다니엘 수바시치 골키퍼였다.

사실 수바시치 골키퍼는 크로아티아가 패했을 경우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실축한 루카 모드리치와 함께 패배의 큰 지분을 차지할 뻔했다. 전반 1분 만에 실점을 허용했는데 수바시치 골키퍼의 실책이 비롯된 실점이었다. 오른쪽에서 크누드센이 길게 던져준 스로인으로 인해 양팀 선수간의 혼전 상황이 발생했는데, 이 와중에 마티아스 예르겐센이 득점을 터뜨렸다. 그런데 수바시치 골키퍼의 시야가 가린 것도 한몫을 했지만 골키퍼의 캐칭 미스가 발생하면서 그대로 실점을 허용했다.

다행히 3분 만에 만주키치가 동점골을 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크로아티아는 이른시간에 팀을 다시 정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메이저대회에서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에서 순항하다가 토너먼트만 진출하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탈락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덴마크와의 경기도 그때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바시치 골키퍼의 선방 빛난 크로아티아, 키커들이 노련하게 마무리

그동안 메이저대회 토너먼트에서 크로아티아가 보여준 모습은 조별리그에서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이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식이었다. 힘겨운 승부를 펼치다가 승부차기에서 패하거나 상대의 카운터 어택에 당하며 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날 경기도 상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서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모드리치의 페널티킥 실축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까지 승부를 펼쳐야 했는데, 크로아티아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베테랑인 모드리치의 실축 이후 맞이한 승부차기라 덴마크보단 심리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덴마크의 캐스퍼 슈마이켈 골키퍼는 승부차기에서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승부차기는 덴마크에 유리해 보였다.

이때 수바시치 골키퍼의 활약이 빛났다. 덴마크의 첫번째 키커는 에이스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나섰는데 기선제압을 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에릭센이 골대 왼쪽으로 슈팅한 볼은 수바시치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무위에 그쳤다.

수바시치 골키퍼의 승부차기 활약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승부차기 스코어 2-2로 맞선 상황에선 덴마크의 4번째 키커 라스 쇠네의 페널티킥도 막아냈다. 이어 5번째 키커인 니콜라이 요르겐센의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무려 3번의 선방쇼를 선보였다.

이런 가운데 크로아티아의 3번째 키커였던 모드리치는 골대 가운데로 꽂아넣는 강심장 본능을 발휘했는데, 페널티킥시 좌측과 우측으로 몸을 날려 세이브를 시도했던 슈마이켈 골키퍼의 움직임을 읽어낸 노련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키커로는 또 다른 베테랑인 라키티치가 나서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전설의 아들' 캐스퍼 슈마이켈, 아버지 뛰어넘는 활약 펼쳤다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한 덴마크는 막강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다크호스로 평가받았지만 본선 내내 공격의 위력은 덜했고 에릭센이 봉쇄되면 다른 공격루트를 찾는 데 애를 먹는 단점이 부각됐다. 그러면서 본선에서 나름 단단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아쉬움을 남겼다.

 2018년 7월 2일 오전 3시(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 경기. 덴마크의 골키퍼 캐스퍼 슈마이켈이 승부차기에서 공을 막아내고 있다.

2018년 7월 2일 오전 3시(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 경기. 덴마크의 골키퍼 캐스퍼 슈마이켈이 승부차기에서 공을 막아내고 있다. ⓒ AP/연합뉴스


그렇지만 캐스퍼 슈마이켈 골키퍼의 활약은 칭찬받을 만하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5번의 유효슈팅 중 14개를 선방했고 필드골로 내준 실점은 '0'이었다(1실점은 호주전 페널티킥 실점). 그리고 맞이한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 골키퍼 캐스퍼 슈마이켈은 아버지이자 덴마크의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치렀다.

슈마이켈이 연장 후반 10분 승부의 추가 기울 수 있는 상황에서 크로아티아가 모드리치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서도 크로아티아의 밀란 바데, 조십 피바리치의 킥을 막아내면서 수바시치와 함께 치열한 페널티킥 선방쇼를 펼쳤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동료들의 활약에 아쉬움이 남겼다. 캐스퍼 슈마이켈은 경기 MVP에 선정됐음에도 팀 승리를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슈마이켈은 선방 퍼포먼스로 '아버지를 능가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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