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토크 콘서트' 12번째 손님으로 초대된 김기천 배우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처음 본 후 매력을 느껴 ‘극단 아리랑’에 입단했는데, 그는 “그때는 극단들이 공연을 할려면 유일한 홍보수단이 포스터를 붙이는 거였어요. 포스터를 누가 얼마나 붙이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이 그걸 보고 찾아오니까, 포스터 붙일 인력이 필요해 저를 단원으로 받아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토크 콘서트' 12번째 손님으로 초대된 김기천 배우는 대학로에서 연극을 처음 본 후 매력을 느껴 ‘극단 아리랑’에 입단했는데, 그는 “그때는 극단들이 공연을 할려면 유일한 홍보수단이 포스터를 붙이는 거였어요. 포스터를 누가 얼마나 붙이느냐에 따라서 관객들이 그걸 보고 찾아오니까, 포스터 붙일 인력이 필요해 저를 단원으로 받아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조우성


대전에서 개최되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 릴레이 토크 콘서트'의 12번째 손님으로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과 관객수 1천만 명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 등에서 개성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기천씨가 초대되었다. 

그는 호적에 1960년생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957년 충청도 청양에서 2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처음 본 후 33살에 "배우들이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들 같아 보여서" 대학로 단원모집 광고를 보고 '극단 아리랑'에 들어갔다. 늦은 나이에 연극을 처음 시작한 그는 당시 극단의 연출가였던 김명곤씨로부터 연극에 대한 가르침을 많이 받아  "김명곤씨를 자신의 인생 스승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곤 선배가 저보다 5살 정도 많은데, 제가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가르침을 주었어요. 내 인생의 스승은 누굴까 생각을 하면 제일 첫 번째가 김명곤 선배입니다. 그는 어려운 말로 이야기 하면 제가 못 알아 들을까봐 연습 때 슬쩍 제 앞에서 연기를 보여줘요. 그러면 힌트가 확 오고 그랬죠."

 그는 여동생인 김명숙씨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 청양군 도의원(더불어민주당)에 당선이 되었다며 기뻐하였다. 김명숙씨는 ‘청양신문사’에서 15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였고, 2선 군의원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은 성격이 좀 게으르고 대충대충 사는 스타일”인데 “여동생은 똑 뿌러지는 성격”이라고 여동생을 칭찬했다.

그는 여동생인 김명숙씨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 청양군 도의원(더불어민주당)에 당선이 되었다며 기뻐하였다. 김명숙씨는 ‘청양신문사’에서 15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였고, 2선 군의원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은 성격이 좀 게으르고 대충대충 사는 스타일”인데 “여동생은 똑 뿌러지는 성격”이라고 여동생을 칭찬했다. ⓒ 조우성


그가 무대에서 나름대로 혼신을 다해서, 진지하게 연기 할수록 사람들이 웃곤 했다. 그는 실력에서, 외모에서 주눅이 들어 힘들고 속상했다.

"'내가 오늘 여기 이 공연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를 위해 모든 것이 다 존재하는구나. 모든 조명, 관객, 모든 게 나를 위한 것이다' 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무대에 서니 조금 만만해지더라고요. '나는 이만큼 밖에 안 된다'고, 내가 나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을 했어요. '욕 하려면 욕 하세요. 배 째세요'라고 마음을 딱 놓고 무대에 서니 경직 됐던 게 너무 자유롭고 편해지는 거예요.

사람들이 보통 부족한 부분이나 부끄러운 부분을 보여주기 싫어서 숨기잖아요. 그걸 인정하는 순간에 세상살이가 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연기 할 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고,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보태고 꾸며서 보여주면 대중들이 처음에는 그걸 좋아하고, 멋있다고 박수를 쳐주어도 울림, 감동을 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넋두리 연기 하자, 관객이 "힘내라"며 1만 원 주기도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찾고 있는 모습 그는 가요 '애수의 소야곡'을 정감있고 구수하게 불러 방청객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그는 연극과 연기의 맛을 알게 해 준 작품으로 ‘밥 꽃 수레’를 꼽았다. 연극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에서 그는 일인 다역을 맡아 연기를 했었는데, 대학로 배우들이 자신에게 ‘연기 좀 하네, 괜찮았어’ 라고 처음으로 칭찬을 해주었다고 한다.

▲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찾고 있는 모습 그는 가요 '애수의 소야곡'을 정감있고 구수하게 불러 방청객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그는 연극과 연기의 맛을 알게 해 준 작품으로 ‘밥 꽃 수레’를 꼽았다. 연극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에서 그는 일인 다역을 맡아 연기를 했었는데, 대학로 배우들이 자신에게 ‘연기 좀 하네, 괜찮았어’ 라고 처음으로 칭찬을 해주었다고 한다. ⓒ 조우성


그가 IMF 시절, 부산에서 마당극 '아빠의 청춘'을 공연할 적에 있었던 일이다.

"술 취한 노숙자가 술병을 들고 연극판에 끼어드는 설정이었어요. 내 차례가 되서 등장을 해야 하는데, 행사를 맡고 있던 스태프들이 저를 보고는 진짜 노숙자인 줄 알고 뒤에서 제 허리를 딱 잡더니 번쩍 들어서 밖으로 끄집어 내버리는 거예요." 

성남 모란장에서 공연을 했을 때는 어떤 아주머니가 "불쌍하다"며 1만 원 짜리 지폐를 쥐어 주기도 했다.

"성남 모란장 장날에 공연을 했어요. 앞에 나와서 인생 넋두리 신을 연기하고 있는데, 앞에서 공연을 보던 어떤 아주머니가 나와서 '아저씨, 여기서 이러면 안 되요'라며 만 원짜리를 하나 쥐어 주면서 '힘내라'고 그러기도 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 연기는 참 잘 했어요. 하하."

그는 세를 얻어 살고 있는 전남 곡성 집에서 "검은콩을 조카에게 25알 얻어서 조그마한 텃밭에 심고 왔다"면서 "연극이 농업현실이랑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이 1차 산업, 농업과 비슷해진 것 같아요. 우리나라 농촌 현실이 예전에 비해서 인정을, 대접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처럼 연극도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농사도 보면 기업농 같은 곳에서는 화학비료, 농약 등을 사용해서 예전에 비해 생산량도 많아지고, 과일 빛도 좋아졌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우리 몸에 도움을 주는 좋은 농작물인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되잖아요.

친환경, 유기농처럼 정성을 들여서 하는 연극들은 대접을 못 받고 자본, 돈을 많이 들여서 화려하게 하는 연극들은 잘 되고 있잖아요. 그렇다고 자본이 최고의 권력이 된 이 세상에서 유기농, 친환경만 고집하자고 할 수도 없고, 상업주의로 하자고 그럴 수도 없고. 대책을 말하라고 하면 나도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풀어야 하는 숙제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 잘못 찍으면 "영원히 남겠구나"

액자사진에 사인 하는 장면을 사진에 담고 있다 그는 “제가 연극을 시작했던 90년대는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말과 몸짓을 꾸며서 멋있게 해야 인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차츰 대중들이 꾸며서 하는 연기보다는 친근감 있고 자연스런 연기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데요. 저같은 사람도 운 좋게 배우소리 들으면서 살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 액자사진에 사인 하는 장면을 사진에 담고 있다 그는 “제가 연극을 시작했던 90년대는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말과 몸짓을 꾸며서 멋있게 해야 인정을 받았어요. 그런데 차츰 대중들이 꾸며서 하는 연기보다는 친근감 있고 자연스런 연기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데요. 저같은 사람도 운 좋게 배우소리 들으면서 살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 조우성


토크 콘서트가 끝난 후 김기천 배우가 묵을 숙소 근처의 찻집에서 40여 분간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가졌던 '외로움'에 대한 생각과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진솔하게 이야기 하였다. 다음은 그와 나누었던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두 번째 영화 <우연한 여행>에 출연해 시골 경찰관 역을 하면서 영화연기에 임하는 자신의 심경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연극에서는 배우가 주인공인데, 영화 단역배우는 무슨 무대의 세트나 소품정도로 취급 받는 게 좀 그렇더라고요. 영화는 할 게 못 되는구나, 돈이나 받고 말지 그랬어요. 그냥 대충 촬영하고 왔는데, 누가 '영화는 필름으로 한 번 찍히면 영구보존이라 영원히 남는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정신이 번쩍 든 거예요. 그 때부터 '아, 연기를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되겠구나', '창피한 게 영원히 남겠구나' 싶어 최선을 다했죠."

그는 "영화로는 천만 영화에도 나와도 사람들이 자신을 배우로 인정 해 주지 않았다"며 "드라마 <직장의 신> 한 편, 주인공도 아니고 조연으로 출연을 한 뒤로 사람들이 배우대접을 해줬다"고 말했다.  

"영화만 했을 때는 마트에 갈 때 아무렇게나 하고 갔어도 아무런 신경이 안 쓰였는데, <직장의 신>이 끝나고 마트에 가면 뒤에서 소곤소곤 거리고, <직장의 신> 아저씨라고 말하고 그랬어요. 외모나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다녔는데, 마트에 간 이후 '여보, 나 모자 하나 사서 써야겠는데'라고 말했어요. 연예인이 된 것 같고 그러더라고요. 드라마 <직장의 신>에 나가고 '아, 인생이 달라졌구나' 실감했죠."

자신과 배우 '우현'은 "사라져 가는 같은 종족"

배우 '우현'과는 서로 아는 사이다. 그는 "주변에서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종족이 같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 환경신문에 나온 기사에서 서남아시아의 사라져가는 종족이라고 사진이 나왔던데, 저나 우현이 외모나 체형이 그것과 똑같더라고요. 더운 것은 잘 견디는데, 추위는 견딜 수가 없고. 저는 추운 겨울에 촬영 걸리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거든요. 우현이랑 저는 확실히 남방계열의 피를 물려받은 것 같은데, 우현이는 저보다 조금 강렬한 인상인 것 같고, 저는 조금 부드럽고 친근감 있는 그런 인상인 것 같아요."

그는 어려서부터 부끄러움과 외로움이 많았다. 그는 '외로움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은 왜 저렇게 사랑을 하려고 저럴까. 외로움울 이겨내기 위해 사랑을 하고, 공부를 하고, 돈을 벌고, 나같이 배우를 하고 그러는 것은 아닐까. 사랑도 알고 보면 외로움이 아닐까 라는. '외로움이 세상을 지탱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생각하는 배우란 무엇일까

방청객들과 함께 사진찍는 모습 그는 “연기자는 몸과 마음을 이용해서 내가 살아보지 않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현해서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시골에서 잔치판이 벌어지면 어른들이 풍물을 치는데, 하루 종일 쳐도 그 소리가 질리지가 않는다”며 자신도 “오래 남고, 울림이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방청객들과 함께 사진찍는 모습 그는 “연기자는 몸과 마음을 이용해서 내가 살아보지 않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현해서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시골에서 잔치판이 벌어지면 어른들이 풍물을 치는데, 하루 종일 쳐도 그 소리가 질리지가 않는다”며 자신도 “오래 남고, 울림이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조우성


"배우는 나의 몸과 마음을 이용해서, 표현을 통해서, 내가 살아보지 않은 다른 사람의 어떤 인생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야 하잖아요. 그 감동이라는 게 뭐지? 하고 생각해보니까, 다른 게 아니고 마음을 움직인다는 그런 뜻이죠. 내가 겪어 보지 않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잘 표현하는 사람이 배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연기자의 꿈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그는 "자신을 보고 희망을 가져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연극이나 배우의 꿈을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실력이나 능력이 없다고 자책하지 말고 저를 보고 희망을 가져도 됩니다. 이렇게 이상하게 생긴 아저씨도 요즘 세상이 좋아져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살고 있으니까, 저를 보시고 희망을 갖고 하시면 좋은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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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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