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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03년 이후 현재까지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다. 이뿐 아니라 노인빈곤율과 산재사망률 1위,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용과 출산율은 최하위권이다. OECD 회원국 중 8위 경제 대국이지만 국민의 절망과 불안은 날로 커져만 간다.

2013년 유엔에서 발행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156개국 가운데 덴마크는 행복지수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41위였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한국 사회를 향해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돌연 덴마크로 떠났다. 행복 사회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였다. 오 대표는 덴마크에서 발견한 '행복 사회로 가는 비결'을 지난 4월 6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소개했다.

쉬러 간 곳에서 다시 펜을 든 이유

최근에 낸 책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의 내용을 소개하는 오연호 대표.
 최근에 낸 책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의 내용을 소개하는 오연호 대표.
ⓒ 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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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로 2000년 2월 22일 창간한 <오마이뉴스>는 현재 110여 상근직원과 8만여 시민기자로 운영된다. 수많은 시민기자 덕분에 여러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금요일에 체육대회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여러 나라가 있는데 왜 하필 덴마크였을까요? 덴마크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하니깐 도대체 이 나라는 왜 그럴까, 궁금했죠. 5년 전 덴마크로 떠날 때 제가 좀 지쳐있었어요. 내가 <오마이뉴스>를 제대로 만들고 있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죠. 덴마크에 도착해서 처음엔 기사 한 줄 쓰지 않았어요. 이건 기자 오연호 인생에서 정말 큰 변화라 할 수 있죠."

무엇이 그의 마음을 바꿔 펜을 다시 들게 했을까? 그는 "덴마크 사회를 관찰하며 느낀 것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쉬웠다"고 말했다. 일주일 만에 다시 기사를 작성해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강연을 시작했다.

"저는 최근 5년 동안 기사를 쓰는 것보다 강연을 더 많이 다녔어요. 우선 덴마크에서 보고, 느끼고, 겪었던 점을 책으로 내고, 강연에서는 덴마크에서 깨달은 바를 공유했죠. '뉴미디어'의 선봉에 있던 제가 '올드미디어'인 강연을 다닌 이유는 사람과 이렇게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에요."

보수의 심장에서 '행복'을 외칠 때

오마이뉴스가 진보 매체로서 확장성이 제한적이었다면, 강연은 그 외연을 넓히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경상도 지역도 종횡무진 누비며 "이렇게 대한민국 행복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지 몰랐다"는 칭찬도 들었다.

오 대표의 강연을 집중해서 듣는 학생들.
 오 대표의 강연을 집중해서 듣는 학생들.
ⓒ 장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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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경상남도 교장 선생님들 1000여 명을 두고 강연을 하는데 어떤 분이 손을 들고 질문하는 거예요. 제 강연을 들으면서 크게 반성을 했대요. <오마이뉴스>는 진보 매체니깐 <오마이뉴스> 대표 머리에도 뿔이 난 줄 알았다는 거예요."

오 대표는 "강연이 아닌 뉴스매체로 독자와 만났다면 정치 성향과 계층을 뛰어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 "경상북도청과 대구교육청, 재벌 2세, 성적 1% 안에 드는 과학고 학생을 만나는 등 매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를 웃기고 울린 823번의 만남

오 대표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덴마크를 방문한 이야기를 담은 책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4년 전 펴냈다. 이후 덴마크처럼 우리도 '행복 사회'를 만들어 보자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그 과정에서 약 10만의 청중을 만나고 823번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 때마다 청중들에게 "여러분 행복하세요"라고 묻지만 "아니요"라고 가장 크게 대답하는 세대가 10대라고 했다.

"이 책을 내고 중고등학생을 가장 많이 만났어요. 부산의 한 여고생이 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어요. '덴마크 학생은 야생마 같다. 그러나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다. 우리 학교 급식에 나오는 고기는 다 1등급인데 우린 왜 이렇게 3등급 이하가 많을까?' 그 학생이 글을 읽다가 눈물을 쏟았어요."

오 대표가 강연에서 만난 10만 명 청중 가운데 절반은 중고등학생이었다.
 오 대표가 강연에서 만난 10만 명 청중 가운데 절반은 중고등학생이었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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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10%만 승자가 되는 사회다. 오 대표는 "덴마크 사회는 대한민국 헌법 10조가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였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10% 안에 들지 못해도 90%에 속해있어도 덴마크 사람들은 당당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다. 중학교 교육이 끝나면 자기 인생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우는 인생학교에 간다. 오 대표는 "한국과 달리 덴마크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모두가 대학을 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대학교 진학률이 30%에 그치는 사회다.

"덴마크는 교육비와 진료비가 평생 무료고,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개인 주치의가 배정됩니다. 성인이 되면 우리 돈으로 약 120만 원을 나라에서 지원받아 집에서부터 독립할 준비를 하고, 실직해도 2년까지 정부에서 예전 급여 수준으로 실업수당을 지원해주죠.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행복사회를 위한 길은 교육부터

"우리도 어떻게 하면 덴마크처럼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결국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덴마크의 인생 설계 학교인 '에프터스콜레'를 한국에 한 번 만들어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죠. 그런데 다들 만들자고 말만 하는 거예요. 결국 제가 나섰어요."

에프터스콜레는 덴마크 학생들이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1년간 스스로 인생을 설계해보는 기숙학교다. 덴마크 학생 중 약 30%가 에프터스콜레 과정을 거치는데, 덴마크 전역에 대략 250개가 있다.

오 대표는 2016년 '사단법인 꿈틀리'를 설립하고, 강화도에 한국형 에프터스콜레인 '꿈틀리 인생학교'의 문을 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거나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아이들이 대상이다. 정원은 단 30명. 학생들은 직접 농사도 짓고 요리도 하고 철학도 배운다. 더불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미래 계획을 스스로 세워나간다. 장차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꾼이 되게 한다'는 것이 학교 목표다. 오 대표는 꿈틀리 인생학교에서 학교 이사장으로서 8명 선생님의 월급을 책임지고 있으며,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을 담당하는 국어 선생님 구실도 한다.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 총회에서 ‘꿈틀리 인생학교’ 사례 소개를 마친 뒤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오 대표.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 총회에서 ‘꿈틀리 인생학교’ 사례 소개를 마친 뒤 기립박수를 받고 있는 오 대표.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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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스콜레는 우리의 삶에서 '괜찮아요'를 누려 보자는 겁니다. 쉬었다 가도 괜찮고, 다른 길로 가도 괜찮고, 지금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죠."

오 대표는 지난 3월 3일 꿈틀리 학교 덕분에 15번째로 덴마크를 방문하게 됐다.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연합 초청으로 1300여 덴마크 선생님들 앞에서 꿈틀리 인생학교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그는 "발표를 마치자 선생님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시 또 덴마크로, '혼자 아닌 함께'

오 대표는 자신의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7박9일 동안 덴마크 여행을 떠났다.
 오 대표는 자신의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7박9일 동안 덴마크 여행을 떠났다.
ⓒ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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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는 기사, 책, 강연, 학교 등을 통해 미디어의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7박 9일 동안 30명이 덴마크 사회를 돌아보는 여행 프로그램인 '꿈틀 비행학교'도 만들었다. 이미 몇 차례 자기 책을 읽은 독자들과 다녀왔으며, 올여름에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여행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를 추구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 여긴다.

"한 번 강연을 하면 보통 길어봤자 2시간이에요. 그런데 7박 9일 동안 자연스럽게 토론도 하고 의견도 주고받고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거죠. 그런 시간을 통해 '인생 친구'도 만나게 되는 겁니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메시지는 '우리도 덴마크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다. 참가자들은 여행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각자 답을 찾아간다. 그러나 막연히 덴마크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은 금물이다.

"제가 강연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우리가 덴마크처럼 되려면 몇 년이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이 질문이었어요. 근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에도 자살한 사람이 있고, 우울한 사람이 있고, 상처받는 사람도 있어요."

나와 내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회

오 대표는 지난 2월 꿈틀 박람회를 개최하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후속작인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신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제목이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지만 뜻은 '우리도 실천할 수 있을까'에 가깝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말로만 괜찮은 사회가 아니라 실제로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 이런 사회가 바로 행복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카퍼레이드를 합니다. 자기 반 아이들 집을 순회하며, 서로의 부모님께 '지난 3년 동안 이 친구 덕분에 우리가 행복했어요'라고 인사합니다. 내가 행복하려면 결국 우리가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거죠. 이런 철학은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나아갈 사회로 확장됩니다."

오 대표의 저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덴마크 사회가 저절로 복지 강국과 행복 사회가 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그들에게도 한때 온 국민이 무기력과 절망, 불신에 빠진 시절이 있었다. 다만 성공의 중심을 '나'에 두지 않고 '우리'에 두며 희망의 씨앗을 뿌려왔다. 그 결과 지금은 행복 사회가 돼 그 열매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후속작인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가 올봄 출판됐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후속작인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가 올봄 출판됐다.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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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처음 나왔을 때 어떤 사람들은 덴마크로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강연을 하면 할수록 우리 안의 덴마크를 만들자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제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 '나를 사랑하고 옆 사람을 사랑할 때 우리의 행복이 시작된다'는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오마이뉴스, #행복, #덴마크, #오연호 ,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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