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의 한일 합작 프로젝트 '프로듀스 48'의 센터로 선택된 AKB48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방송화면 캡쳐)

엠넷의 한일 합작 프로젝트 '프로듀스 48'의 센터로 선택된 AKB48 멤버 미야와키 사쿠라 (방송화면 캡쳐) ⓒ CJ E&M


아이오아이-워너원을 이을 세 번째 주인공들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엔 한국과 일본의 조합이다. 현재 방영 중인 Mnet <프로듀스48>(아래 <프듀48>)은 아키모토 야스시가 프로듀싱한 일본의 그룹 'AKB48'과 Mnet의 '프로듀스101' 시스템을 결합한 포맷이다. 우익과 롤리타 논란 속에서 양국 소녀 참가자들은 조금씩 자신의 팬덤을 구축해가며 한 회 한 회 나아가고 있다.

<프듀48>이 이전 프로듀스 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점은 '일본 연습생'이라는 설정에 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문화적 차이를 무시할 수 없는 일본의 아이돌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본의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어떤지, 문화적으로 어떤 점이 다른지 <프듀48>을 봐도 자세히 알 순 없었다. 그래서 직접 양국 시스템을 경험한 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서 2004년 걸그룹 레드삭스로 활동했고 2010~2012년 일본에서 그룹 SDN48 3기 멤버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정시연이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SDN48의 멤버로 활약했는데, 지난 2013년 <오마이뉴스>는 도쿄를 찾아 정시연의 하루를 취재하기도 했다(관련기사: 일본 걸그룹 'SDN48'의 유일한 한국인, 정시연을 아시나요?). SDN48은 2012년에 해체(졸업)했고 정시연은 이후 한국으로 와서 tvN <푸른거탑> 김하사 역, SBS <나만의 당신> 주희진 역 등을 맡으며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정시연이 활동한 SDN48은 2010년에 데뷔해 2012년 해체했지만 AKB48은 2006년 데뷔한 이래 기수를 더해가며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프듀48>에 출연 중인 AKB48 구성원들은 10년 넘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정시연은 AKB48이 이렇게 롱런할 수 있었던 성공 이유를 분석했다. 또, 일본과 한국의 아이돌 시스템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답했다(그가 일본에서 활동 한 게 6년 전이니 시간 흐름을 고려해서 읽어주길 바란다).

[한국] 완벽한 실력 추구 [일본] 귀여운 만화 캐릭터 부여

정시연 2010~2012년 일본에서 그룹 SDN48 3기 멤버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정시연.

▲ 정시연 2010~2012년 일본에서 그룹 SDN48 3기 멤버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정시연. ⓒ 정시연


"일본은 만화에 나올 법한 귀여운 아이들을 선호한다. 아이돌에게 캐릭터적인 걸 부여해서 애니메이션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모든 안무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귀여운 안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실력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보다 관대한 면이 있다."

실력적으로 완벽함을 보여주려는 우리나라 아이돌과 달리 일본은 '즐거움'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멤버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는 걸 지켜보며 그걸 응원한다. 정시연은 "AKB48이란 그룹의 원래 취지도 '가수로서 완벽한 걸 보여주겠다'가 아니라 '너희들과 늘 함께 할테니 우리 함께 즐겁게 놀자'다. 공연장에서 팬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활발히 소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는 완벽하진 않아도 국민들이 같이 키워나가는 게 있다"며 "그 아이들이 점점 성장할수록 앨범 판매량이나 팬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한국] 체계적 트레이닝 시스템 [일본] 선배에게 배우는 시스템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안무 선생님이 전담으로 있진 않다. 저는 SDN48 3기생이었는데 처음에는 안무 선생님에게 배웠지만 개인연습을 할 땐 1기분들이 촬영해놓은 동영상을 보고 안무를 배웠다. 1기가 2기에게, 2기가 3기에게 가르쳐주며 내려오는 시스템이다. 화면을 통해 보는 안무는 방향이 모두 반대라서 연습이 더 어려웠다."

정시연은 "우리나라가 확실히 트레이닝에선 앞서는 것 같다"며 한국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소속사가 한 명 한 명에게 메이크업과 의상을 다 지원해주고 차로 이동하게 해주는데 당시 일본은 그런 건 없었다. 알아서 이동해야 해서 저도 지하철로 다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얻는 장점도 있었다고 밝히며 "일본은 각자가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니까 아이돌 한 명 한 명에게 돈이 덜 들고 그래서 많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편이다. 주어지는 기회가 더 많았고 실패에 따르는 데미지도 적었다"고 설명했다.

트레이닝 시스템은 일본이 덜 체계적일지 몰라도 관리 시스템은 일본이 한 수 위인 듯했다. 정시연은 "콘서트하고 무대 뒤에 들어오면 숨 찰 것을 대비한 산소통이 있었다. 공연장은 물론이고 연습실에도 스포츠 트레이너들이 늘 따라다니며 다치는 걸 방지하고 마사지 등을 해준다"고 회상했다.

[한국] 어린 연령대의 문화 [일본] 중년층 팬 많아

정시연 2010~2012년 일본에서 그룹 SDN48 3기 멤버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정시연.

▲ 정시연 2010~2012년 일본에서 그룹 SDN48 3기 멤버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정시연. ⓒ 정시연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세계는 팬덤의 연령대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10~20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일본은 "어리고 젊은 팬층도 있지만 연령대 높은 분들도 되게 많다"고 정시연은 말했다. '아저씨 팬'의 원조가 일본인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일본은 '저 나이에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게 이상하다'는 시각이 없다. 공연을 하면 맨 앞에 아저씨팬들이 나와서 안무를 따라하고 스타를 위해 돈도 많이 쓴다. 제가 활동할 당시에 CD 한 장에 10초 악수권이 들어있었는데 CD를 수십 장을 사서 악수권을 모아 2분 30초 동안 손잡고 이야기한 팬이 기억난다."

정시연에게 팬덤의 충성도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팬덤 갈아타기'의 경향은 어떻게 다를까.

"제가 느끼기에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번 팬은 끝까지 간다는 점 같다. 한국에선 완벽하게 갖춰서 데뷔를 하는데 일본에선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데뷔를 하기 때문에 부족하지만 성장하는 모습을 많이 성원한다. 발전하는 모습이 그분들에게 감동이 되는 거다. 그래서인지 팬덤을 갈아타는 것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갈아타더라도 원래 좋아했던 가수를 그대로 두고 또 다른 가수를 좋아하지 버리고 가진 않는다. 한 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해주는 경향이 한국 팬에 비해 더 강한 것 같다." 

[한국] 1년에 한 번 콘서트 [일본] 원하면 갈 수 있는 상설공연

정시연 2010~2012년 일본에서 그룹 SDN48 3기 멤버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정시연.

▲ 정시연 2010~2012년 일본에서 그룹 SDN48 3기 멤버로 활동한 배우 겸 가수 정시연. ⓒ 정시연


AKB48은 초창기부터 도쿄의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AKB48 극장'에서 상설 공연을 펼쳤다. '원한다면 항상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 이들의 콘셉트다. 정시연이 활동한 SDN48 역시 이 극장에서 토요일마다 공연했는데 팀명도 여기서 따온 'Saturday Night'의 약자다. 정시연은 일본의 상설공연 시스템만큼은 우리나라가 배웠으면 하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무대 뒤에서 가려져 있는 시간이 굉장히 힘들다. 그렇게 외로운 상황에서 덜 힘들려면 팬들의 응원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완전히 준비한 다음 데뷔하는 시스템이라서 연습생들의 마음고생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아이돌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팬들이 그들의 뒤편 모습도 봐주시고 지속적으로 응원해주는 시스템을 우리나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시연은 그러한 시스템의 좋은 예가 일본의 '상설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SDN48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멤버가 있었는데 매일 공연할 수 있는 전용관이 있어서 그곳에서 공연하다보니까 그 멤버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매일 볼 수 있어서 팬심이 생길 기회가 더 많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는 콘서트를 1년에 한두 번 하고 그것도 톱 그룹이 되어야만 콘서트 기회가 있다. 그 외 활동은 방송이라는 한 가지 매체를 통해서만 비춰지니까 뒤에 가려진 것을 보여주기 힘들다"며 "일본은 전용관 상설공연, 소규모 공연 시스템이 있어서 뒤편의 모습을 보여주기 쉽다"고 말했다. 일본 아이돌의 가장 큰 특징으로 그는 '팬들과의 가까운 소통'을 꼽았다.

[한국] 혹독한 다이어트 [일본] 알아서 먹어

한국 아이돌의 혹독한 다이어트는 잘 알려진 바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일본은 정반대"라고 답했다.

"일본 활동 때 케이터링 제공이 정말 잘 됐는데 끼니 하나에 3000칼로리였고 매 끼 나왔다. 소속사로부터 다이어트하라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자기가 알아서 관리하고 안 먹으려면 안 먹으면 된다. 또, 일본은 성형하는 것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편이다. 다이어트나 성형 모두 안전의 문제니까 회사에서 강요하지는 않았다."

[공통점] 간절함, 악플, 세계무대의 꿈

끝으로 그에게 한국과 일본 아이돌의 공통점을 물었다. 일단 "한국에는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이 많고 정말 간절하게 도전한다. 일본도 그런가"라는 질문에 그는 "일본 역시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아시다시피 일본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우리나라보다 커서 워낙 많은 그룹이 양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악플에 대한 질문에도 "일본 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로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세계무대의 꿈에 대한 질문에도 같은 답이 돌아왔다. 일본도 아이돌 그룹을 만들 때 일본 멤버 몇 명, 태국 멤버 몇 명 이렇게 국적을 다양하게 구성해 세계 진출을 도모한다.

 < 프로듀스 101 > 시즌1의 젤리피쉬 3인방과 시즌 2 옹성우 등은 방영 첫회에서 빼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최종 11인 발탁에 성공했다.  과연 올해 초반 눈도장을 받은 권은비, 미야와키 사쿠라는 최종 12인에 포함될 수 있을까? (방송화면 캡쳐)

< 프로듀스 101 > 시즌1의 젤리피쉬 3인방과 시즌 2 옹성우 등은 방영 첫회에서 빼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최종 11인 발탁에 성공했다. 과연 올해 초반 눈도장을 받은 권은비, 미야와키 사쿠라는 최종 12인에 포함될 수 있을까? (방송화면 캡쳐)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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