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역습 가자!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18.6.24

▲ 기성용 역습 가자!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18.6.24 ⓒ 연합뉴스


기성용(뉴캐슬)의 명예로운 대표팀 은퇴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은 언제일까.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주장을 역임했던 기성용은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정확한 시기와 발표의 문제가 남아있을뿐 이미 기성용의 대표팀 은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성용은 허정무호 시절이던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의 친선경기에서 만 19살의 나이로 A매치에 데뷔한 이래 10년간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며 통산 104경기 출전 10골 15도움을 기록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사상 원정 16강,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으며 2014 브라질-2018 러시아 대회에 이르기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았다.

유럽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피지컬, 기성용의 존재감

유럽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 신체조건에 기술력까지 겸비한 대형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 이전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거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선수들이 그러했듯, 여러 명의 대표팀 감독들을 거치고 전술과 선수 구성이 변화하는 와중에서도 기성용의 팀내 입지나 한국 축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했다. 흔히 손흥민(토트넘)을 대표팀의 에이스라고 하지만, 지난 10년간 대표팀의 경기력을 실질적으로 좌우한 것은 기성용의 출전 유무와 컨디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기성용은 역대 월드컵 대표팀 주장들을 통틀어 가장 파란만장한 국가대표 커리어를 보낸 선수 한 명이기도 하다. 대표팀 초창기 시절에는 튀는 언행으로 인해 여러번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에 대한 여론이 한창 좋지 않을 때는 국가대표 퇴출 요구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선수로서 경력이 쌓이고 가정을 꾸리며 책임감의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기성용도 차츰 성숙해졌다. 이제는 명실상부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로 성장하여 어느덧 명예로운 국가대표 은퇴까지 앞두게 되었으니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한편으로 기성용은 한국 축구의 방향성에 많은 숙제와 고민거리를 남긴 선수다. 기성용의 탁월한 패스와 경기 운영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만큼 대표팀의 경기력이 기성용의 경기력에 지나치게 좌우되다보니 기성용이 부진하거나 혹은 부상 등으로 빠지기라도 하면 대표팀 전체가 덩달아 부진한 경우도 적지 않아 보였다.

기성용이 뛰어난 선수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탈압박 능력이나 대인방어, 스피드 등 강팀을 만났을 때의 단점 역시 뚜렷한 선수였다. 한국의 모든 공격이 기성용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간파한 아시아 팀들조차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기성용 봉쇄를 타깃으로 한 수비 전략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축구가 기존 네덜란드식 토탈사커에 기반한 '압박과 역습' 위주에서 스페인 축구의 영향을 받은 점유율 축구로 바뀌면서, 빌드 업과 플레이 메이커 역할에 특화된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대체불가한 선수가 됐다.

물론 역대 대표팀 감독들이 '기성용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의 비중이나 활용도가 기성용만큼 꾸준하지 못했다. 단순히 이들이 기성용보다 기량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잦은 감독교체 속에 새로운 대체자를 모색할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고 매 경기 항상 성적을 내야했던 대표팀 사정상 기성용이라는 안정적인 선택지를 포기하기 어려웠던 탓도 있다.

포스트 기성용,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기성용 역습 가자!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18.6.24

▲ 기성용 역습 가자!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2018.6.24 ⓒ 연합뉴스


2018년 여름 기성용의 대표팀 은퇴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한국축구에서 기성용 대안 찾기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기성용도 어느덧 30대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으며 올 여름 스완지를 떠나 뉴캐슬에 새로운 둥지를 틀면서 축구 인생의 2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부동의 주전이자 주장까지 역임하며 잔부상과 부담을 감수해야 했던 기성용으로서는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클럽 팀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기성용의 정확한 은퇴 시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변수는 후임 감독과 2019년 아시안컵이다. 축구대표팀은 아직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이끌어나갈 차기 감독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며 반 년 뒤에는 아시안컵이 다가온다. 한국 축구는 1960년 이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병역 문제가 걸려있는 손흥민이 8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경우 내년 1월 아시안컵 합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는 데다 기성용까지 빠지면 대표팀은 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2011년 나란히 대표팀을 동반 은퇴한 박지성과 이영표도 아시안컵을 마지막 A매치 무대로 선택한 바 있다. 내년 후임 감독으로서는 누가 오더라도 당장 기성용을 배제하고 새로운 전력을 구성하는 것은 어려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기성용으로서는 아시안컵 우승을 통해 개인의 태극마크 커리어에 유종의 미를 남기는 것은 대표팀에는 자신의 대체자를 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벌어줄 수 있다. 기성용도 대표팀에서 제의가 올 경우 은퇴 시기를 재고해볼수 있다며 유연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기회에 확실한 새판짜기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지난 월드컵 독일전에서 보듯 기성용이 유일하게 빠진 경기에서 오히려 빌드업과 점유율을 포기하고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전략으로 깜짝 승리를 거둔 장면은, 한국 축구가 '포스트 기성용' 시대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축구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기 위해서는 이제 기성용 중심의 팀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도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기성용 개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아시안컵 차출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다음 시즌부터 기성용은 뉴캐슬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다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시즌 중 아시안컵 차출은 유럽파 선수의 컨디션에 주는 부담이 크다. 2011년 아시안컵 차출 직전까지 맨유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박지성이 아시안컵을 다녀오고 나서는 컨디션이 크게 떨어지며 주전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부상 경력도 있는 데다 어느덧 대표팀 경력을 마무리 지으려는 선수에게 굳이 그런 희생까지 요구하기는 어렵다. 기성용이 출전한다고 아시안컵 우승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정확한 대표팀 은퇴 시점은 전적으로 기성용의 판단과 의지를 존중해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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