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갖는 배우 정우성

제 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갖는 배우 정우성 ⓒ 이선필


배우 정우성의 지난 25년을 돌아볼 기회다. 12일 개막한 제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아래 BIFAN)에서 배우 정우성 특별전을 마련한 가운데 그가 직접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전의 의미와 감회를 전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우성은 "지금 제가 특별전을 할 경력이 되는지,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는지 스스로 질문하게 됐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이번 특별전은) 지나온 정우성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스스로 축소시켜 생각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특별전을 통해 공개되는 정우성의 출연작은 총 12편. 그의 전체 필모그래피 중 약 절반에 해당한다. 작품 선정에 대해 정우성은 "처음에 영화제 쪽에서 제 의견을 물었는데 제가 작품들을 고를 수 없으니 알아서 선정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작품들 스스로의 운명대로 관객과 소통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 역시 행사의 호스트가 아니라 게스트처럼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간 정우성의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통할지 관객 분들의 소감이 궁금하다. 제가 주최 측 입장에서 특별전을 소개하기 보단 관객 분들에게 이 특별전이 어떤 시간일지를 함께 느끼고 싶다."

스타에서 아티스트, 그리고.. 

자신의 영화 소회 밝히는 정우성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특별전에 선정된 배우 정우성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자신의 영화 소회 밝히는 정우성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특별전에 선정된 배우 정우성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특별전의 부제는 '스타, 배우, 아티스트 정우성'이다. 세 수식어 모두 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비트>로 데뷔하면서 청춘의 상징이 된 그는 장르와 캐릭터를 달리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왔다. 박근혜 정부 땐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강경 발언을 이어왔고, 최근엔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며 누리꾼들의 지지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별전 상영 작품에 그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그날, 바다>가 들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날, 바다> 내레이션 참여는 처음에 회사를 통해 연락 왔는데 회사에선 부담스러워 했다. 그래서 직접 (그쪽과) 연락하는 게 빠르게 소통될 것 같았다"며 그는 해당 작품 출연 이유와 그간 사회적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를 밝혔다.

"단순했다. 어떤 가설을 설파하는 게 아니라 진실 규명을 위해 힘써보자는 내용이 전달됐기에 통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고 하시는데 (결국) 세월호와 연관돼 있지 않나 싶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다. 제 또래 세대들은 어린 친구들에 대한 감정적 부채가 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게 세월호가 제게 준 숙제였다.

자연스럽게 침묵하지 말고 행동하자. 지난 '독재정권'을 겪으면서 우린 침묵하게끔 길들여졌다. 정권에 반하는 얘길 하면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정치권과 이 사회에 바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국민으로서) 당연한 건데 그런 데 신경쓰지 말고 먹고 사는 데 집중하라는 분위기였다. 다들 스스로 자기검열하면서 조심해야 했던 시대였다. 지난 정권의 잘못은 국민들 각자가 행동함으로써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그 행동을 하는 한 사람이 되고자 한 것이다."


 제 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갖는 배우 정우성

제 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갖는 배우 정우성 ⓒ 이선필


이어 그는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의 위원 활동에 대해서도 밝혔다. 최근 위원들과 첫 회의를 한 정우성은 "지금도 배우고 있는데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교류를 위해 풀어야 할 정치적 문제들이 많아서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류 자체에만 목적으로 두거나 교류를 빨리 하기 위해 성급하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게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9월 평양에서 영화 축제가 있는데, 10월 부산영화제에 북측 관계자를 초청하면 어떨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정치,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서 빨리 진행될 것 같진 않다. 다음 정상회담에 영화 분야도 포함된다면 순탄하게 일을 시작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정우성으로 

여러 사회적 발언과 공적인 일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의 본분은 배우다. 이번 BIFAN에서 소개될 작품을 통해 정우성이 걸어온 길을 천천히 재확인해도 좋을 것이다. "언뜻 제 작품을 보면 뜬금없어 보이고 일관성 없어 보이는데 배우로서 연결점은 늘 하나, 도전이었다"며 그는 "전작의 성공이나 실패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롭게 도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영화 소회 밝히는 정우성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특별전에 선정된 배우 정우성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자신의 영화 소회 밝히는 정우성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특별전에 선정된 배우 정우성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람을 평가할 때) 어떤 전환점, 혹은 10년 주기 등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제겐 작품 마다 전환점이었다. 어떤 하나의 작품이 정우성을 바꿔놨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굳이 예를 들자면) <비트>는 말 그대로 저와 뗄 수 없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큰 선물인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그때의 김성수 감독님과 40대에 다시 만나 <아수라>를 했다. 시간의 공백을 단숨에 깨는, 마치 <비트>를 다시 작업하는 듯 한 열정을 느꼈다. 스스로 작품에 임할 때 관념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는데 <아수라>를 하면서 혹시 안주하고 있던 건 아닐까 자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 남는다." 


 제 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갖는 배우 정우성

제 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갖는 배우 정우성 ⓒ 이선필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최용배 BIFAN 집행위원장은 특별전을 소개하며 '전반전을 끝낸 정우성'이라고 표현했다. 정우성이 이를 받아 말을 이었다.

"도전은 곧 방황이잖나. 안주하지 않는 사람은 그래서 방황 속에 있다. 제 전반기가 일종의 거칠게 치고 나가는 방황이었다면 지금의 전 그 방황을 즐길 줄 알고 그 안에서 막연한 무언가를 잡으려 하는 상태 같다.

제 과거를 돌아보면 물론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후회는 안 하는 성격이지만 그런 아쉬움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 전반전은 후반전의 비전을 보여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분들에게 얼마나 특별하게 다가갈지 모르겠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정우성의 지나간 시간을 나누셨으면 좋겠다."

정우성 특별전에서는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똥개>를 비롯해 <아수라> <강철비> <그날, 바다> 등 총 12편이 상영된다. 이와 별개로 정우성 영상과 사진 전시에선 그의 전작 26편의 흔적이 공개될 예정이다.

답변하는 정우성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특별전에 선정된 배우 정우성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답변하는 정우성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특별전에 선정된 배우 정우성이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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