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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로 살아가는 사람, 특히 여성과 소수자는 때로 혼자 사는 삶이 너무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좁은 원룸에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면 답답하고, 임대주택 청약 조건마다 '신혼부부'가 우대 조건으로 걸려 있는 것을 볼 때 절망합니다. 왜 주거정책은 모든 사람을 4인 정상가족의 (예비) 일원으로 취급할까요? 현재 주거정책의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평등하고 안전한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위한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청년들의 시각에서 알아봅니다 -기자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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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주택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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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 어플리케이션을 살피다보면 화장실과 주방이 같이 있는 집, 길쭉하게 생긴 방 등 기이한 모습의 알 수 없는 주거지들이 보인다. 월 수입의 일정 금액을 월세 임차료로 부담하는 이들의 가장 큰 바람은 목돈을 마련해 전셋집으로 이사 가는 일이거나 임대료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한 이름만 들어도 행복한 '행복주택'(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일일 것이다.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것은 행운의 로또당첨과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마치 로또같은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30대 청년 여성들의 '임대주택 신청경험'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살펴보자. 인터뷰는 7월 초에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인터뷰 응답자  

A : 장애여성, 30대 중반, 미혼, 결혼한 형제의 집에 거주.
B : 비혼여성, 30대 초반, 2인가구, 동성파트너와 월세거주.
C : 이혼여성, 30대 후반, 2인가구, 아들과 부모명의 집에서 무료임차 거주.
D : 비혼여성, 30대 초반, 1인가구, 월세거주.


- 임대주택은 언제 , 어느 지역에 신청해보셨나요? 결과는 어땠습니까?
A : "2014년 인천지역 LH공사의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했어요. 떨어졌어요."
B : "2018년 4월에 서울지역 SH공사의 청년 행복주택을 신청어요. 탈락해서 이번 달에  LH공사에서 서울지역에 또 공고가 나와서 행복주택을 다시 신청해놓은 상태예요."
C : "작년에 경기도 안양에 LH국민임대주택을 신청했어요. 입주예비자를 40명 뽑는 거였는데 떨어졌어요."
D : "늘 이런저런 제도 공고가 올라오나 살펴보고는 있는데 어차피 1인가구라 잘 안 될 것 같아서 신청도 못하고 있어요. 제가 유리한 청년행복주택 같은 건 회사랑 너무 먼 외곽에만 공고가 나와서 신청하기가 꺼려지더라고요."   

- 청약신청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A : "홈페이지 접속해서 모집공고를 살펴보면서 신청했어요. 복잡하긴 하지만 공고문을 잘 보면 필요한 정보들이 나와 있어서 그럭저럭 할 만했어요."
B : "홈페이지 모집공고를 잘 보고 따라가다 보면 신청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요. 다만,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 소모가 되다보니 좀 번거롭긴 하죠."
C : "빽빽한 글씨가 많이 적혀있는 청약 공고문을 보다보면 머리가 아파요.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는 서류도 내야하고, 소득 재산 기준에 해당되는지 이것저것 보다보면 제가 서류를 제대로 챙겨서 낸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서류를 조금 더 유리하게 제출하지 못해서 떨어진 것 같기도 해요."   

4명의 인터뷰이는 30대로 임대주택 모집공고를 살피고 청약신청하는 인터넷 활용 능력과 정보 접근성은 좋은 편이었다. 인터뷰이 장애여성 A, 비혼여성 B, 이혼여성 C는 시간을 내 복잡한 서류를 갖춰 임대주택 청약신청을 했으나 결국 낙첨됐다. 반면 비혼여성 D의 경우는 홈페이지를 통해 임대주택 공고를 살피고 있으나 유리한 곳이 없거나 도시 외곽에 편중된 임대주택의 입지적인 이유로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 낙첨(떨어진)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제가 독립해서 혼자 살려다 보니까 가구원수도 적고, 중증장애인도 아니고, 돈도 버니까 수급자도 아니라서 떨어진 것 같아요."
B : "행복주택 공급량 자체가 적어서 그런 것 같아요. 청년,신혼부부, 고령자가 다 전형 자체가 달라요. 제가 신청한 행복주택 경쟁률이 청년 122:1, 신혼부부 2.8:1, 고령자 14.1:1 이래요. 말도 안 되죠. 저는 사랑하는 애인이랑 같이 사는데 저희는 신혼부부가 아닌가요?"
C :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 인 것 같아요. 아버지는 본인 명의 집이 있고, 어머니는 없는데 엄마라도 저희 주소지에 넣고 신청을 해야 했는데 너무 정직하게 저랑 아들만 신청했어요." 

- '임대주택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서 자유롭게 말씀해주시겠어요?
A : "주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방으로 내려가면 아무래도 주택물량이 많아서 더 유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그게 뭐 쉽나요? 일단 제 삶의 터전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곳에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B : "제가 애인과 같이 살면서 만약에 청년행복주택에 당첨되더라도 저만 입주하도록 되어 있어요. 임대 신청한 청년 당사자가 저니까요. 그러면 제 애인은 제가 임대한 주택을 불법으로 재임대한 상황이에요. 이런 문제는 저희 같은 동성커플을 '부부'로 또는 '정상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C : "일단 가구원수에 따라서 유리하게 입주할 수 있는 조건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돈을 애매하게 버니까 '저소득 한부모가족'으로 인정도 못받아요. 가족수가 많아야지만 임대주택에 입주한다는 발상 자체가 좀 별로예요.이건 뭐 제가 다시 재혼해서 아이라도 더 낳아와야 임대주택에 입주한다는 건지..."
D : "저는 앞으로도 결혼이나 임신, 출산 뭐 이런 과정에 관심도 없고 계획도 전혀 없어요. 앞으로도 저는 계속 혼자 살겠죠. 제 주위에는  비혼하겠다, 비출산하겠다.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정부가 노골적으로 결혼해서 애낳는 사람만 주거지원 해주겠다는 게  눈에 보이니까 제가 배제되고 있고 차별 받고 있다고 느껴요."   

LH공사 청약신청 화면 캡쳐
▲ 임대주택 청약신청 화면 LH공사 청약신청 화면 캡쳐
ⓒ LH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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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 A는 결혼한 형제의 집에 거주하고 있다. A는 독립을 위해 임대주택을 신청했으나 1인가구로 가구원수가 적어 불리했을 것이다. 또한 임대주택 신청 당시 경증장애와 소득활동으로 인해 가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 또한 낙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비혼여성 B는 실제 생계와 주거를 본인의 동성 연인과 함께한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로 인하여 이들은 제도상 1인가구 세대주와 그 외 동거인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행복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유형으로 분류되며 각 유형별 공급률이 상이하다. B는 지난 4월 '청년'을 위한 행복주택을 신청했다. 그러나 청약경쟁률 결과만 보더라도 '신혼부부'가 훨씬 낮은 경쟁률을 보임을 알 수 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은 이유로 인하여 B는 '신혼부부' 주택을 신청할 수 없었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커플을 우리사회가 정상가족으로 인식하지 않는 제도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혼여성 C는 아들과 친정부모의 집에서 지내고 있다. C는 지난해 아들의 중학교 입학을 계기로 독립을 결심했다. 정직해서 임대주택에 떨어졌다는 C의 말을 돌이켜 보면 65세 이상의 무주택 노인을 부양하는 경우 가구원수 산정과 임대주택 입주에 유리한 요건을 가짐을 알 수 있다. 또한 C는 가구원수에 따른 가점제도에 대해 이혼여성에게 불리한 구조임을 지적했다.

비혼여성 D는 정부가 현행 임대주택 지원제도는 비혼 1인가구에게 불리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처한 현실로 인해 주거정책에서 배제되고, 차별을 당한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국토교통부의 청년미래 특별위원회 업무 보고자료(2018. 1. 16)에 따르면,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불안을 해소 하려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정책은 '취업→결혼→출산' 등의 단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주거 사다리를 구축하는 노력"으로 언급되었다. 이처럼 비혼여성 D가 지적한 주거정책에서의 배제나 차별 경험이 과장된 감정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날 청년세대는 소득이 적고 월세 비중도 높아 RIR(월소득대비 주택임대료 비율, Rent to Income Ratio)이 19.5%에 달한다. 청년들의 겪는 현실적 어려움은 나열하자면 끝도 없는데, 정부가 주거 정책을 너무 단순하게 접근한 건 아닐까.

우리는 지금까지 안정적인 주거를 바라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네 명의 여성들의 임대주택 신청경험을 살펴 보았다. 이들이 모든 여성과 청년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정형화 되지 않은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주거정책이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도록 성평등한 관점으로 정책을 계획하고 입안할 때 우리사회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성평등하고 안전한 주거생활 이전 기사]
① "훔칠 건 없고 몰카를..." 경찰의 말, 그 원룸을 나왔다
② 밥그릇에서 좀벌레가 꿈틀... 이런 곳에서 평생 산다면
③ '지옥고' 30대 알바를 위한 주택은 없나요?
④ '여성 안심서비스' 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⑤ 보호자 없는 청소년, 갈 곳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가족부 ‘성평등드리머(청년정책참여단)’ 1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태그:#임대주택, #주거, #비혼, #성평등, #동성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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