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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만든 ‘외국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서술 현황’ 문서.
 교육부가 만든 ‘외국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서술 현황’ 문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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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민주주의 상위 국가들의 역사교과서는 대부분 '자유민주주의'란 말을 쓰지 않고 오로지 '민주주의'라 쓰고 있는 사실이 교육부 자료로 공식 확인됐다. 또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들은 역사교과서 등에서 한국의 정치체제를 일제히 '민주주의'로 서술하고 있지,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 역사교과서에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라고 표현 안 해

이런 사실은 23일, <오마이뉴스>가 국회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실을 통해 받은 교육부 자료 '외국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서술 현황'과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대한민국에 대한 OECD 국가별 역사와 사회 교과서 (자유)민주주의 기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외국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민주주의' 표현을 교육부에서 조사한 것은 처음"이라고 오 의원실 관계자는 말했다.

교육부가 만든 '외국교과서의 민주주의 용어 서술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민주주의 지수' 상위 6개국인 뉴질랜드, 호주, 독일, 영국, 미국, 일본 모두 중고교 역사교과서 등에 '민주주의'란 용어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독일의 경우 '민주주의'란 용어가 다수였지만,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예나대학에서 현대사를 전공한 이동기 강릉원주대 교수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독일 교과서도 '민주주의'라고 쓰는 게 원칙이고, 다만 냉전시대를 서술할 때 예외적으로 '자유민주주의'라고 표기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한국식으로 '자유민주주의'란 용어가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지수'는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10점 만점으로 판단한 지수다. 2017년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8.0으로 영국에 이어 5등이었다.

오 의원실은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의 '민주주의' 용어 사용에 대해 '민주주의'로 적으면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별이 어렵다는 일부 야당과 일부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다"면서 "외국교과서 분석을 통한 대응 논리 마련을 위해 조사를 의뢰했다"고 '의뢰 배경'을 밝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OECD 역사와 사회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기술 현황’ 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OECD 역사와 사회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기술 현황’ 자료.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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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OECD 역사와 사회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기술 현황'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34개국 가운데 한국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표기한 나라는 한 군데도 없었다.

반면, 한국을 자신들의 역사교과서 등에서 '민주주의'라고 서술한 나라는 20개국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이 모두 이렇게 표현했다.

20개국을 제외한 14개국의 역사교과서는 한국의 정치체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번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조사는 모두 올해 5~6월 진행된 것이며, 교과서 자유발행제를 갖고 있는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의 경우 교과서 종류가 많아 주로 사용되는 3~5개 교과서만을 검토한 것이다.

"민주주의=인민민주주의? 국제 교육계에서 통용되지 않는 소리"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교육부의 조사 자료는 뉴라이트가 주장해온 '자유민주주의' 용어 자체가 국제 역사교육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변종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가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와 함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용어를 혼용토록 한 것은 국제표준과 교육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일부 정치세력에 휘둘린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 국장은 "세계의 역사교과서와 달리 우리나라만 '자유민주주의'라고 쓸 경우 국제화 시대에 학생들에게 혼란을 초래시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교육부는 '초등 사회과, 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행정예고 결과를 23일 오후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학습요소'는 포괄적 의미인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성취기준 해설'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 서술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란 용어 말고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란 용어도 섞어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 용어 사용을 못 박은 기존 행정예고 내용을 손질한 것이다.

교육부는 오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역사과 교육과정을 행정 고시할 예정이어서 역사교육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태그:#자유민주주의 표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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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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